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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an 28. 2019

유럽에서 살면 좋은 3가지 이유

"3가지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영국과 프랑스에서 다녔기에 유럽 생활을 나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유럽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직장인이 바라본 유럽 생활 (특히 룩셈부르크에서), 오늘은 그 장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출퇴근과 휴가의 자율성

유럽에서는 직장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출퇴근 시간"과 "휴가"에 대한 자율성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업계와 상관없이 기업들은 개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부여하는데,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반에는 많이 낯설었다. 물론 밤늦게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거나 대충 얼굴만 보여주다 퇴근하는 극단적인 케이스들을 찾아볼 수 없다. 상식선 내에서 결정하면 되고 혹여나 무책임하게 일을 함으로 생기는 책임 역시 개인이 지면 된다. 처음 적응되지 않았던 이 자율성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러워졌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개인의 자율성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입사 첫날 8시 반에 출근했다. 아마존 사무실의 경우 센서를 사용하여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데, 밖에서 바라본 어두운 사무실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었다. 의자에 앉아 멍 때리며 누군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는데 "혹시 내가 다른 사무실로 들어온 것인가"라는 생각에 여러 번 주소를 체크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9시 이후로 출근했고 10시가 조금 넘으니 사무실이 가득 찼었다. 누구는 자녀를 학교에 내려줬고 누구는 오전에 은행 업무를 보고 왔다. 사무실 출퇴근 시간은 따로 기록하지 않고 (매니저 말로는 유럽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을 양심에 맡긴다. 자유롭게 출근하고 (물론 업무를 같이 하는 타 부서들과 너무 다른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은 안되지만) 업무가 마무리되면 퇴근한다. 퇴근 시간 역시 정해져 있지 않는데 대부분 8~9시간 정도 일을 하고 퇴근 준비를 한다. 


매일 칼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럼 일을 하기는 해?"라는 질문을 한다. 국내와 해외 기업을 모두 경험해본바, 일을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삼성에서 근무했을 때와 가장 큰 차이로는 업무 시간에는 정말 "일"만 한다는 점이다. 커피타임이나 긴 점심시간을 갖지 않고 업무만 집중하다가 끝나면 집에 간다. 친한 동료들끼리 커피도 마시고 퇴근 후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사용한 시간만큼 양심적으로 추가 업무를 한다. 업무 시간으로만 본다면 편해 보이는 회사 생활이지만, 삼성에서 늦은 시각까지 야근하던 시기와 비교해본다면 더 많은 업무량이 매일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타임이 조금 더 적어 보일 뿐이지 퇴근 시간까지 업무를 못 마치는 경우 대부분 집에서 마무리한다. 이는 두 기업의 문화에서 그 차이가 발생했는데, 삼성은 늦게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을 인식되었다면 (적어도 2016년 전까지는) 아마존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는 사람은 본인 업무를 컨트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업무를 제대로 배분하지 못 한 매니저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주어진 일을 할 정도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 (새로운 국가 론칭하는 날 혹은 중요 프로젝트 마무리하는 날)는 있지만 이 역시 본인의 선택이지 그 누구 하나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회사생활을 하는 것과 업무에만 집중하다가 퇴근 후 본인의 시간을 갖는 것, 두 기업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커피타임을 굉장히 좋아했다). 다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유럽은 특히 휴가에 너그럽다. 룩셈부르크와 런던 기준으로 우리는 년 25일의 휴가를 얻는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프랑스에 맞추기 위해서 휴가를 27일 그리고 35일까지 순차적으로 늘릴 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다 줘도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다. 작년에 이월한 휴가를 포함해서 필자의 경우 공휴일 제외 30일의 휴가가 있다. 공휴일까지 포함하면 약 2달을 일을 안 하는 것인데 다 쓰러면 정말 부지런하게 쉬어야 할 것이다. 미국/한국의 경우 평균 15일 정도의 휴가가 주워졌는데 필자의 경우 15일도 쓰기가 어려웠다. 유럽에서 휴가를 쓰는 것은 직장인의 당연한 권리이기에 주변 팀원들에게 사전 통보한다면 언제든 쓸 수 있다. 극단적으로 필자의 매니저 같은 경우 2018년 여름 2주 동안 휴가를 다녀온 뒤 일주일 근무하고 다시 2주 동안 휴가를 갔다. 이런 식으로 휴가를 다녀와도 문제 제기하는 사람 하나 없었고 사전에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깔끔하게 대책을 세워놓고 갔기에 오히려 참 좋은 케이스였다. 


