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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May 27. 2019

일 잘하는 신입사원

"역시 최사원, 믿고 맡겨도 되겠어"

최근 필자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다. 작년 말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장애물을 마주하며 겨우 세상에 보이게 된 이 프로젝트는 필자에게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신입사원"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 것이었다. 중간에 UX 디자이너가 퇴사를 하면서 신입사원으로 대체되기도 하였고, 코딩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시 이 영역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이었다. 그들은 기존에 근무하던 동료들과는 다르게 패기와 열정이 넘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디테일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잦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다. 그들을 바라보며 필자 역시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하였고 그들과 일하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오늘은 필자가 감히 생각하는 "일 잘하는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하여 다뤄볼까 한다.



신입사원은 그 존재만으로 큰 역할을 한다.

드라마 <미생>에서 갓 입사한 장백기는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반면에 비슷한 처지의 장그래는 때론 엉뚱하고 실수도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그런 상황에 놓인 장백기는 일을 못하는 신입사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회사는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미래 먹거리를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딛으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스펀지처럼 모든 지식을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신입사원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회사는 큰 기대가 없다. 오히려 이 기간을 통하여 앞으로 마주할 일들을 "잘" 배우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 역시 입사 첫날이 잊히지 않는다. 설렘 가득했던 그 날, 필자는 수많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름과 나이를 더불어 간단한 설명과 함께 90도 인사를 드렸고, 신입사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업무를 설명해주시는 선배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막내가 들어오니 선배들은 필자보다 더 설레어하는 것 같았고 덕분에 수많은 커피들을 얻어마시며 지나친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주간 다양한 선배분들과 대화할 기회들이 주어졌고, 모르는 질문이 있다면 누구랄 것 없이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안도를 했던 필자는 먼 시간이 흘러서야 그들이 왜 이런 태도를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필자의 부서는 신입사원이 자주 들어오는 부서가 아니다. 덕분에 필자는 막내 생활을 약 3년간 했는데 그 후 후배나 인턴이 들어왔을 때 부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년 같은 사람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던 환경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본인의 업무 외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신입사원들을 만나면 숨어있던 본인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칙칙했던 사무실 공간에 신입사원이라는 화사함이 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신입사원의 역할은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었다는 것 이상으로 부서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왔다.


필자 역시 후배가 들어오고 부서 내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부서에서 꼭 필요로 하는 열정적이고 배움이 고픈 후배가 들어왔는데, 덕분에 필자 역시 약간의 긴장과 함께 후배를 가르칠 수 있었다. 업무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신입사원이 물어볼 것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필자는 위에서 "그냥" 시키니까 하는 업무들도 있었고, "왜"인지 모르지만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며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론 후배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이를 경험해본 후 조금 더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몰래 공부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후배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필자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후배는 기존 프로세스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는데 엉뚱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선임 선배들이 "패기가 좋구먼.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했지"라는 흐뭇한 표정을 짓게 해 주었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의 또 다른 장점은 그런 것 같다. 그들은 편견 없는 시선을 가지고 온다. 누구나 회사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 짓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본인이 구분 지어놓은 경계를 넘어간다면 외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아직 그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았기에 그 시선이 때론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신입사원은 무조건 멍청한 생각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조금 더 무모한 소리를 몇 번 내질러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물론 (1) 상사를 봐가며 해야 할 것이고 (2) 너무 터무니없는 일은 아닌지 한번즘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필자가 경험한 아마존과 삼성의 차이라면 신입사원이라도 성과를 기대하는 시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삼성의 경우 상사마다 다르겠지만 일을 잘 배우고 선배들의 업무를 하나씩 넘겨받으며 본인의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아서 배워야 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그 이후부터는 본인이 알아서 스스로 터득하기를 기대하였다. 외국 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시피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6장짜리 launch plan (어떤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고, 어떤 성과를 기대하며, 누구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된 글)이 전부였던 입사 첫 주는 꽤나 당혹스러웠다. 어리바리했던 필자를 바라보던 매니저는 "앞으로 3달 동안 네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라며 부담을 덜어주었고, "이 기간을 최대한 잘 살려서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질문하고 모든 정보들을 빨리 네 걸로 만들어"라는 조언도 더해줬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많은 환영을 받았다. 모르는 질문이 있을 경우 이메일을 보내 답을 얻을 수 있었고, 회의 중 멍청한 질문을 해도 용서를 받던 기간이었다. 이 기간은 친절한 동료들과 배울 점이 많은 매니저들을 바라보며 필자 역시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3개월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Launch plan에는 입사 3개월부터 6개월까지 달성해야 하는 일들이 자세히 적혀있는데, 그 시점부터는 기존 동료들과 비슷한 성과를 내기 위하여 열심히 달려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자주 하여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결여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본인의 안락지대에서 벗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흔히 "Step out of your comfort zone"이라고 하는데 본인이 평소에 갖고 있는 배움의 속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고 프로젝트의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한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다. 그만큼 힘든 기간을 겪다 보면 본인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성취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하여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 회사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와 같이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본인이 속한 환경이 어떤 곳인지 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환경이던지 일 잘하는 신입사원들은 아래와 같은 모습들을 보여줬다. 약간 꼰대 같은 발언일 수 있겠지만 추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친동생에게 조언해준다는 생각으로 글을 적어보겠다.


