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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02. 2023

라면 먹을 자유

 -라면이 주는 행복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 글 중, 내 맘을 울린 제목이 있어 당장 나가서 라면을 사왔다.


라면 먹을 자유


보글보글 끓는 라면을 보면서 이리도 행복할 수가 있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솟는다. 


내게 완전한 자유는, 치즈를 넣은 라면 한 그릇 + 맥주 한 캔.


맞다. 라면 먹을 자유. 거기에 아주 차가운 얼기 직전 캔맥주 하나면 나는 정말 행복하다. 내가 라면을 보면서 이렇게 된 데는, 물론 그 뒤에 거대한 서사가 있다.



내가 라면 먹지 말랬지?! 또 라면을 끓여 먹었어! 엄마 무시하니??????


오늘도 또 시작이었다. 엄마의 난리가. 

엄마는 음식에 너무도 엄격했다. 인스턴트 음식과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은 절대 금지. 피자, 짜장면, 치킨 등 금지 음식이 너무너무 많았다. 문제는, 그것들이 대부분 너무도 맛있는 것들이라는 데 있었다. 


어릴 때는 어머니의 그런 엄격한 음식에 대한 기준 때문에 나름 건강하게 자랐지만, 문제는 사춘기 때부터 불거졌다. 엄마는 오빠가 죽은 뒤, 나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이 심해졌다. 그 집착은 사랑이라거나 딸에 대한 통제 외에도 좀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슬픔에 잠겨 남겨진 어린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과, 힘든 삶에 짐처럼 남은 어린 딸에 대한 화가 뒤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나를 대했다. 정작 당신은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정신없이 밖을 울면서 떠돌아 다녔으나, 집에 돌아와 남겨진 어린 딸이 라면이나 배달음식을 먹으면 분노와 죄책감이 뒤범벅되어 끓어오르는 양상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배고파서 라면 좀 끓여 먹은 게 왜? 왜 엄마는 내 뱃속에 들어가는 것까지 엄마 맘대로 할려고 그러는 거야? 내가 먹는 건 내가 결정해! 내가 먹고 싶은 거 먹는데, 왜 엄마가 화를 내는 건데? 왜 못먹게 해? 내 뱃속인데! 



이런 나의 건방지고도 맞는 말에 엄마는 또 엄청난 죄책감과 분노와 좌절감을 느껴 무너졌다. 밤새도록 흐느끼고 흐느꼈다. 온 식구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밤새도록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고, 온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울부짖었다. 그래서 나는 또 사과를 하고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엄마가 통제하면 할 수록 그 금지당한 음식들에 대한 갈망은 커져만 갔다. 


라면, 피자, 짜장면, 탕수육, 바삭하게 튀긴 치킨, 그리고 삼겹살. + 술. 


친정 집에서는 단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다. 시켜주거나 사주지는 못할 지언정, 내 돈 주고서라도 사먹는 것 조차, 집에서는 금지되었던 음식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20대에 삼겹살 귀신으로 불렸다. 삽겹살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고깃집을 하는 친구 집에 매일 들르다시피 했고, 집에 가려다가도 누군가 삽겹살 먹으러 가자 하면 무조건 따라나섰다. 밖에 나가서 먹을 때면 무조건 저 금지 음식들만 찾아 골라 먹었다. 


가장 최초의 자유는 , 아마도 내가 취직하여 자취방을 구해 나왔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그 날,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마트에 가서 라면과 삼겹살을 가득 사다가 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워 넣었다. 그리고는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신라면을 후식으로 끓여먹었다.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자유가 그것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껏 먹는 것. 

내 뱃속에 들어갈 음식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하는 것. 

내게 그렇게 라면 끓여 먹는 것은, 자유를 뜻한다. 

삼겹살도, 캔맥주도. 


그 자유를 이해하고 함께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뭐, 혼자라도 괜찮다. 


그저 이 주말 야밤에 라면 한 그릇 거하게 끓여먹고, 라면에 대한 옛 추억에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현재의 행복과 자유에 기분좋은  밤이다. 


+음식에 대한 너무 심한 제약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니.. 너무 건강식만 고집하지 마시도록 ^^; 

가끔은 해롭지만 입에 단 음식도, 우리 삶에 필요악처럼 있어야 한다. 

아니면, '독'이라며 금지시켰던 그것만 오롯이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나처럼. 


#라면먹을자유

#금지의역효과

#음식컨트롤의부작용

#한밤의라면

#라면한그릇의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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