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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an 30. 2019

유럽에서 살면 별로인 3가지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나 봅니다"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다. 얻는 게 있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 오늘은 1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꼈던 유럽 (룩셈부르크)에 대한 단점에 대해서 다뤄보겠다. 아무리 워라밸과 공기가 좋아도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외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본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1) Family and Friends

가족들과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단점이다. 필자의 경우 중학교 때부터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한국을 갈 때마다 떨리는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게 어찌나 설레던지, 귀국 일주일 전부터 괜히 혼자 웃고 다니고는 했다. 대학원 졸업 후 한국에 정착하여 5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는데 그 기간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면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일에 치여서 스트레스 받는 날들도 있었지만 퇴근 후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게 엄청난 행복이었고 가족들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다. 결국 배움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MBA를 오게 되었지만 졸업 후 한국 혹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근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처음 아마존 입사 합격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너무 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물리적으로 먼 유럽에 가서 새로 정착해야 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으나 커리어적인 기회가 너무 매력적이라 결국 유럽을 선택했다. 지내보니 참 매력적인 나라이라는 것을 느꼈고 작년 추석에 부모님과 함께 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온 후 이 곳에서 몇 년을 지내는 게 나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같이 근무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 주변 국가 출신들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덕분에 그들은 금요일 저녁만 되면 캐리어를 끌고 와서 퇴근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주말이 되면 인구의 50%가 외국으로 나간다고 한다. 그만큼 외국인 비율이 높다는 증거이며 (특히 유럽인들) 또 한편으로는 주말에는 도시에 사람이 없다는 소리이다. 여행을 가지 않는 주말에 거리에 나와보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특히 일요일). 죽은 도시의 느낌이 드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 있다는 사실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물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결론은 결혼인가...


유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같이 유럽에서 살고 있다 보니 정신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 돌아보면 생각보다 유럽에서 직장을 구한 친구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귀국을 했기에 현재 대학원생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전부이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연말 모임을 하고 결혼식을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 Food

음식을 빼놓고 삶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미식의 나라 프랑스가 서편에, 소시지의 나라 독일이 동편에, 와플의 나라 벨기에가 북쪽에 있다고 해도 한국 음식만 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필자의 경우 10년 이상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5년 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 끼니를 한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기흥사업장에 계시는 여사님들 감사합니다), 입맛도 습관이 들었나 보다. 이제는 일주일 내내 양식만 먹으면 한국음식이 애타게 그리워진다. 


룩셈부르크에서 살다 보면 많은 친구들이 걱정을 해준다. 김치는 어떻게 사 먹어? 라면은 살 수 있어? 등등 많은 질문들을 해주는데, 짧게 말하면 룩셈부르크에도 김치와 라면이 있다. 한국 슈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아시아 마트가 있고 거기에서 간단한 재료들 (고추장, 쌈장)을 살 수 있다. 한인 음식점도 3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분이 운영하는 곳들이 아니어서 한 곳을 방문한 뒤 그 후로는 직접 해 먹고 있다. 특히 주변 국가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예를 들어 런던 출장) 돌아오기 전 한인 슈퍼에 들려서 재료들을 잔뜩 산다. 그리하여 김치찌개, 제육볶음, 미역국 같은 음식들을 해 먹고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맛집들, 싱싱한 회, 곱창, 대창, 막창, 조개구이, 제철음식 들을 보고 있자면 "인생 뭘 위해 사는가"라는 회의감이 든다. TV를 보다가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최대한 비슷하게 먹는데, 초밥이 먹고 싶으면 훈제 연어와 아보카도를 사 와서 마끼처럼 만들어서 먹고 돼지갈비가 나오면 있는 재료를 다 사서 만들어서 먹는다. 확실히 집에서 음식을 해 먹다 보니 건강히 먹기는 하지만 단점으로는 매일 "오늘 뭐 먹지"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유럽에 있는 다양한 나라들을 다니면서 그 국가만의 음식과 술을 마시는 재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브뤼셀의 홍합요리, 프랑스의 달팽이, 독일의 카레 버스트 등 필자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필자는 안달루시아에서 먹는 감바스보다 얼큰한 감자탕을 먹겠다.



(3) Slow life

유럽은 느리고 불편함 점이 참 많다. 프랑스에서 은행 계좌를 여는데 한 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고, 필자의 지인의 경우 3달 후 카드를 발급해줬는데 막상 그 카드를 한국 주소로 보내줘서 전혀 사용을 못 한 적도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인터넷 설치를 하려면 3주를 기다려야 했고, 소음이 심해서 창문을 바꾸려고 했는데 현재 5개월이 지난 상태인데도 변화가 없다. 흔히 이런 유러피안 삶을 Slow life라고들 일컫는데, 좋게 표현하자면 여유가 있는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답답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빨리하는 문화는 없고 서로에게 양보해주는 것에 익숙하다. 문을 지나가기 전 뒤에 사람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고, 차가 다니는 거리에서 사람이 건너려고 한다면 멈춰주는 게 당연하다. 며칠 전 심지어 트램이 지나가다가 사람이 건너가고 싶어 하는 것을 보더니 멈춰줬다. 조금 더 일찍 집에 도착하는 것보다 양보하며 서로 나누는 웃음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10월 한국에 잠시 귀국 했을때 유럽이라고 착각하고 차가 지나가는데 자신있게 걸어가다가 교통사고 날 뻔했다 (구독자분들도 항상 차 조심하길).


하지만 유러피안의 삶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저녁 8시가 되면 모든 상점들이 닫는다. 필자의 경우 7시쯤 퇴근을 하는데 회의가 늦게까지 있어 8시에 나오게 되면 그날은 집에 있는 재료들로만 음식을 해야 한다. 이는 주말 역시 마찬가지인데 토요일은 평소와 같은 시간까지 마트가 열고 일요일에는 오전 근무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에는 마트가 열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급변한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일요일에 혹시라도 늦잠을 자면 정신없이 일어나서 마트를 다녀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든 편의점을 찾을 수 있고 24시간 내내 열고 있는 마트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러한 마트는 그림의 떡일 뿐 필요한 물건은 사전에 구매해놓는 게 습관이 되었다. 


입사 후 유럽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친구들이었는데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왜 유럽의 슈퍼는 8시까지 밖에 하지 않는가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 일찍 닫아버리는 마트 때문에 모든 친구들 역시 불편함을 이야기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출근하기 전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짐을 집에 놔둔 후 출근한다고 한다. 적어도 런던의 경우 22시 혹은 24시까지 하는 마트들도 많은데 왜 우리는 그런 게 없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던 와중 프랑스 친구가 나즈막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금 편하려고 거기 일하시는 분들의 저녁시간을 빼앗는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을까?

그의 한마디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불편하지만 참 좋은 제도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간의 불편함을 선택함으로 모두가 워라밸을 챙기게 하는 문화"에 이렇게 모두가 동의할 수 있었기에 유럽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큰 불평 없이 지속되는 게 아닐까. 



한때 이방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담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내년에 저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현재는 정말 그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룩셈부르크에는 아시아 사람이 많지 않다.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전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출근길 트램에 타면 필자 외 아시안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최근 중국은행들이 활발하게 들어오면서 중국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다수는 유럽인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종차별을 받아본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연령대도 높으시고 다들 점잖은 편이어서 (또한 대부분 그들도 외국인이다) 서로에게 조심스럽다는 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피부색이 다름에서 오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아무리 오랜 해외 생활을 했지만 이는 누군가의 눈빛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필자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으로 추후 오래 살더라도 이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사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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