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 사람들처럼 퇴근 후에 학원 말고 술이나 실컷 마셨으면 좋겠다"
GMAT
MBA 지원 과정 중 제일 먼저 넘어야 할 커트라인이자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게 되는 사악한 존재다. 영어 시험이니 분명히 공식이 있겠지 하고 도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이유로 포기하게 되는데:
1) 여름휴가 다가오니까 한 달만 쉬고 다시 시작해야지 - 놀고 오면 절대 다시 안 함
2) 도저히 점수가 안 나온다. 나랑은 맞지 않는 시험인가 봐 - 반 년정도 준비하다가 힘들어서 포기
3)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더 이상 GMAT에 할애할 시간이 없어 -... 어 인정
호기롭게 시작했던 지인 8명 중 정작 시험장에 들어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준비하는 시험이라 쉽지 않고, 시험 준비하던 중 본인의 삶을 돌아보면서 "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굳이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 시험 준비해야 하나?" 라며 자연스럽게 포기한다. 퇴근 시간 압구정 1번 출구를 나서면 많은 직장인들이 피곤에 찌어든 표정을 하고 하나둘씩 학원으로 모이게 되는데,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피우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필자 역시 누구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오늘은 본인의 경험을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학원 등록
"술 많이 드셨나 봐요. 회식 있으셨어요?"
매일 같이 밀려오는 회사 스트레스를 술로 풀던 어느 주말 아침,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압구정에 있는 리X스 학원에 갔다. 친구 덕분에 알게 된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고, 상담해주시는 분은 친절하게 경영대학원 정보, 본인이 원하는 점수를 받기 위해서 들어야 하는 프로그램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필자의 경우 이 학원 등록을 하기 전까지 약 2달 동안 혼자 공부했다. 두꺼운 GMAT 책 한 권 사놓고 퇴근 후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는데 나름 많은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문제를 풀 때마다 점수가 딱히 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 고민을 하던 중 학원을 방문한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학원 등록 안 하면 점수 안 나옵니다" 라고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학원비가 싸지도 않고 학원을 다닌다고 무조건 본인이 원하는 점수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다만 필자의 경우 퇴근 후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분에게 빨리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학원에 등록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 목표 점수 정하기
"GMAT은 몇 점 정도 받아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탑스쿨에 들어갈 수 있나요?"
MBA 관련 행사나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 오는 분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신다. 솔직히 해당 학교 입학사정관이 아닌 이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많은 탑 스쿨들의 경우 항상 하는 말이 "GMAT은 입학 시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고득점이 답은 아니다" 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인도나 중국인들이 GMAT 평균을 너무 올려놔서 720점 이상은 되어야 감히 탑스쿨에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높으면 높을수록 독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충분한 점수다 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GMAT은 접고 다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충분한 점수란 무엇일까? 본인의 학부 성적은 어땠는지, 학부 학교의 랭킹은 어떤지, 그 외 아카데믹한 부분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무엇이 있다면 GMAT이 무조건 높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점수 10점 더 높이기 위해서 2달을 낭비 할바에 그 시간에 에세이를 다시 보자.
