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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an 09. 2019

회사에서 영어로 일하기

"하이 에릭 (어색하지만 필자 부서의 임원 이름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아무리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했더라도 필자의 경우 "일"은 한국에서만 했다. 영국 유학 후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삼성에 입사를 했었는데, 그 후 5년간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입사 초기 한국어 실력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을 늘리는데 집중했었다. 그 당시 기본적인 단어들도 바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부족했다. 결국 많은 상황을 네이버와 함께 헤쳐나갔고, 사내 메일 작성 시 몇 번의 검토 후 전송 버튼을 눌렀다. 물론 점차 익숙해지니 빠른 속도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수 있었고, 오히려 외국에서 유학한 게 거짓말인 것 같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Sky캐슬 세리처럼). 삼성에서 근무할 당시 논문을 보지 않는 이상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그나마 외국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나 영어를 사용했었는데, 이러다가 정말 영어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자주 했다. 필자는 입사 5년 후 MBA에 진학했고 졸업 후 아마존에 입사했기 때문에 "영어로 일하는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준비한 내용은 필자가 영어로 근무하는 환경에서 배운 점들과 어려웠던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오늘 사진들은 글의 내용과 전혀 상관 없습니다.


회사 영어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영어에는 차이가 있다. 

업무 내용에는 그 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들은 아무리 미국인, 영국인들이 듣더라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의 경우 영어로 일해본 적도 없고, IT 회사에서도 근무해본 적 없으며, 세금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연고가 없는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 이방인의 느낌이랄까. 덕분에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입사 첫 주 런던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두 개의 메일을 받았다. 필자의 매니저는 "기존에 내가 담당하던 회의인데, 이제 네가 제품의 담당자이니까 네가 진행하는 게 맞을 것 같아. 트레이닝 끝나고 돌아오면 바로 진행해"라고 메일을 보내줬다. "입사한 지 이제 3일 되었는데 벌써 회의를 진행하라고?" 라며 어이가 없었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필자의 매니저는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서 학생을 바다에 던지는 스타일이다. 막상 물속에서는 괴롭지만 수영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그러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배 사원들은 이렇게 가르치지 못할 것 같다). 결국 입사 후 바로 두 개의 회의를 진행했는데 첫 번째 회의는 변호사와 회계사 그리고 세금 관련된 전문가들과 진행하는 회의였고, 두 번째는 유럽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account manager들에게 보고를 받는 회의였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고, 영어로 회의를 진행해본 경험도 전무했던 내가 이걸 잘 진행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에 회의 전 날은은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내가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였다. 필자가 회의를 진행하니 내용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복잡한 내용이 논의되면 못 알아듣을게 뻔했다. 그렇기에 화상 회의를 하기 전 구석에 있는 아마존 전화박스 (phone booth)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집중해서 회의를 들었다.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없나 초조한 마음에 단어들을 곱씹으면서 일을 했었던 것 같다. 초반 회의를 진행할 때는 토픽에서 다른 토픽으로 넘어가는 것도 어색했고 (더 질문이 없다면... 넘어갈까? 이런 느낌이랄까), 직원들에게 질문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었는데 그 당시 동료들은 크게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줬다. 삼성에서의 회의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회의실 내 가장 높은 사람의 의견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직급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중 회의 진행자는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다음 회의 전까지 할 action item들과 오늘 다뤘던 내용들을 요약하는 것이다. 허나 초반에는 많은 내용을 놓치면서 회의를 진행했다. 조그마한 전화박스에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 중 어색한 적막이 흐르는 순간이 있다면, 왠지 내 잘못인 것 같아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결국 이 전화박스에서 통화를 하는 게 습관이 되어, 필자가 진행되는 회의가 있을 경우 매일같이 전화박스에 들어가 회의를 진행한다.



생각해보면 매니저의 지나가듯이 했던 말이 참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는 입사 후 롤모델들을 찾았어. 회의를 잘 진행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질문을 잘하는 사람. 그리고 이 사람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너도 한번 그런 사람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배우려고 해 봐.

