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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Mar 16. 2019

대기업의 복지혜택 <삼성 편>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

요즘 JYP 사옥 구내식당이 인기다. 한 방송을 통해서 박진영은 연간 20억 정도의 금액을 직원들의 식사에 투자한다고 한다. 모든 음식들은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고, 사옥에는 친환경 인테리어를 접목시켜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더 건강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구글의 복지는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하다.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들이 대기 중이고 싱가포르 오피스의 경우 5성급 호텔의 식당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글 직원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사내 위치해 있었으며, 심지어 운동 후 마실 수 있도록 프로틴 음료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방문한 신규 싱가포르 오피스에는 다양한 점심이 제공되었고, 직원들이 출출할 경우를 대비하여 언제든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간식부터 과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놀랬던 것은 사무실의 자동판매기 (vending machine)인데, 그곳에는 사무실에서 필요한 사무용품뿐만 아니라 핸드폰 케이스와 보호 필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외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들도 잔뜩 들어 있었다). 직원들은 사원증을 사용하여 원하는 물건들을 아무 때나 꺼내어 사용할 수 있었고 물론 이는 무료였다. 이와 같은 소위 잘 나가는 회사에는 다양한 복지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회사들은 이렇게 열심히 복지혜택들을 꺼내놓는 것일까?


복지 (福 복 복, 祉 복 지)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복지란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노력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이때까지 무엇을 뜻하는지 느낌 상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정확한 정의는 몰랐다. 그렇다면 회사의 복지혜택이란 "직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혜택이다". 근로복지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대한 복지 제공의무가 있지만 기업들은 그 이상의 복지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기업이 좋으면 인재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복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혹은 "우리는 직원들이 일을 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리서치에 따르면 이러한 환경들은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업무 집중력을 상승시킨다"이라고 대답한다. 회사들은 바보들이 아니다. 물론 직원들의 삶을 걱정하여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오는 이익이 더 클 것임을 알고 있기에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복지가 좋은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뒤늦게나마 이를 깨달은 기업들도 더 좋은 복지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의 복지는 좋은 편이다.

MBA 과목 중 인센티브 제도가 직원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주고 회사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과목을 수학한 적 있었다. 그 과목 프로젝트 중 이전 회사에서 제공했던 복지들이 회사에서 추구하는 목적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를 분석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팀원들과 상의를 하던 중 삼성의 복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서 삼성을 하는 게 어떻냐고 의견을 냈고, 모두들 잘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해서 분석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삼성 복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막상 설명을 하고 보니 삼성에 참 많은 복지혜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팀원 중 다양한 산업 출신 친구들, 특히 타 대기업 친구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그 당시 "이런 복지를 주는 회사가 있단 말이야?" 라며 신기해했다. 심지어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를 해본 적도 있는데 크게 차이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삼성에서 제공하는 것들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삼성인들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다른 회사들을 경험해보니 삼성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 그럼 삼성의 좋은 복지들은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1. 구내식당

필자의 경우 기흥 캠퍼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하루 세끼가 모두 공짜로 제공되었다. 특히 외국생활을 오래 해보고 어려서부터 혼자서 요리를 해먹은 적이 많았던 필자에게 누군가 세끼를 제공한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필자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식당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는데 그 다음부터 음식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졌다. 아침의 경우 테이크아웃 메뉴로 기본적으로 A. 샐러드, B. 컵밥 세트, C. 샌드위치 세트, D. 빵 세트, E. 건강음료 세트가 제공되고 있었고 식당에서 먹는 메뉴로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양식 세트), 해장국 세트, 그리고 평범한 백반 세트 등이 제공됐다. 점심의 경우 매일 같이 변경되는데 약 6개에서 8개의 메뉴가 나왔었고 몸이 안 좋은 경우 사전에 죽을 신청 하면 여사님들이 포카리 스웨트와 함께 죽을 가져다주셨다. 영양사 분들이 항상 건강을 생각하며 음식 구성을 만들었고 계절에 따라서 삼계탕부터 추어탕까지 맛볼 수 있었다. 저녁의 경우 메뉴가 간소화되지만 그래도 약 3가지의 메뉴들을 제공했었다. 덕분에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배고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혼자 사는 필자의 경우 저녁 식사까지 하고 퇴근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장점으로는 참 잘 먹고 다녔던 것 같고 단점으로는 살이 포동포동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회사 음식이 안 맞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도 식사에 불만을 가질 정도면 어렸을 때 음식 투정해서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참 많은 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는데, 퇴사할 때 오지랖 넓게 여사님들에게 가서 감사 인사들 드렸었다. 다양한 테크 회사들의 식사를 경험해본 필자로서 탑을 정하라면 구글과 삼성의 기로에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출퇴근 버스

필자는 양재역 근처에서 기흥캠퍼스로 출근했었다. 다들 기흥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굉장히 멀리서 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 차가 안 막히면 25분 많이 막히는 날에는 4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만약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강남역이나 신사에서 약속을 잡을 경우 서울에서 오는 친구들보다 더 빨리 오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출퇴근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 모든 건 회사의 출퇴근 버스 시스템 덕분이었다. 필자가 처음 면접을 보러 수원캠퍼스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내 버스 터미널이 마치 시외버스 터미널과 같아 새삼 놀랬던 적이 있다. 서울의 모든 지역을 가는 버스들이 있었고 경기도권 다양한 도시를 가는 버스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특히 양재나 강남의 경우 출퇴근 버스가 굉장히 많았는데, 출근 시간에는 약 10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버스들이 오고 갔다. 덕분에 출퇴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고 때로는 우등버스로 출근을 하기도 했었다. 또한 명절에는 출퇴근 버스가 시외버스가 된다. 워낙 다양한 지역에서 상경한 직원들을 위해서, 출퇴근 버스를 시외버스로 변경하여 고향에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삼성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한 참 좋은 복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 야근수당

