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새의숲 Nov 26. 2023

사랑고백. 아이들. 명상

예전 사진들을 보다가.

그 아파트에서 힘들었던 옛날 그 어느 날.

밤새 애들 셋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제대로 잠을 못자서 아침에 못 일어나서 늘어져 있는 동안, 무뚝뚝한 첫째가 창문에 남긴 낙서. 아니, 사랑고백.


김서린 목욕탕에 해맑게 거울에 막내가 신나게 그리고 있길래 돌아보니, 큼직한 하트와 엄마 사랑해. 사랑고백.


매일 넘치도록 사랑해 쪽지와 편지를 가장 자주 써서 내 서랍 한켠을 가득 메우고 메시지로도 수시로 사랑고백하는 둘째.


물론, 이 사랑하는 능력은 아이들이 크면서 내가 아닌 다른 이로 옮아갈 것이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돌보는 능력으로 변화하겠지만. 커서도 지금처럼 ‘사랑해’ 란 말을 아끼지 않고 표현하는 어른으로 크면 좋겠다. 부끄럽다거나 남사스럽다 생각지 않고 진심을 담아 많이 하고 살면 좋겠다.

문득, 이 아이들에게 있는 이렇게 크게 사랑하는 능력이 다행이다, 부럽다,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심리학 + 요가 프로그램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아이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냐고.


아니요, 아이들은 이미 매 순간 명상 상태에요.


앞서 걸어가시던 한 분이 그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뒤돌아보셨다.


그렇다.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그들은 이미 우리가 추구하는 명상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자기의 감각에 충실하고, 본능에 정직하다.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호기심 가지고 관찰하고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매 순간 현재를 산다.

누구보다 크게 용서하고, 또 사랑한다.

좋으면 좋다고 이야기하고 웃고

싫으면 싫다고 얼굴 찌푸리고

슬프면 슬프다고 크게 울어버린다.


무엇보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산다.


제 3의 관조하는 눈이 없다는 것이 조금 다를 지언정, 그들은 현재에 누구보다 충실하게 살고 있다. 그들의 명상 상태를 방해하는 것이 어른들이 아닌가.

무언가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가 알고 있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규칙 규범과 이 세상에서 통용되는 언어’ 뿐이다. 그들이 이 세계에서 적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규제를 가하는 강력한 울타리를 적절하게 치는 것 외에 어른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보다 훨씬 큰 가슴과 사랑을 지니고

맑은 눈과 가려지지 않은 본성을 느끼고

매 순간 현재에 집중해서 열심히 놀고 있는 그들이

내게 주는 가르침이 더 큰 것을.


#아이들

#엄마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사주 팔자. 명리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