입사 초반 휴가에 대해서 매니저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매니저는 휴가를 가고 싶을 때 본인과 상의하지 말고 우선 캘린더를 업데이트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했다. 매니저는 6년 동안 아마존에서 근무를 했는데 휴가를 가려는 사람에게 변경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 게 한번밖에 없었고, 보고와 관련하여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정말 중요한 업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눈치 보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또한 작년 2개의 휴가를 쓰지 못했는데 이를 보더니 "내년에는 더 열심히 휴가를 써서 남는 게 없도록 해. 이월하지 못하는 2개의 휴가는 쓰고 싶을 때 나에게 말하고 그냥 출근하지 마. 휴가는 열심히 써야 해"라고 말해서 살짝 감동받았다. 이와 같이 유럽은 직장인의 권리인 휴가와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 확실한 자율성을 준다. 물론 본인의 업무 상태를 고려해서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말이다.



2.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룩셈부르크에서 근무하면서 더 느낀다고 생각하는데 유럽은 가족들이 살기 너무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공기는 깨끗하고 주변은 안전하다. 유럽이면 소매치기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룩셈부르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작은 국가는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에 공기가 깨끗하고 맑아 밤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다. 겨울에는 런던과 비슷하게 안개와 비에 덮여 살게 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렇게 좋은 날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다. 최근 한국 미세먼지 이슈가 심해지면서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많다. 작년 10월에 귀국했다가 심하게 목이 아팠던 적이 있었기에, 깨끗한 공기에 대해서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화공 출신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어서 빨리 국가/민간 기업에서 작지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해결책들을 냈으면 한다 (삼성에서도 미세먼지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룩셈부르크는 가정을 이루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라도 가족이 있다면 얻는 혜택들이 너무나도 많고 아이들을 키우기에 교육 환경 역시 잘 조성이 되어 있기에 나중에 가정을 이룬다면 살고 싶은 나라이다. 복지의 예로는 기혼자들의 소득세는 약 10% 정도 낮아진다라는 장점도 있고 집 값은 영국만큼 비싸지만 은행 대출 이자가 1%대라는 장점도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은 환경들이 잘 가꿔져 있고 룩셈부르크 교육과정을 받게 되면 기본적으로 4개 국어 (불어, 룩셈부르크어, 독어, 영어)를 한다라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어느 한 가정이 룩셈부르크에 정착하게 되면 잘 떠나지 않는다. 해외 기업들의 유럽 본사들이 많이 위치해 있어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평균 직급과 연령이 높고 대부분 가족과 살고 있다. 그렇기에 국가에서도 가정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나 복지들을 마련해놨다. 실제로 결혼한 동료들과 이야기해봐도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곳이다 (다들 시민권을 생각하고 있다).



3. 여행하기 좋은 위치

룩셈부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에 국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30분 정도만 운전해서 나가면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국경에 도착할 수 있다. 덕분에 차가 있다면 주말마다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 그 외 우리나라 KTX와 같은 프랑스 TGV를 타면 2시간 내에 프랑스 파리 시내에 도착할 수 있고 우리 집에서 16분 거리인 공항에 가서 런던행 비행기를 타면 1시간 이내로 도착한다. 기차표나 비행기표의 경우 3주 전에 구매하면 굉장히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기에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덕분에 2018년에 프랑스와 독일은 정말 주말마다 다녀왔던 것 같다. 9월과 10월 사이에는 파리만 5주 연속으로 갔으니,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잘 보여주는 바이다. 그러나 2018년에는 생각보다 여행을 많이 가지 않았다.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빴기에 금요일 저녁만 되면 긴장이 풀려 소파와 하나가 되었고, 일요일이 되어서야 "여행 좀 다녀올걸"이라는 후회를 했었다. 2019년의 목표로는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더 부지런하게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그 외 장점들도 많다. 

최근 뉴스에 나온 것처럼 룩셈부르크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매월 티켓을 구매해서 타고 다니면 되는데 (체크하는 사람은 없다. 양심에 맡기는 것인데 간혹 경찰을 만나게 되면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관광객이든 내국인이든 상관없이 전면 무료화를 한다고 한다. 또한 겨울이 끝나고 봄부터 가을까지 매월 다양한 축제들을 열어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국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유럽 투어를 하는 가수들은 룩셈부르크에서 시작할 경우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한다. 덕분에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를 룩셈부르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들도 많다. 다음 편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루겠지만 아시아를 경험해본 사람이 유럽에서 살기에 불편한 부분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대도시를 제외한 국가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찾아볼 수 없다. 급하게 물건이 필요할 경우 다음 날 구매해야 한다라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는 한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불편함 같다. 


혼자 살기에는 심심한 나라. 덕분에 출장이나 여행으로 대도시를 가면 얼마나 설레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여행을 가기 전부터 대단히 설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없는 곳에서 며칠만 머무르면 그 룩셈부르크 혹은 유럽의 조용함이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소확행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곳. 그게 유럽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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