이건 양날의 검이다. 야근 수당을 주다 보니 사람들이 야근 수당을 받기 위해서 야근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고, 옆 사람이 야근을 하니 눈치가 보여서 같이 야근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52시간 제한이 생기기 전까지 야근의 악순환 (Viscious cycle)을 형성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성은 야근수당을 참 잘 챙겨줬다 (물론 이는 필자의 경험). 평일 어느 근무 시간 이상이 되면 야근 수당을 청구할 수 있었고, 주말에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필자의 경우 야근이나 주말근무보다는 퇴근을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동기 중에서는 야근수당과 추가 근무수당으로 정말 큰 금액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막상 야근수당이 없는 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니 살짝 부럽기도 할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왜 우리가 칼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주기도 한다.


4. 자율 출퇴근제

워낙 잘 알려진 제도이고 많은 기업에서도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일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되는 제도이다. 필자의 팀에서는 생각보다 잘 적용이 되어 급한 은행 업무나 사외에서 일이 있을 경우 잘 사용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GMAT 학원을 가야 할 경우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서 공부를 하고 다음 날 야근을 하면서 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는 팀 분위기와 상사의 스타일에 따라서 잘 사용할 수도 혹은 전혀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5. 반바지 제도 (자율복장)

퇴사하기 약 3개월 전 반바지 제도가 도입됐다. 몇 년 전부터 여름에 반바지 입게 해달라고 요청들이 많이 올라왔었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이를 가능케 했다. 예전 DJ DOC가 부르던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가 이제 반바지까지 간 것이다. 처음 제도를 시도한 날 아무도 반바지를 입고 오지 않았다. 누군가 스타트를 끊어줬으면 하는 눈빛들이 강렬했고 어차피 퇴사를 결정한 필자가 한번 해보자 라고 해서 다음 날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그 하루 종일 지나가는 모든 남성분들이 내 다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시던 상무님은 반바지 입던 내 모습을 보더니 "그래 얼마나 시원하고 좋아"라며 칭찬해주시고 가셨고, 그 다음 날부터 우리 팀원들은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었다.


6. 사내 제품 구매

삼성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역시 참 좋은 제도였다. 물론 말도 안 되게 큰 세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이버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냐에 따라서 할인 폭이 컸기 때문에 TV부터 많은 전자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어느 정도 할인을 해주는 복지를 갖고 있지만 워낙 할인 폭이 작고 몇 번만 사용해도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가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 삼성은 참 혜자스럽다고 생각한다.


7. 교육의 기회

삼성의 경우 정말 수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 다양한 언어들을 배울 수 있고 상사의 허락하에 사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잠시나마 중국어를 배웠던 것이 이번 중국 출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결국 일에 치우치다 보니 교육을 뒷전에 두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무시하지 못한다. 회사에서 스폰서 해주는 MBA 프로그램, 석박사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배우고 올 수 있는 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등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


8. 다양한 콘서트와 이벤트

회사에서는 정기적인 이벤트와 콘서트들도 한다. 봄과 가을에 하는 이벤트의 경우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초대한다. <사랑의 달리기>라는 이벤트의 경우 마라톤을 하고 난 다음 술과 음식을 먹으며 콘서트를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할 때 왔었던 가수들만 해도 엑소, 아이유, 걸스데이, 시스타, 윤도현 등 당시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만 초청했다. 그 외 급 야외 점심 콘서트를 하는데 식사를 하고 나와보니 홍진영, 유리상자, 허각이 노래를 하고 있던 적도 있었다. 무료한 회사생활에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이러한 행사들 역시 외국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참 색다른 복지라고 할 수 있다.


9. 성과급/특별 보너스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전적인 제도에서 성과급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역시 어느 정도의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부의 성과에 따라서 나오는 이 보너스의 경우 같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사업부별 큰 폭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이 잘되고 있는 사업부의 직원과 그렇지 않은 사업부의 직원의 연봉 차이가 몇 천만 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처음 입사하고 나서 성과급이 나온 날 식사를 하러 사외 식당으로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딱 주변을 둘러봐도 성과급을 받은 사람들과 받지 못 한 사람들의 표정이 쉽게 비교가 되었다. 입사를 하고 어느 정도의 운과 실력에 따라서 결정되는 사업부. 이로 인하여 평생의 연봉 차이가 난다면 분명히 많이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의 사업부는 많이 받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근 특별 보너스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삼성의 금전적인 제도는 꽤나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삼성에는 수많은 복지들이 있다. 하지만 삼성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점으로는 복지는 뛰어나지만 그 외 회사를 구축하는 다른 "층"들 (예: 개인의 결정권, 관리의 삼성, 사내 역할 분담)이 서로 잘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복지의 측면에서만 삼성을 바라본다면 타 기업들 대비 삼성의 복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직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해 조금 더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복지. 이제 훌륭한 복지 제도를 가진 삼성은 직원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추가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 그 다른 "층"들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아마존의 복지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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