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한 팀 아닙니까?"
기업의 목적은 분명하다. 대표, 직원, 주주 모두 기업에게 기대하는 방향 역시 확실하다. 하지만 막상 그 조직 속으로 들어가 보면 부서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를 것이고, 예상치 않던 부서 간의 잡음이 들릴 것이다. 슬프게도 기업 내 부서들이 사이좋게 협업하는 것을 보기는 힘들다. 회사를 위한 큰 그림은 같을지 몰라도 다른 목표는 서로를 걸림돌로 만들기도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부서 간의 불협화음. 오늘은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뤄볼까 한다.
필자 역시 타 부서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들이 정-말 많았다.
예를 들어 고객사에 30일 내로 샘플 제출해야 할 일이 있다면, 부서 A의 경우 본인들의 일정을 넉넉히 잡은 뒤 15일 내로 필요하다며 부서 B를 쪼는 (?) 케이스들이 자주 봤다. 덕분에 부서 B는 주말을 반납하면서 일정을 맞췄는데, 막상 부서 A가 거북이처럼 업무 하는 것을 보며 허탈감도 많이 느꼈다 (우리가 그들의 평균 업무 속도를 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듯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부서 간 신뢰는 무너졌고, 해당 부서에 대한 거부감도 생겼다. 모든 요청들이 거짓으로 보이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도와줄 일들도 꺼려지게 된다. 물론 사이가 좋은 부서들도 많다. 서로의 업무량을 사전에 고려하고, 관련부서가 해결하기 벅차다고 느껴진다면 본인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영어로 자주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roll up your sleeves") 같이 업무를 하는 부서들도 있다. 이런 부서들의 부탁이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서로 도와준다. 조금만 서로를 이해하여 사이좋게 근무를 하는 간단한 해법이 있는데도 왜 모든 부서들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일까?
경험에 따르면 서로가 서로의 업무에 대하여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본인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에 사내 카페나 휴식 공간에 가보면 하루 종일 핸드폰 게임을 하는 사람, 다른 직원들과 계속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흔히 보인다. 왜 똑같은 봉급을 받으면서 그 사람들은 편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나는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왠지 그 사람들이 부럽고 밉기도 하다. 이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고과를 받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회사가 돌아가는 속도가 오늘따라 느려 보이는 이유는 왠지 그들 때문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건 당신의 오해일 수도 있다. 그들 역시 힘들게 일하다가 조금 자유로운 하루일 수도 있고, 다른 결과를 기다리거나 타 부서와 협의 중 일수도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이 어떤 업무를 이해하고 경험해보는 게 그들을 이해하기 가장 좋은 시작일 수 있겠다.
예전 타 부서에서 "아니 이 녀석들은 도대체 일을 하는 거야?"라며 우리의 프로젝트를 퇴짜 놓으시던 차장님이 계셨다. 덕분에 개발 일정은 항상 지연되었고 그분을 설득하는 게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 누군가 임원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흘러가듯이 이야기를 했고, 이러한 사태를 파악한 임원들 역시 "직원 간 로테이션 (Rotation)을 적용해보자"라는 의견을 주셨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멈추고 부서를 옮기라고?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는 게 전문성을 높인다고 생각하던 우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결국 그 차장님이 우리 부서에 오셨다 (이는 굉장히 혁신적인 인사이동이었다). 물론 1년짜리 로테이션이었지만 그분은 본인이 가장 반대하던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그분에게 여쭤보니 우리 부서의 이미지는 "뭔가 일은 크게 벌리지만 막상 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부서"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6개월이 지났고, 그분은 우리 부서에서 가장 "Hands-on" (본인이 직접 실무에 뛰어드는) 인력이 되었다. 막상 업무를 경험해보니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업무 지시만 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몸소 실무를 진행하셨다. 이는 실무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기존의 상사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의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더 으쌰 으쌰 하며 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험적으로 진행된 로테이션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기존의 부서로 돌아간 차장님은 개발팀의 업무 방식을 완벽하게 파악하셨고 실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려고 노력하셨다. 사내 가장 불협조적인 분이 가장 협조적으로 변하는 간단한 마법 - 직접 그 일을 해보면 된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서 업무를 바라본다면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시간문제 였다.
사내 로테이션의 영향력은 굉장히 파워풀하다.
부서 간 업무 방식을 배우는데 로테이션 (Rotation) 프로그램만큼 좋은 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재를 고용하고, 그 직원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멘토십으로 지원해주는데, 왜 굳이 팀을 옮겨서 일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논리적이지 않은 생각인데 왜 로테이션이 좋다고 하는 것일까?
로테이션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회사는 직장인 사춘기에서 오는 슬럼프에 대하여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면 무료해진다. 특히 요즘 밀레니얼들은 본인이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면 이직이나 창업 혹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퇴사를 고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브런치만 봐도 "서른 살의 퇴사" "직장생활 1년 그리고 퇴사" 등과 같은 형식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에게도 로테이션을 통하여 다른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역량을 늘리면서 많은 희열을 느낄 것이다 (물론 퇴사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으로 로테이션은 사내 정보의 흐름을 활성화한다. 각 부서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 혹은 단점들을 경험함으로써 이를 기존 부서에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장점이란 부서마다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고, 회의 방식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잦은 교류로 서로를 더 좋은 부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네트워킹이다. 결국 부서 관계란 인간관계이다. 국내외 기업 모두 사람을 얼마나 잘 알고 있냐에 따라서 협의 속도도 달라진다. 한 번이라도 술을 기울인 타 부서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할 경우 잡음도 없고, 되려 서로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로테이션을 통하여 친분을 쌓게 된다면 부서들이 더 사이좋게 근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단점도 있다. 개인이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기에 로테이션을 꺼려할 수도 있다. 결국 Generalist vs. Expert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본인의 목표가 Leadership 쪽인지 아니면 조금 더 Technical advisor 쪽인지 고민해보는 게 중요하다. 회사의 입장에서 리더십이라면 전반적인 회사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통한 Generalist가 좋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마다 본인의 목표가 다르기에 회사는 이를 존중해주며 프로그램을 지원해야한다. 무작정 "로테이션이 좋데! 너 다른 부서로 가!"가 아닌 "여기서 로테이션을 하고 싶은 사람들 있나요" 라며 모든 직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 역시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직원이 원하는 경우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 필자의 경우 현재 아마존 MBA Leadership Program이라고 하여 1년 반마다 부서를 옮겨 다양한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참여 중이다. 덕분에 반년 후에는 부서를 옮겨야 하는데, 이제 막 업무 적응을 끝내고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또 다른 변화가 올 미래의 모습에 설레이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일이 편해지면서 나태해지기 좋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 로테이션으로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충분히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말도 안 되는 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포지션을 유지한 채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고, 혹은 동일한 팀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이는 전적으로 직원이 결정하는 문제로 우리는 이를 Amazon career development라고 한다. 심지어 개인적인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고 싶다면 업무하는 나라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친하게 지내던 타 부서의 친구는 다음 주 시애틀로 부서를 이동했고, 필자와 자주 일하는 세금 전문가의 경우 기존에 룩셈부르크에서 근무하다가 "흠 이제 어디서 살아보지"라는 고민 끝에 파리 오피스로 이동했다. 물론 본인의 팀은 거기 없지만 화상 회의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필요에 따라 출장을 다니며 업무를 진행한다.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고 일에 치이다 보면 서로를 이해할만한 여유가 없다. 필자도 그랬고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 일을 줄이거나, 사람을 더 채용해서 일을 분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도입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회의를 가는게 전투를 하러 간다는 마음가짐이 아닌, 친한 동료들과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 편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업무의 결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 역시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