햇빛을 그리워하던 시간들
나는 햇빛이 좋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런데 나는 늘, 햇빛을 바깥에서만 바라보며 지내면서
실내에서 시들 시들해져 갔다. 작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잊고 살면서 문득 고개 들어 밖의 햇살을 보면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으니.
실내에서 공부를 하고,
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아파트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딸, 엄마로
모든 역할을 다 감당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빛이 닿을 자리를 내어주지 못한 채 살았다.
햇빛을 쬐는 일조차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고,
그 시간조차 누군가의 필요에 밀려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내가 나를 위해 살기로 맘먹으면서
이 공간을 만들었다.
닫힌 듯 열려 있는 곳,
내가 안전하게 햇빛을 맘껏 받을 수 있는 구조.
하늘을 내 의지대로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는
하늘이 머무는 방.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이 방은
경계 안에 있지만 투명하고,
외부의 시선은 닫혀 있지만
빛과 바람, 초록은 조용히 들어오는
그런 공간이다.
나는 이제 이곳에 앉아,
내가 햇빛을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누군가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이 자리에 있는 나로서 그냥 존재할 수 있는 시간.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식물들과
햇살 아래 나른히 몸을 뻗은 고양이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나.
이곳은
내가 나를 돌보는 연습을 다시 시작한 장소이자,
사라졌던 감각을 회복하는 나만의 고요한 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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