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ek Nov 12. 2021

은행에서 말하는 M&A란 무엇인가?

(feat. 이젠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자)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https://www.etnews.com/20210813000094



저는 이 기사를 보고 조금씩 불어오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소개되었듯이, 지금까지 금융사에서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을 인수해 계열사를 만든 케이스는 전무후무 했습니다.


물론 금융 지주 회사들이 스타트업이 아닌 다른 금융회사들을 인수해 M&A를 하는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개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KB금융그룹 –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 제주은행, LG카드, 오렌지 라이프 등

우리금융그룹 – 아주캐피탈, 롯데카드 등

하나금융그룹 – 외환은행, 에이스 저축은행, 더케이 손해보험 등


위와 같이 M&A가 된 회사들은 대부분 돈을 어느 정도 잘 버는, 테크 기반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금융 회사들이었습니다. 금융과 관련된 회사들을 매물로 산 뒤, 대표 이니셜을 붙여 금융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그런 케이스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해 금융 자회사로 만드는 케이스가 나왔습니다. 내심 고대하던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괜찮은 스타트업을 찾아 인수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동안 은행은 왜 테크 기반의 회사를 M&A 했던 적이 없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테크 기반 회사를 인수해서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 취업 전, 짧은 경력이지만 스타트업 인턴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본 테크 기반 스타트업은 훌륭한 아이디어와 기술 가지고 있지만,

자본금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 엔젤투자자(천사 같은 투자자라 불려 Angel입니다)를 만나 시리즈 순서(Series A, B , C)대로 펀딩을 받으며 성장하고,

결국 Exit에 다가가는 그런 성장 스토리가 있는 회사였습니다.


스타트업의 Exit은 보통 두 가지 경우로 나눠집니다.



1. IPO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여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한다.
2. 대기업과 M&A를 하여 성공적으로 Exit 하고, 대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해 사업의 규모를 더 키워나가 시장의 플레이어가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케이스가 보통 스타트업의 Exit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Exit 성공 케이스를 보면 쿠팡처럼 상장하거나, 배달의 민족처럼 누군가와 인수 합병해서 시장을 더 키우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며 느낀 스타트업은 비록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면 나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좋은 서비스,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여 돈도 같이 따라오는 그런 이상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천국 같은 회사는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스타트업 안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안에서 바라본 M&A는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사고, 거기에서 창출되는 기술을 인수한 회사에 적용해 더욱더 발전해나가는, 그렇게 산업을 진화시켜 나가는 그런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회사에 대한 개념 없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취준생 시절에, 저는 이런 M&A가 금융권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취준생 때 제가 기사들로 접하는 내용들은 어디 은행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Lab 프로그램을 만들어 몇백억씩 투자하고 있다, 매년 해당 프로그램의 규모는 늘어나고 있고, 이런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기사가 많았습니다. (막연히 은행에 취업해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 후 일을 해보니 제가 경험한 금융권은 M&A와 굉장히 동떨어져 있는 산업군이었습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보통 금융권에서 말하는 M&A는 금융 계열사의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수익을 얻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같은 효과를 내는 걸 뜻합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은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이 줄어들지만, 증권사는 주식의 호황으로 인해 돈을 잘 벌어 결국 금융지주의 전체 실적은 변함이 없는, 이런 구조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정도였습니다.


물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테크 기반 M&A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을 거란 생각은 저의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시장엔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업체들이 있고, 이들을 성공적으로 인수만 할 수 있으면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늘려 나갈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아무리 핀테크 회사들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금융회사가 핀테크 회사들을 사서 기술력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찾는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무후무 했습니다.


막상 은행에 입사해 알아보니 스타트업을 인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입니다.




왜 이렇게 핀테크 업체들을 인수하는데 은행은 소극적인 걸까요?




이름을 알만한 핀테크 회사들(토스, 뱅크 샐러드, 굿리치, 핀다, 에임, 페이코, 차이 등)

이런 회사 들을 인수하려고 시도해볼 법도 한데 왜 은행이 이런 회사들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지,


전혀 상관없는 kt가 뱅샐을 인수하는 이런 사태가 일어난 건지.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러는 이유는 분명 있었습니다.


과연 다른 대기업들과는 무엇이 다르길래 은행이 핀테크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1. 은행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았던 이유

 


1) 현재 금융회사의 구조는 고용의 유연성이 최악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압력인지, 아니면 강성 노조의 힘이 쌔서인지, 한번 금융회사의 직원으로 된 이후 직원들의 해고를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신입 채용도 굉장히 신중하게 하며, 여러 번에 걸쳐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신입은 회사에서 자르는 경우가 거의 없이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정년까지 다니곤 합니다.


결정적으로 이게 단점이 되어 M&A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고용의 유연성이 너무도 떨어지는 탓에, 스타트업을 M&A 해서 직원들을 들여온다 해도, 나중에 해당 사업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 구조 조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섣불리 M&A를 할 수 없고, 스타트업 직원들을 함부로 데려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2) 보안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전무합니다.



산업군이 돈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돈에 관해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거나, 보안과 관련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타트업과 M&A를 한 경우가 없으니, 인수 합병으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되는지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게 없습니다.


금융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초기 신입 연수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의 보안 유지 의무, 돈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났는지 교육받아 조금은 날 선 마음으로 업무를 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타트업 회사를 인수할 경우 이런 신입 연수와 같은 장기간의 교육을 새로 하는 것도 무리이며, 그렇다고 이런 가이드라인 없이 개인의 양심에 맡기기엔 위험한 실정입니다.


