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태강 Apr 08. 2019

유럽 사람들은 주말에 뭐할까?

"주말은 가족과 함께"

주말을 맞아 근교에 있는 프랑스 낭시에 다녀왔다. 어느덧 유럽에도 완연한 봄이 왔는데 특히 낭시 공원을 거닐며 따스한 햇살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공원에는 가족 단위로 공놀이를 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여유로움이 참 보기 좋았다. 이번 주말 서울에는 벚꽃이 만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셜 네트워크만 봐도 여의도, 잠실 등 다양한 벚꽃 명소를 다녀온 지인들이 사진이 가득했다. 이렇게 봄이 찾아오며 우리의 주말은 더욱 포근해지고 여유로워지고 있는데, 과연 유럽 사람들은 평소에 어떠한 주말을 보낼까? 오늘은 유럽의 대도시가 아닌 룩셈부르크와 같이 작고 귀여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필자의 동료들 중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많기에 그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법을 한번 다뤄볼까 한다.



우선 유럽에선 주말에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기업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주말에 회사를 나간다고 하면 모두들 충격을 받을 정도로 주말은 일에서 멀어지는 시간이다. 물론 다음 주 중요한 일이 있기에 집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한 번씩 회사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이는 강요가 아닌 대부분 개인의 선택이다. 예를 들어 다음 주 중요한 회의가 있기에 사전에 완벽하게 숙지하고 들어가고 싶거나 발표해야 하는 문서 준비가 부족하게 느꼈을 때 잠시 일했던 경험들이 있다. 필자의 디렉터 같은 경우 이전 대화를 통하여 "주말과 휴가"와 관련하여 본인만의 룰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는 주말과 휴가 중에는 절대로 회사 노트북과 핸드폰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본인의 가족과 본인에게만 시간을 할애한다고 했는데, 이를 설명하면서 우리에게도 주말에는 되도록이면 일하지 말라고 했다. 필자의 매니저 역시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주말에 업무 하는 사람을 굉장히 싫어한다. 과거 팀원 중 누군가가 토요일 오후에 단체 메일 답장하는 것을 보고 끔찍하게 싫어했던 그는 이를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동은 모든 사람들이 쉬어야 하는 주말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 역시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므로 그의 금요일 퇴근 멘트는 매번 비슷하다.


주말 잘 보내. 일하지 말고

필자는 한국 근무 당시 주기적인 주말 출근을 했었다. 대부분 누군가의 강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출근한 적도 꽤 있었다) 제품 개발을 할 경우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출근하고는 했다. 주말엔 다른 사람에게 추가적인 업무를 받지 않고 순전히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 출근이 괴로울 만큼 싫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출퇴근 중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에서 한 시간 동안 서있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출근하여 4-6시간 정도 근무했었는데, 입사 초기 바라본 선배들이 주말에 보내 놓은 메일을 받아보면 왠지 그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필자 역시 주말에 출근하여 메일을 보낸 후 퇴근하면 나 자신 역시 참 열심히 산다라는 기분에 뿌듯해하기도 했었다.


필자가 근무했던 곳의 경우 업무를 밖으로 가져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사무실 출근을 했다. 대부분 주말 약속이 저녁에 있었기에 축구와 같은 운동 약속이 아닌 이상 출근한다라는 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일을 하거나, 업무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주말 출근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예를 들어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하는 상사와 일을 할 경우 불필요한 출근들이 생기고는 했는데, 특히 부서원들끼리 돌아가며 당번을 정하기도 했다. 이는 심지어 공휴일 또는 명절에도 이어지고는 했는데 중요한 업무가 있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그러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이런 상황이 오는데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주말에 출근해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해주는 윗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윗사람들에게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일이 없어도 출근하여 인터넷의 파도 속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잔업을 줄이기 위한 회사 차원의 다양한 시도 덕분에 주말 출근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아직도 주말 출근이 잦은 부서가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도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출근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데, 주말 출근과 관련하여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가 경험했던 많은 상사들은 이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주말 출근하는 직원들을 보니 회사가 바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는구나 혹은 더 많은 일들을 우리가 해내고 있으니 경쟁사보다 더 빨리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겠구나. 허나 실체는 그렇지 않다. 직원들에게 주말 출근을 금지시키되 업무 결과는 동일하게 가져오기를 요청한다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꼭 일이 많아서 주말에 출근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차라리 칼퇴와 주말 출근 금지를 시킨다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능률은 오를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는 잔업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특히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들과 Gen Z들의 출현으로 회사에서는 더 이상 주말 출근을 가볍게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바라본 유럽 사람들의 주말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싱글족들

아무래도 룩셈부르크에는 다양한 국가의 유럽인들이 살고 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와 같이 4개의 국가를 마주하고 있는 이 나라에는 룩셈부르크 국민보다 이방인을 더 쉽사리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결혼하지 않은 싱글족들은 주말만 되면 본인의 나라로 돌아가 가족 혹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필자의 팀에 있는 싱글들은 프랑스 파리나 벨기에 나무르라는 도시 출신인데 가까운 거리 덕분에 금요일 점심 후 짐을 싸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파리로 돌아가는 친구의 경우 기차에 올라타 회사 노트북을 꺼내어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이동과 업무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퇴근과 동시에 본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친구를 보며 많이 부러웠던 것이 주중에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주말에는 이전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혹여나 중요한 일이 있거나 집에서 더 머물고 싶을 때는 매니저와 상의하여 이틀 정도 파리 오피스에서 근무를 하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잦다. 아무래도 젊은 그들은 한가한 룩셈부르크의 주말보다는 친구들과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휴식을 갖는 것이다.


