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을 잃은 최고 통수권자의 말로

- 영화 Civil War, 분열의 시대

by 실루엣

혹시 영화 Civil War, 분열의 시대 보셨나요?

계엄으로 분열되어 내전으로 치닫는 미국 사회를 영화화했죠.

거창하게 ‘정의’와 올바른 가치를 공표하며

내전을 일으킨 대통령을 취재하러

기자들이 백악관으로 힘겸게 목숨걸고 진입합니다.


마지막 데스크 밑에 벌벌떨며 숨어있던

대통형의 인터뷰 내용이 뭐였게요?

“Don’t let them kill me.”

날 죽이게 두지 마세요. 결국 , 날 살려주세요 였어요.

일국의 대통령의 말로가 처참하죠.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 목숨걸었던 자들은 허탈함이 이루 말할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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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 세력과 정의와 국민을 외치며 감히 무력을 사용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우두머리 마지막 외침이

“내가 살아야겠다, 나 좀 살려줘” 였던 게 무척 씁쓸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도 저렇게 끝나면 어쩌지 두려웠어요.


그런데 안타깝게 지금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네요.


문득 ‘중용’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한쪽에 서기를 원하죠.

정의냐 불의냐, 옳음이냐 틀림이냐, 강함이냐 약함이냐.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삶은 그처럼 간단하게 나뉘지 않아요.

때론 약함 속에 진실이 있고,

옳음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가 짓밟힙니다.


중용은 흔히 중립, 회피, 타협으로 오해되지만

하지만 사실 중용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단지 중간에 서는 게 아니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치우치지 않게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 것을 의미하죠.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는 고통의 해소를 위한 깨달음의 길이죠.

붓다는 말합니다.


“쾌락과 고행, 두 극단을 모두 버려야 고통에서 벗어난다.”


삶은 어느 하나에 집착할 때 괴로워집니다.

중도란, 그 둘 모두를 살아본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죠.


공자 역시 중용을 지극한 덕(至德)이라 했어요.

그에 따르면 중용은 치우치지 않음이 아니라,

매 순간 치우치려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태도죠.


결국 진짜 중용은, 정적인 무관심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며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 내면에 ‘그림자’가 있다고 했어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분노, 질투, 자기비하, 폭력성 같은 어두운 감정들.

그림자는 억압할수록 커지고,

결국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로 타인을 해치는 방식으로 드러나죠.

그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그림자를 통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운명처럼 너를 지배한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고 생각해요.

불교의 중도, 공자의 중용, 그리고 융의 통합. 예수님의 사랑.


그것은 모두 극단의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말고,

양쪽을 인정하고 품으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라는 말이죠.


중년이 되면 우리 몸도 그런 지점을 향해갑니다.

여성은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고,

남성은 감정이 풍부해지고 눈물이 많아져요.

우리는 서로의 성을 조금씩 품으며,

결국 중화된 한 인간으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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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중용이란,

내가 혐오하던 방식과

내가 외면하던 감정과

내가 부정하던 가능성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도달하는 자리가 아닐까요.


중용은 선택이 아니라 성숙입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는 한쪽만 보면 됩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성장하려 할 때,

우리는 반드시 양쪽 모두를 살아봐야 합니다.

그때서야

내가 아닌 것 같았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나를 완성하는 조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중용에서 벗어난 최고 통수권자의 끝은

다른 누구의 손에 의해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생명을 구걸하게 되는 비참한 자기파괴로 귀결됩니다.


그것은 신이 내리는 형벌도,

시민이 가하는 복수도 아니죠.

자신이 외면했던 그림자와 끝내 대면하지 못한 자의 자연스러운 결말입니다.


결국,

권력이 무너뜨리는 건 남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중용을 잃은 자의 말로는

외부의 처벌 뿐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내면의 몰락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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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 stops here.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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