M&A 이후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되려면 정보공개의 가이드와 같은 보안 정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3)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얕보고,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 초기에 엄청난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드물었습니다.


토스 – 송금, 뱅샐 - 자산관리 등의 회사들은 초기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보인 건 아니었고, 비즈니스 역시 전혀 새롭거나 신박한 비즈니스도 아니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다 시중은행에서 기존에 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은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보다 우리가 더 큰 자본력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스타트업을 인수한다? 쓸모가 있을까? 이런 마음가짐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시중은행은 나름대로 소소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자산관리 앱을 따로 내거나, 송금만을 위한 작은 앱을 만들고 메신저(리브똑똑, 위비톡)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물론 잘하지는 못해서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무런 시도조차 안 한 건 아니였습니다.


많은 자본으로 시도는 하되,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무시하며, 결국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스타트업들은 기술력을 활용해 보편적인 비즈니스를 최적의 UX로 만들어내고 사용자를 순식간에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결국 기술은 사용자를 편리하게 만드는 용도로 바라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른 방향의 접근이 지금의 플랫폼 생태계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가 되었지만, 이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너무 커진 탓에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그들의 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 인수했으면, 지금 금융시장의 판도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4) 주식에서 금융회사가 평가받는 항목은 성장 가능성이 아닌, 현재 벌고 있는 이익이 더 중요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주식시장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현재 얼마의 돈을 벌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요소였습니다.


따라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지금 얼마만큼의 돈을 벌고 있는지 증명했어야 됐으며, 전통적인 금융 회사들을 인수해 수익을 더 잘 낸다는 것을 증명했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외형을 키우고, 당장 버는 돈을 키우기 위해 금융 관련 회사들과 M&A가 진행되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로는 당장 돈을 거의 벌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을 굳이 인수해야 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은행이 스타트업을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서 인수한다 해도 골치 아픈 일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명확한 이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금융 회사는 처음으로 테크 기반 스타트업을 M&A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인수한 걸까요?




제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은행이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시작하는 이유

 


1) 세상이 바뀌고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 꿈 비율(PDR: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엄청난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회사들은 벌어들이는 돈이 전통 회사들보다 한참 떨어졌지만, 미래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몇 배는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상장과 동시에 전통 금융지주를 훨씬 뛰어넘었고,

이제는 금융 회사들이 현재 돈을 잘 번다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같이 보여줘야 좋은 가치 평가를 받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핀테크 회사들에 눈독을 들일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고유의 문제(인력구조, 느린 의사결정 등)를 가지고 있는 금융 회사는 당장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방법이 없으니, 핀테크 기업이라도 인수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2) 스타트업을 따라가기엔 빠른 실행력을 보이기가 어렵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은 애자일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애자일이고, 그 안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도전 -> 빠른 실패 -> 변화 -> 검증 -> 확장 -> 다시 실패 ->

순으로 진행됩니다.


기존에는 산업의 단순함으로 인해 큰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이걸 그대로 적용하면 어느 정도 성공법칙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복잡해졌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은 단순한 것 하나에도 바뀔 수 있고,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순식간에 바꿔버립니다.


몇 년씩 계획을 세웠지만, 하나의 실수로 전체를 다 날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금융산업에서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건 예전처럼 은행 지점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앱에서 20분이면 다 처리할 수 있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순식간에 돈줄이 날아가게 생긴 겁니다.


반대로 스타트업은 해보고, 안되면 바로 수정해서 반응을 살피고, 좋은 키포인트에 집중, 확장해서 사업을 넓혀갑니다.


대기업이 예산편성, 심의, 의사결정, 개발, 테스트까지..... 이렇게 몇 달을 소비하는 동안, 스타트업은 몇 주 내로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금융도 이제는 이렇게 빠르게 다가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었고, 아직은 체질개선이 안되었기에 차라리 빠른 실행으로 커져버린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3)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고, 그들을 채용할 만한 방법이 없다.


지금 기획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사실상 개발자의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물론 기획자의 롤도 중요하지만,

똑같은 기획안으로 구현한다 해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기능, 속도, UX 천차만별로 구현되고 이는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화면이라면

무작정 화면을 멈춰놓느냐, 아니면 화면의 데이터를 조금씩 채워가느냐에 따라 앱 속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개발자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정말 뛰어난 개발자들은 금융회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안정성 때문에 선택한 낡은 기술은 뛰어난 개발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다 IT 회사들을 희망하며, 좋은 기획안이 있어도 그걸 구현해줄 만한 적합한 인재를 구하기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스타트업 인수라는 카드를 사용해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조금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3. 마치며.


위에서 말한 일련의 이유들 때문에, 금융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스타트업을 인수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진 않을 겁니다.



주가가 그렇게 확 오르지도 않을 거고, 그들의 기술을 접목해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지도 않을 겁니다.


애초에 태생이 다르고, 융합이 되는 데에 엄청난 진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될 테고,

소비자와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해야 됩니다.


이젠 금융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의 방법은 M&A 뿐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그리며 적극적으로 시도해나가야 됩니다.


비록 아직은 한건이지만, 곧 금융권에도 많은 M&A 가 일어나길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약한 연결고리(Weak Ties)의 강한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