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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02. 2023

그리고 미소 한 줌.

 -나를 뭘로 채울래?

사람은 살면서 여러 종류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육체적으로 취약해지면 '질병을 얻은 몸'을 가진 상태에 머물기도 하고, 다 나으면 '건강한 몸'을 가진 상태에 머물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도 취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면 '취약해진 정신'을 가진 상태에 머물기도 하고, 또 힘을 얻어 건강해지면 '맑고 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상태에 머물기도 한다.

우리가 '성격' 또는 '특질'이라고 오해하는 그 모든 우리의 그 당시 특징들은 사실, 고정되지 않은 우리가 잠시 머무는 '상태'에 불과한 것 같다.

우리는 잠시 어떤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상태가 좋다면 계속 변화 없이 유지하려 할 것이고, 빠져나오는 법을 몰라 그 상태에 갇힌 경우도 있고, 그 상태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여 변하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도 하고, 심한 경우 '나답지 않다'라고 자괴를 느끼기도 하고.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오늘 요가 시간에 들은 말이 가슴에 의미 있게 꽂혔다. 허울 좋은 말이 아니라, 뜻있는 말로.

나는 지금 어떤 상태에 머물고 있는가를 그 상태에서 빠져나와 볼 수 있게 해주는 그 '멈춤' 상태가 내겐 요가 시간이다.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멈춰 내 몸의 감각들에 집중하는 시간. 희한하게 요가 전과 후의 생각의 소용돌이를 마주하는 게 미세하게 달라짐을 오늘 새삼 분명하게 느꼈다.

무기력했다가

재미없고 지루하다가

경이롭고 신비스럽고

사랑을 느끼며 감사로 충만하다가

힘들고 피곤하다가

햇살이 너무 좋아 기분 좋게 앉아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밥상을 차리는데 골몰하다가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를 스쳐가는 생각들을 무심히

바. 라. 본. 다.

그렇다, 생각들이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지. 나. 가. 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비어있음'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말로만 듣던 허울 좋은 말이 아니라, 정말 가슴으로. 비어있는 내 안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며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매 순간 무엇을 붙들었는가가 명확했던 하루였다.

letting go is a choice

resistance is a choice

선택.이라는 단어를 나는 자주 사용해 왔고, 좋아한다. 그러나 오늘만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질문이 하나 두둥실 떠오른다.

비어 있는 너를 뭘로 채울래.

글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니 ,

희한하게 이미지들이 대답한다.

가족과의 시간.

가족 자체가 아니라, 그들과의 시간.

힘들고 죽겠는 거 같은 시간들도, 함께 겪을 수 있으니 의미가 있는 것.

요가

새로운 도전과 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경험.

 내 몸을 너머 마음을 다스리는 그날까지. ​

맑고 깨끗한 음식.

보기에도 좋은 색색깔의 즐거운 음식.

 출처 : 인스타그램 <샐러드레시피>

내 몸을 위해 정성 들인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그동안 너무 막 먹었지

음악, 그리고 친구.

좋아하는 것을 연주하고 남과 교감하는 것.

샤크레쾨르 앞에서 만났던 연주단

함께하는 것. 물론 서로의 침범 없이 각자의 영역에 서서 각자 파트를 각자의 악기로.

진심.

그리고 그 진심을 나누는 관계.


출처: 네이버 사진

서로의 불행으로 힘겨운 내 삶을 위안받는 것이 아니고, 나의 기쁨과 행복을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이 아닌. 나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주는 타임킬링용 관계가 아닌, 진심을 교감하는 의미 있는 사이.

사랑 


로마에서 내 코앞에서 아랑곳 않고 키스하던 연인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이 내 꿈이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몸매.

자연스러움이 부끄럽지 않을 내게서 가능한 최상의 몸매.

출처: 인스타그램 땀복 광고

가리거나 보정하지 않아도 되는 , 자연스러워도 자신 있는 남의 완벽한 몸매가 아닌 내 몸에서 뽑을 수 있는 최상의 상태의 몸매.

그리고....

미소 한 줌.

a little smile on your face will never hurt

가장 행복했던 상태였던 나의 미소.

미소 한 줌. 이 미소는 내 안에 있는 것이라,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임을 문득 다시 상기하며.. 너무 옛적이라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르므로 공개할 수 있는 내 과거 미소.

갑자기 브리오니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네.

warrior 2 and a little smile on your face even if you don't want to.

 a little smile on your face will never hurt , it changes your entire mood.


#그리고 미소한 줌

#오늘의깨달음

#좀웃자

#evenIfYouDontWantTo

#나를무엇으로채우고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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