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강 Jan 10. 2019

아마존의 Product Manager

"PM으로 알려져 있는 이 포지션은 어떤 업무를 할까?"

오늘은 회사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입사 전까지 IT 기업의 Product manager (제품 담당자, "PM")가 하는 업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삼성에서 하드웨어만 담당했기에 인터넷 기업의 제품이라는 말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IT 기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고, 링크드인을 통해서 많은 질문을 주셔서 오늘은 PM들은 어떤 업무를 하는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뤄보겠다.


PM은 제품이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이다


왜 PM 포지션으로 지원하신 거예요?

자주 받는 질문인데 꽤나 답변하기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지금 생각해봐도 한 가지의 답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이 질문을 면접에서 받지 않았지만 답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첫 번째로는 업의 연관성이다. 필자는 과거 연구개발 업무를 했었다. 하드웨어 쪽이기 때문에 지금 하는 업무랑 전혀 상관은 없지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성능 평가를 통해서 양산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양산을 하기로 결정이 나면 타 부서와의 협의하여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제품을 관리하는 업무였다. 아마존은 이 경험들을 보고 사용했던 Soft skill이 PM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여 현재 포지션에 채용했다.


두 번째로는 비 컴퓨터 공학 + MBA 졸업생이 IT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필자는 화학 공학을 전공했고 코딩은 거의 모른다. 구글/페이스북의 경우 PM의 포지션을 채용할 때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을 주로 뽑는데, 포지션의 입사 조건들을 보면 "Computer science degree"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IT 회사들이 이런 방침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제품을 담당하는 사람이 그 업계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제품을 뼛속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아마존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MBA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것일까? 이는 잠시 후 설명하겠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멋있어 보였다. 아무리 IT 기업의 포지션들을 모른다고 해도 누구나 PM이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제품을 총괄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보였고, 멋있어 보여서 지원한 것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IT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은 것은 확실했지만, 어떤 포지션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쉽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게, 생각보다 MBA 졸업생이 이전 경력을 살리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은 한정적이었다. 동기 중 마케팅 경력이 있는 친구가 경력을 살려 페이스북 마케팅에 들어갔고, 세일즈 경력의 친구는 MS 세일즈 팀에 들어갔다. 이렇게 MBA 경험만 가지고는 들어갈 수 있는 포지션은 별로 없다. 구글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선배 분과 식사를 할 때 그분은 나에게 "IT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 경력으로는 차라리 컨설팅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전략팀으로 들어오는 것을 추천해요"라고 말해줬었다. 


<출처: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는 모든 업무를 아울러 볼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아마존은 MBA 학생들을 PM으로 채용하는 걸까?

아마존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게 보인다. 이전 MBA 시리즈에서 설명했듯이 아마존의 PM은 제품이라는 작은 회사의 사장이다 (흔히 회사에서는 작은 스타트업의 CEO라고 표현한다). 물론 프로젝트에 따라서 업무가 천차만별이지만 우선 필자의 업무에 국한하여 이야기해보자. PM이란 "고객의 니즈를 뼛속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제품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자리이다. PM의 가장 큰 역할은 제품에 대한 비전을 팀원들에게 제시하고, 제품 관련 업무를 (정말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아마존은 PM들이 Business 측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Technical product manager ("TPM")라는 포지션을 따로 뽑는다. 이들은 기술 현실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PM이 ABC를 만들자 라는 결정을 내리면 TPM은 ABC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테크팀과 시스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물론 PM들도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코딩 및 시스템 공부를 하지만 전체적인 기술적 총괄은 TPM에게 맡길 수 있다 (스타트업의 CTO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PM은 Business & Customer needs를 고민하고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내리는데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아마존의 구조가 참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일을 세분화시키고 PM이 전체적인 관리를 함으로써 제품이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한다. 그렇게 PM은 제품 개발부터 전략, 세일즈, 마케팅, 법률, UX 등 모든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마존은 MBA 졸업생들이 이에 최적화된 인력이라고 믿는다. 이는 창업 초기 베조스가 스탠퍼드 MBA 졸업생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다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MBA를 더 신뢰하는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믿는다.

 

<출처: 구글> 모든 문제들은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온다


아마존에는 참 많은 종류의 PM들이 있다.

우선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제품들을 가지고 와서 유럽,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제품을 론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그들은 International expansion 팀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미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고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복사 + 붙여넣기를 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PM들은 해당 국가의 문화와 고객 성향을 파악한 후 제품을 localize 하여 론칭하는 업무를 한다. 좋은 예로는 싱가포르에 아마존 프라임이 출시되었던 것과 최근 터키에 Amazon Business (i.e., B2B Marketplace)가 론칭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장점으로는 새로운 국가 론칭에 대한 경험이 생긴 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론칭해야 하는 국가들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요시하는 경험이다) 단점으로는 실제 본인의 제품이 아닌 타인의 제품을 변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결정권이 많지는 않다.


다음으로는 해당 지역에서만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필자가 현재 하는 업무가 이와 같은 일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럽 Marketplace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세금 계산서를 자동으로 계산하여 소비자들에게 전달을 해주는 자동화 서비스이다. 유럽 EU28 국가마다 부가가치세 세율이 다르고 또한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애틀에서 제품을 개발하다가 모든 팀을 유럽 룩셈부르크로 옮겨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일은 고객의 옆에서 하라는 방침을 따라 실제로 고객의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장점은 내 제품을 만든다는 게 가장 좋다. 아마존에서 그 누구도 만들지 않은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에서 큰 성취감을 얻는다. 허나 단점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만들지 않은 기술을 만들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것도 없고 막막한 경우들이 자주 일어난다. 물론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희열을 느끼기에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제품을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유지에 초점을 두는 PM들이 있다. 아마존에서 제품이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메인 화면부터 제품을 검색하고 처음으로 보이는 검색 결과 페이지 (Search page), 제품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 Detail page 들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각 페이지마다 PM이 있는데 그들은 이 페이지를 유지하며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feedback loop을 통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유지한다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마존 내에서는 가장 중요한 페이지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장점으로는 아마존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들을 만지는 사람들이고, 단점으로는 워낙 민감하고 조심해야 하는 페이지이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그들은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페이지들을 어떻게 변경해야 최상의 제품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 세 가지 업무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로 고객의 소리를 들어 제품을 개선한다는 점이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부서와 협업하고, 협의하고, 또 협의한다는 점이다.


<출처: 구글> 고객에 집착하는 회사.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인 회사


개인적으로 필자는 포지션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UX 디자이너와 제품 페이지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나가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논의한다. 마케팅 팀과 함께 고객의 소리를 듣고 마케팅 전략을 결정하고, 세일즈 팀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셀러들에게 피칭할 것인지 알려준다. 매 분기마다 변경되는 세법에 대한 공부를 하고 법률/세금팀과 주기적으로 모여 제품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한다. 물론 그만큼 모르는 내용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는다. 출근하면 유럽과 아시아 팀들에게서 수많은 질문들과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보게 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변경한다. 물론 제품을 통한 셀러들의 매출 증가와 고객들의 pain point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받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스트레스받는 만큼 얻는 것도 많고,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포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9년에는 작년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확실한 해답은 없지만,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아마존 고객들이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복잡한 그 과정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아마존 PM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영어로 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