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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May 21. 2019

배움에는 끝이 없다

"호기심을 갖고 배움을 멈추지 말아라"

최근 회사 내 지인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필자보다 높은 직급을 갖고 있는 그는 항상 바쁜 스케줄에 쫓기면서도 훌륭한 결과를 냈고 깔끔한 업무처리로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한껏 받고 있었다. 그런데 부서 매니저 한 명이 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팀을 흡수한 것이다.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기존 업무량이 워낙 많던 그였기에 필자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식사를 하러 가면서 "이제 더 정신없어지겠네. 괜찮겠어?"라고 질문하자, 그는 "Of course. I think this is an exciting opportunity to expand my horizons. What more can I ask? (물론. 이번 기회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할 건데 뭘 더 바라겠어?)" 라며 웃으며 대답했고 엷게 미소 짓는 그를 바라보며 그가 진심으로 이 기회를 반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끝없이 배움을 마주한다. 

조그마한 치아들로 이유식 씹고 천장만 바라보다가 작지만 무거운 몸을 뒤집어 본다. 다리에 약간의 힘이 생겨 어딘가에 기대어 일어나기도 하고, 수천번 넘어져도 다시 한번 일어나 아장아장 걷기를 배운다. 어느덧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작은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데, 그렇게 우리는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경험과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 후 누군가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전공과목에 대한 지식들을 얻고, 누군가는 사회라는 넓은 세상을 마주하며 다양한 사고를 갖고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재밌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신입사원이 될 때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눈을 감은 상태로 할 수 있는 복사나 컴퓨터 작업들이 신입사원이 되어 마주하면 이상하게 버벅되게 된다. 그만큼 신입의 시간은 새로운 환경에 들어와 긴장한 상태로 "일"을 배우는 기간인데, 필자는 이 기간이 평생 일을 마주하는 자세를 가르쳐주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첫 사회생활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한국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어색했고 매일같이 쌓여가는 이메일을 한국어로 답변해야 하는 것 역시 상당히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신입사원들이 그러듯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글에 담겨 있을까를 걱정하며 이메일을 쓰고 또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무래도 외국 문화에 익숙했었기에 혹시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했고, 대학원을 다니며 배웠던 것과는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매일이 새로운 공부의 연속이었다. 모르는 것들은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질문했었고 배운 것들은 다시 한번 노트에 필기하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필자의 노트는 조금씩 늘어갔었고 누군가의 전화에서 들려오는 질문에 어설프지만 답변도 하게 되었다.


필자는 삼성 입사를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편이다. 특히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할 경우 삼성만큼 직원들의 교육에 많이 투자하는 곳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의 몇 달에 거친 연수기간을 통해서 간단하게는 상대방을 대하는 에티켓부터 회사가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완성한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들을 배울 수 있다.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필자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 선배와 같은 좋은 선배들을 만나 전문 지식들을 배웠고 그 덕분에 제품에 대한 기초를 나름 잘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대학원 진학 프로그램들도 있고, 직원들의 글로벌적 사고를 늘리기 위하여 지역전문가와 같은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배우기 위해서 삼성을 입사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필자가 경험한 회사 생활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약 3년 정도가 흘렀을까, 어떤 메일을 받아도 크게 당황할 일이 없었고 어떤 회의에 들어가도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지 않을까라며 걱정할 일들이 줄어들었다. 흔히 학습곡선 (learning curve)에서 볼 수 있듯이 필자 역시 배움의 속도가 더디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아무래도 비슷한 업무를 자주 하다 보니 팀이 바뀌지 않은 이상 업무적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장점으로는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조금씩 생각해낼 수 있었다. 또한 배움의 속도가 줄어든 것이지 업무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필자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이 개선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웠다. "내가 밥값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었고 누가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필자에겐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 역시 참 행복했다. 동료라는 것을 떠나서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갖는다는 것 역시 참 운이 좋았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활들이 참 편안하게 다가왔는데, 그와 동시에 아래와 같은 생각 역시 필자의 머릿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앞으로 더 이상 배우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당시 많은 일들은 Top-down 방식으로 (상사로부터 결정이 되어 내려오는 방식) 내려왔었고 그렇기에 담당하던 제품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장점으로는 큰 스트레스받지 않고 위에서 원하는 제품을 일정에 무리 없이 만들면 되었고 단점으로는 본인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의식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윗 분들이 올바른 제품의 방향성을 알고 있다면 Top-down 업무방식은 경쟁사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허나 업무에 대한 편안함과 동시에 무심코 찾아온 배움에 대한 두려움. 아마 그것이 필자가 퇴사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했던 것 같다.