세 번째. 일정 짜기
은근히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단순히 GMAT 점수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큰 그림을 보라.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서 언제 지원서를 받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반대로 돌아가서 내가 에세이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릴 건지 한번 계산해봐라. 그렇게 준비하지 않던 분들의 경우 결국 시험을 준비는 하는데 "내년에 지원하지 뭐" 라는 식으로 너무 광범위한 일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 이번 해에 점수 안 나오면 내년에 하면 되지" 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내가 내년 몇 월에 지원하기 위해서 적어도 언제까지 점수가 나와야해! 라는 마음이 있다면 분명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시간 내기
"야 언제 공부하냐. 회사 생활도 힘들어 죽겠구먼"
내 주변에서 GMAT 준비를 그만둔 분들의 이유다. 실제로 내가 아는 분 중에서는 대학교 방학 때 할 게 없어 GMAT 점수를 봐 뒀고 몇 년간 일하다가 미국 GSB에 가신 분도 계신다. 그러니 어린 청춘들이라면 - 그리고 방학에 할 게 없고 미래에 MBA 생각이 있다면 - 한번즘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시험이기 때문에 빠르면 빨리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시간을 낸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우선 중X나라에 가서 아이패드 중고를 샀다. 논현동 먹자골목 뒤에서 직거래했는데 사기꾼이 카메라 고장 난 걸 말 안 하고 도망갔다. 뭐 그래도 GMAT 준비하는 데 있어서 문제는 되지 않았기에 항상 옆에 두고 다녔고 정말 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필자가 다닌 리X스 학원에는 매달 예상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들을 학원 서버에 올려놓는다. 그래서 출근 버스를 타자마자 30분짜리 시험을 봤고, 퇴근버스를 타자마자 30분짜리 시험을 봤다. 이렇게 3달만 해도 60시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한다고 해도 점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 번째. 빨리 첫 시험 보기
"한번 절망을 느껴봐야 정신 차리고 공부합니다"
학원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이다. 최대한 빨리, 3개월 이내에 첫 시험을 봐라. 4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는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GMAT이 어떤지 느낄 수 있을 거다. GMAT 시험은 싸지 않다. 지금 얼만지 잘 모르겠지만 동기부여를 찾기 위해서 보기에는 조금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첫 시험을 본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의 MBA 준비과정 포기 정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그린다면 분명히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 시험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의 현실을 알게 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더 빠른 시간에 점수를 높이는 경우도 더 많이 봤다 (학원에서도 그렇게 말해줬다). 첫 시험은 대부분 못 본다. 필자가 알기로 평균적으로 550-650 사이로 나온다고 한다. 그럼 참담한 현실을 보고 내가 700을 넘길 수 있을까? 생각을 할거 같은데 - 충분히 할 수 있다.
뭔가 학원 광고 같아서 너무 자세한 건 쓰고 싶지 않지만 많은 GMAT 학원들이 굉장히 유연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과정이다 보니 오전반 오후반 그리고 주말반으로 나뉘어 클래스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좋았음). 예를 들어 회사에서 칼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바로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들었고, 그 대신 주말 클래스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됐다. 이렇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다니다 보면 주변에서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과 같이 으쌰 으쌰 하게 되고 답답할 때에는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풀었던 것 같다. 아 물론 혼자서 점수 잘 내서 학교 가신 분들도 많다 - 꼭 학원이 답은 아니다는 것이다.
필자는 총 4번의 시험을 봤다.
첫 시험에서 680점이 나왔다. 이렇게 빨리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선생님들이 많이 칭찬해주셨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독이 된 것 같다. 그 후 마음을 놓고 공부를 하였고 다음 시험에서 700점을 넘겼지만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기존 첫 목표 점수가 700점이었는데 분명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두 번의 시험을 더 봤다. 710점과 마지막 시험에서 첫 점수인 680점이 나온 것을 보고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인 점수를 얻기 위해서 내가 쏟아야 하는 노력 대비 얻고자 하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토요일 점심시간 시험장을 나오던 그 날이 잊히지 않는다. 시험장 앞에 있는 엔제리너스의 커피와 시험 전에 먹던 맥모닝도 이제 끝 - 지겨웠던 GMAT 결국엔 끝이 보였다.
필자가 굳이 GMAT 공략법을 적지 않은 이유는 이제 공략법의 경우 온라인 상에 너무 많다.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수많은 족보들과 팁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GMAT은 똑똑한 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시험이 아니다. 직장생활 중 시간을 쪼개가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고득점을 하는 시험이다. 그러니 오늘도 밤늦게 압구정에서 한숨 쉬시는 많은 분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분명히 고득점 하는 날이 올 것이고, 먼 훗날 돌이켜보면서 "그래도 참 열심히 했는데" 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