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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an 11. 2019

때론 나도 회식이 그립다

"올 한 해도 힘내 봅시다. 건배!"

회식. 어느 누구는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누구는 스트레스를 얻는다. 팀 화합을 위하여 진행하는 회식은 되려 상급자의 권유에 따라 원하지 않는 술을 마시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장소에 끌려가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회식들도 많다. 삼성의 경우 (일반화를 하기 싫지만 필자의 경험상에는) 회식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강제로 술을 마셔야 하는 경험들이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물론 필자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삼성에서의 회식 자리는 괜찮았다. 이전 글들을 읽으면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외국에는 저녁에 회식을 하는 일이 없다. 개인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유럽 사람들은 주로 점심 회식을 한다.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기에 오늘은 두 경험을 다뤄보겠다. 삼성과 아마존. 오늘은 두 회사의 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 이제 늦었으니 모두들 일어나시죠.

삼성의 회식 문화는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삼성 인사팀은 다양한 회식 문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119"라고 하여 1가지의 주종으로 1차에서만 9시 전에 끝내자라는 귀여운 캠페인도 했었는데, 회사 방침을 잘 따르는 삼성 사람들은 곧잘 9시에 회식을 마무리했다. 그 외 대리급 직원에게 회식 후 모든 사람들이 바로 귀가할 수 있도록 감독과 같은 역할을 시키기도 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퇴사하기 전까지 회식 장소와 시간을 잡았기에,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는 8시반즘 위와 같이 "이제 집에 가시죠"라며 회식을 끝냈다. 어떻게 보면 참 좋은 분들과 일했기에 큰 탈 없이 이런 문화가 잘 정착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윗 분들 역시 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필자의 팀 같은 경우 월 1회 팀 단체 회식을 했었는데, 종목은 막내 사원이 먹고 싶은 걸로 결정했었다 (이것도 참 좋았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술을 먹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강요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한약을 먹고 있다면 그 누구도 술을 권하지 않았다. 친한 동료들끼리 앉아서 회사가 내주는 돈으로 저녁도 먹고 술을 마시다가 9시 전에 끝난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물론 재밌는 추억들도 많다.


어렸을 때 모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 있었다. 그 회사의 경우 정말 무서운 (TV에 나오는 회식 문화보다 약 8배 심한) 회식 문화를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늘 회식이라고 한다면 5시에 모두 퇴근하여 5시 반까지 식당에 도착하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자리는 대부분 새벽 2시까지 이어졌는데 마지막은 팀장님을 포함하여 피시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경기는 4:4 였지만 실제 게임은 3:4. 시작과 함께 팀장님의 위치가 파악되면, 그 위치를 제외한 곳에서 서로 전투를 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 게임을 하면 팀장님의 "캐리어"들이 모든 장소를 돌아다니며 적군들을 물리치면서 회식이 끝났다. 귀가하면 약 새벽 3시. 거기서 3~4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아침 8시 전까지 출근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다음날 사람들은 숙취로 오전에는 업무를 하지 못하고 오후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회식 다음날은 자주 늦게까지 야근하다가 퇴근했다. 참 비효율적인 회식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회식이 신기하고 비교할만한 대상도 없었기에 큰 불만 없이 회식에 참석했었다. 물론 이는 10년 전이기 때문에 해당 회사의 회식 문화도 많이 변화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필자가 그리워하는 회식은 단체 회식보다는 친한 동료들끼리 했던 소박한 회식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인지라 회사 내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퇴근 후 가볍게 나누던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팀에서 업무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소주 한잔 기울이곤 했었다. 필자의 경우 조개찜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걸 잘 아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러 갈 때마다 조개찜을 먹으러 간다고 하면서 필자를 유혹했다. 직급과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회사에 대한 회포를 풀었던 그 시간. 그 시간은 고된 회사 생활을 지탱해주는 레드불과 같은 존재였다.


작년 9월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삼성 분들을 만나러 동탄에 간 적이 있다. 퇴사 후 2년 만에 뵈는 분들이 계셔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실제로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설렜던 것 같다. 그 당시가 목요일이었는데,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함에도 모였던 7분 모두 새벽 2시 반까지 자리를 지키며 술잔을 부딪혔다 (필자가 제일 먼저 집에 간다고 선포했다가 붙잡혔다). 그리고 그 날 귀가하면서 술김에 친구에게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카톡을 보냈는데 정말 그리운 시간이었나 보다.



반대로 아마존의 회식은 조촐하고 깔끔하다.

외국 회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회식 문화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입사 후 첫 회식이 "Welcome lunch"였는데, 사무실 앞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점심 식사하고 온 것이 다였다. 따로 회사에서 회식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이 계산을 하는 그런 깔끔한 시스템이다. 그 후 약 1년간 회식이라고 할만한 경험이 5번이 되지 않으니 (전부 점심이었다) 왜 필자가 한국에서의 회식을 그리워하는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퇴근 후 개인의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굳이 회사 사람들과 저녁 그리고 술을 먹는 것보다는 점심에 모여서 회포를 풀고 퇴근 시간에는 집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술을 안 먹는 것은 아니다. 미혼 + 결혼했지만 와이프가 늦게 퇴근하는 친구까지 하여 4명이서 매일 목요일마다 자체 회식을 한다. 팀 전체에 캘린더 초대를 보내지만 결혼하신 분들은 칼같이 퇴근을 하시기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렇게 젊은 직원들끼리 맥주를 마시며 한국과 비슷하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나마 고달픈 회사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리이다. 그 외 목요일 혹은 금요일엔 사무실에서 술을 마신다. 아마존 건물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면 맥주나 와인 혹은 샴페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굳이 바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하우스 파티처럼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면서 일을 한다. 삼성 근무 당시 술을 마시고 일을 한다는 자체를 상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꽤나 신기했는데, 독일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팀 런치를 할 때도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시고 디렉터와 회의를 하다가 회의실에서 맥주가 발견되면 마시면서 이야기한다.



회사 생활은 언제 즐겁다고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호기심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자주 관찰하고 본인의 상태에 대하여 self-reflection을 주기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필자가 내린 결론은 아래 3가지 요소들이 충족될 때 "회사 생활이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우선 업무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어야 한다.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해냈구나. 내가 어떤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부분에서 많은 동기부여를 느낀다. 두 번째로는 개인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속도가 붙고 노하우가 생기지만, 더 이상 배움이 없다고 느꼈을 때 업무의 무료함을 느낀다. 보고 배울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도전적인 일을 통하여 개인이 발전할 때 필자는 업무가 즐겁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주변 동료들과의 유대감이다. 결국 일은 먹고살자고 하는 것인데, 주변 동료들과의 chemistry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경할만한 매니저와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들이 있고 다 같이 함께 일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크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된다. 아마존의 경우 처음 두 가지의 요소를 잘 충족하는 반면에 세 번째는 약간 아쉬운 게 있다. 개인주의가 강한 회사이기 때문에 본인의 일만 잘하면 된다. 그만큼 책임도 본인이 지기에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얇은 벽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문화 덕분에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한다.


그래도 가끔은 퇴근하면서 그런 날이 있다. 따듯한 국물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이나 한잔 하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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