2. 아직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들

이분들의 경우 주로 룩셈부르크에 집을 구매하여 아예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자녀가 없기에 조금 더 이동하기 수월한 이들은 대부분 여행을 택한다. 결혼과 동시에 자동차를 같이 구매하는 그들은 짧게는 30분에서 멀리는 4시간 거리의 다양한 유럽 국가로 떠난다. 도시에서 10분만 나가도 독일의 아우토반이 기다리고 있고 위로는 벨기에, 네덜란드, 서편으로는 프랑스, 남동 편으로는 독일과 스위스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멀리 가고 싶어 하는 그들은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여 스페인의 작은 섬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는 친구들도 있고 조금 멀리 그리스의 섬들로 날아가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물론 매주 여행을 하는 것은 힘들기에 룩셈부르크 내에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저번 주에 대화한 타 부서의 매니저 같은 경우 보통 요가와 같은 취미활동을 하거나 혹은 친구들과 친목활동을 한다고 했다. 특히 그녀가 추천한 특이한 액티비티로는 "당일 5개국 Pub crawl" (각 국가에 들려 맥주 한잔을 마시고 다음 국가로 이동하는 일종의 맥주 투어)이다.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의 도시에 들려 맥주를 마시고 마지막에 룩셈부르크로 돌아와 맥주와 저녁을 먹는 코스라고 했다. 바쁘게 이동해야 하고 수많은 맥주를 마셔야 하는 이런 이벤트와 같이 룩셈부르크 커플들은 재미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바쁘게 주말을 보낸다. 최근 필자의 동료가 남자친구와 함께 런던에 다녀왔다. 유럽 내에서도 한국 음식 (K-Food)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그 친구 역시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며 런던의 한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바비큐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여행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설명해줬다. 룩셈부르크 내에서도 주말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다. 최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다양한 퍼레이드들이 있었고 조만간 재즈, 락, 클래식 등 다양한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이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은 부부동반 바비큐 혹은 피크닉을 다니며 이 곳에서 그들의 소확행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3. 자녀가 있는 가족들

기본적으로 연령층이 높은 룩셈부르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하는 중요한 시간인데 특히 놀랬던 점은 이들이 출장 가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새로운 도시로 출장을 가게 된다면 주말을 껴서 그곳을 구경하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녀가 있을 경우 월요일 아침에 출국하여 금요일 저녁에는 무조건 돌아오는 스케줄을 잡는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주말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기에 회사 일이 끝나면 돌아오는게 당연하다고 한다. 필자의 디렉터의 경우 주말에 딸들과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이론 책에서 볼 것 같은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때로 본인이 만든 케이크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는 하는데 맛을 보면 이게 한두번 만들어보는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매니저 같은 경우는 본인의 딸과 함께 공원 혹은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다닌다. 자녀가 좋아할 것 같은 놀이를 같이 하거나 친한 친구 부모님들과 함께 교류하며 지낸다혹여라도 본인의 친척이나 그 외 가족들이 룩셈부르크에 사는 경우 그들에게 주말은 다 함께 모여 맛있는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근황을 묻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가 처음 룩셈부르크에 왔을 때 필자 친구의 사촌 중 룩셈부르크에서 자리를 잡은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룩셈부르크 출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그들의 손녀들까지 한 곳에 모인다. 조금 외곽에 떨어져 있는 조용하지만 고급스러운 이 식당에서 우리는 파스타를 먹으며 할머니가 조만간 가게 되는 브라질 여행부터 필자가 적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는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대화의 꽃을 피웠었다.



유럽인들도 월요병이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업무 중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을 더 좋아한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수요일을 Hump day라고 하는데 마치 언덕의 정상을 찍은 것처럼 남은 이틀만 더 고생하면 주말이 온다라는 말이다. 그렇게 주말을 맞이하면 유럽인들도 본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편안한 휴식과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떠난다. 그것이 여행이던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던지 말이다. 허나 필자와 같은 이방인들에게 유럽에서의 주말은 외로운 시간이다. 물론 여행을 다니면 되지만 매주 먼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때론 이틀 동안 그 누구와도 대화할 기회가 없을 때도 있다. 다행히 필자의 경우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자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벨기에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녔고 이번 주말과 같이 아무도 모르는 유럽 소도시를 다니며 뜻밖에 경험들을 하고 온다. 예를 들어 어제 다녀왔던 낭시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마카롱이 아닌 프랑스에서 처음 먹었던 마카롱의 레시피를 사용하여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평생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맛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는데 앞으로도 이와 같이 어떠한 테마를 잡고 여행길에 자주 오를 것 같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데, 인정하자. 유럽의 주말은 심심하다.



이렇게 유럽의 주말은 뭔가 대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본인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본인들의 소확행을 느끼는 시간들이다.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주말 동안 주변 소음을 걷어놓고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온전히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말은 이쁘게 합시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