 


퇴사를 고민하면 수많은 목소리들이 주변을 서성거린다. 누구는 배부른 소리라며 퇴사를 말렸고 누구는 회사 밖은 지옥이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허나 그 당시 필자는 "지금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다른 도전을 하지 못 할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했고, 그렇기에 실패하더라도 지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필자의 선택에는 항상 안전장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삼성 생활에 더 이상 배움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경우 5년간 근무하면서 일을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배웠고 이는 실제로 아마존에서 근무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필자가 궁금해했고 경험하고 싶어 했던 것들은 과연 다른 기업들, 다른 국가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일을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조금 더 서두르지 않으면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을까 싶어 퇴사를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아마존에는 새로운 "배움"이 있었다.

리더십 원칙 중 하나인 Learn and be curious에서 볼 수 있다시피 아마존이 원하는 리더들은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자신들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리더들은 항상 새로운 가능성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이들을 얻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필자에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업무방식을 터득하는 게 가장 첫 배움이었던 것 같다. 일을 대하는 가장 큰 차이로 삼성의 경우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낼 수 있는 프로세스들이 잘 정립되어 있는 반면에, 아마존은 새로운 분야들을 마주하다 보니 매번 백지에서 시작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보통 "Dealing with ambiguity"라고 표현하는데 필자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나만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허나 매번 "이게 가장 좋은 방식일 거야"라고 확정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실수들을 하고 새롭게 배워가고 있다. 예를 들어 입사 후 몇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일이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또한 프로젝트가 막힐 때 누구를 찾아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다시 2019년이 되고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잠시나마 갖고 있었던 자만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마존 역시 회사 차원에서 배움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과의 가장 큰 차이로는 부서원들에게 다양한 부서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장려하고 있다. 흔히 부서 로테이션이라고 하는데 일정 부서에서의 경험이 충분하여 더 이상 배움이 없다고 느낄 때 다른 부서에서 새로운 경험을 장려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현재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하여 입사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저번 주에도 로테이션 관련 교육을 받고 왔다. 물론 아무나 아무 부서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서에서 원하는 경험을 충족시켜야 하고 내부 인터뷰를 통해서 결정이 된다. 예를 들어 필자가 알렉사나 아마존 비디오의 Product manager에 지원하여 인터뷰를 통과하면 현재 업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그 제품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바라보면서 전문성을 잃어버린다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허나 이와 관련하여 회사는 직원 개인들에게 결정권을 준다. 본인만의 전문성에 집중하여 빠른 진급을 할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진급은 느리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조금 더 specialized 된 generalist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이는 직원 개인의 결정권이고 이를 아마존에서는 아마존의 커리어 개발이라고도 한다.


결정에 옳은 길은 없다. 다만 본인의 관심사는 무엇이고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로테이션에도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관계자들의 잦은 부서 이동으로 막상 남아있는 사람들은 신규 인원들에게 일을 가르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회사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이와 같이 로테이션을 권유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이나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기에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나 싶다. 삼성에서 근무하던 당시 특이한 케이스로 부서 간 로테이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실보다 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평소 필자의 부서와 불협화음을 만드시던 과장님은 강제로 필자의 부서에 배치되었고 그 기간 동안 같이 근무하며 과장님의 새로운 면모를 봤었던 것 같다. 서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직접적으로 경험을 해보면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많이 개선되었고 이는 결국 추후 업무 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므로 회사들이 나열된 단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부서 간 로테이션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원들의 생각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필자의 매니저는 "내가 아마존의 업무방식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약 3년이 걸렸던 것 같아. 그만큼 앞으로 새로운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고 이를 배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준 적 있다. 그를 바라보며 회사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어떠한 환경을 구축해줘야 직원들이 배움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갈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동기부여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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