내가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 이 조언이 회의 능력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줬던 것 같다. 필자의 롤모델은 매니저다. 그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참석인 들을 모두 긴장하게 만든다. 도출하고자 하는 내용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의견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모습을 배우기 위해서 매니저가 진행하는 회의가 있으면 그의 어투와 회의 중 그가 타인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물어보는지 연구했다. 단순히 회의를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 전 오늘은 어떤 문제를 다룰 것이고, 참석 인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XYZ와 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거야 라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배웠다. 물론 전략적인 부분만 배운 것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Soft skill도 많이 배웠다. 회의를 시작할 때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필자는 회의 전 드립 대잔치를 벌인다), 회의 의제에 대한 설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배웠다. 즉 "영어에 대한 새로운 공부"를 한 것 같다. 덕분에 최근 25명이 참석한 Offsite에서도 큰 부담 없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결국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더라. 주변에 본받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을 벤치마킹하여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물론 영어로 회의를 참석하다 보니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필자의 제품을 타 국가에 론칭하기로 결정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화상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 아마조니안들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진행자는 필자에게 진행상황에 대하여 질문했는데, 그때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매니저를 바라보며 "나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라는 눈빛을 보냈고, 시크한 매니저는 필자를 약 3초간 바라보더니 진짜 "못 알아듣겠어?"라고 차갑게 질문했다. 순간 얼굴은 빨개졌고 "응 미안 나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라는 답변을 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한숨을 쉬면서 "미안하다. 얘 지금 우리가 하는 말 잘 이해를 못 하는 거 같으니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이야기하자" 라며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는 그는 "우리 팀 때문에 론칭에 문제없도록 해"라는 말을 하고 퇴근했는데, 그 당시가 금요일 저녁 7시였다. 


퇴근해서 주말 내내 집에서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라며 많은 고민을 했다. 그 당시 룩셈부르크에서 자유롭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수습 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그 주말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힘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 후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하면서 공부했다.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기초부터 탄탄히 배우려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성공적인 론칭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영어를 아무리 오래 했어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색다른 언어이다. 아무래도 영어로 근무를 하게 되면 부딪힐 수밖에 벽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결국 누구든 한 번쯤 부딪혀보는 벽이기에 여기서 중요한 건 쓰러지는 게 아니라 다시 배우고 똑같은 실수가 없도록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영어와 관련해서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

아마존에서 근무하면 모두가 영어를 잘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정말 (경기도) 오산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의 모든 한국인들이 말을 잘하지 않는다. 표현에 미숙한 사람이 있고 발표를 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인, 영국인이라고 해서 발표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의 경우는 외국인들이 워낙 많다 보니 영어를 우리가 생각하는 원어민의 수준보다는 제2 외국어이지만 잘하는 느낌의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회의실에 들어가 보면 모국어 악센트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경우 발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미국인들과 동일 발음을 얻기 위해서 연습을 하고, 발음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반기문 전 총장의 연설을 보고 영어를 못 한다라고 결과가 나왔던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막상 일하다가 보면 그 나라의 악센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미국 사람의 경우 영어만 할 줄 알지만, 그들은 모국어에 추가적인 언어로 일을 한다는 것인데 이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그렇기에 영어가 완벽하지 않더라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문법이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로 충분한 것이다. 매번 이 포스팅에서 다루는 내용 같지만, 아마존에서는 "글"이 참 잘 활용된다. 각 국가의 담당자들이 화상 회의를 할 경우, 사전에 글을 준비함으로써 영어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도 충분히 본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외국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영어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매니저의 경우 내용 설명이 정확하지 않으면 다시 준비시키거나 제대로 표현할 때까지 질문했다 (초반에는 정말 무서웠다). 그는 자기를 어린아이라고 가정하고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과 같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지금도 개선 중인데, 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누구에게나 흥미롭고 재밌게 들렸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그 발표 준비를 했는지 이제야 조금 감이 올 것 같다. 처음 입사하고 메일을 작성하는데 30분이 걸렸다. 띄어쓰기를 잘못한 것은 없는지 (이 글에도 있을 것이다), 문법적 오류는 없는지, 단어를 잘 못 적은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메일을 보내곤 했다. 마찬가지로 아마존 입사 후 영어로 메일을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반복적으로 메일을 작성하다 보니, 마치 한국어 메일의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영어 메일도 편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많은 걱정을 한다. 하지만 걱정 말아라. 결국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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