1) 같은 질문을 세 번 이상 하지 말아라.

본인만의 학습장을 만들어라. 원노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본인의 업무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본인에게 그런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어도 신입사원 기간 중에는 매일같이 배운 내용들을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입사원들은 초반에 수많은 지식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용이 워낙 다양하고 많다 보니 다들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선배를 찾아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성격이 정말 괴팍한 사람이 아닌 이상에서야 그런 후배의 행동에 토를 달지 않겠지만, 그다음에도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과연 이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작은 노트를 하나 만들어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 노트에 새로운 내용들을 작성하고 퇴근 전 배운 내용들을 다시 정리하여 추후 노트를 펼쳐봤을 때 바로 이해 가능한 "족보"를 만드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생각보다 이런 노트를 갖고 있는 신입사원들이 없다. 그리고 배운 내용들 중 이해 못한 내용이 있을 경우 노트와 함께 선배들을 찾아가라. 그리고 노트와 함께 본인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맞는지 질문한다면 되려 그 선배에겐 당신은 "열정 있는 후배"로 보일 것이다.   


2) 프로세스를 이해해라.

회사마다 그리고 부서마다 정해진 프로세스가 있다. 예산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협력업체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일의 순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입사원 기간 중에는 그 많은 프로세스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서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와 진행해야 하는지, 선배들의 어깨너머 구경하며 기록해둬라. 생각보다 각종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회사의 프로세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타 부서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받을 뿐만 아니라 부서 내에서도 "일을 잘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3) 본인의 업무를 두 번 그리고 세 번 확인하라.

이 역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작성할 때 혹은 서류를 작성할 때 두 번 그리고 세 번 확인하라. 오타는 없는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는지, 그리고 메일을 읽어볼 사람은 누구이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결하게 표현됐는지 고민을 해보자. 예전에 메일을 작성하는데 5분이 걸렸다면 5분만 더 투자하여 업무의 질을 높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특히 회사생활 초반에 습관을 잘 들인다면 이는 평생 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잊지 말자. 본인이 별생각 없이 보내는 메일이라도 상대방에게는 당신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다.


4) 롤모델을 찾아라.

회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롤모델들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 메일을 잘 쓰는 사람, 회의 진행을 잘하는 사람 등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즐비할 것인데, 각 상황에 맞는 벤치마킹 상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매니저 역시 항상 롤모델을 찾으라고 했는데, 그 사람과 비슷한 양질의 업무를 하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하다 보면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근처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배울 게 없는 선배들이라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정말 배울 게 없는 사람이라면 왜 배울 점이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그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누구를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가까운 선배들에게 물어보자. 필자 역시 입사 후 바로 회의들을 진행하다 보니 큰 어려움이 있었는데, 매니저의 롤모델이 누군지 물어보고 그녀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5) 간단한 구두 보고도 정리해라.

직장인이라면 싫더라도 보고를 해야 한다. 가까운 선배에게 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 임원 보고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보고하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해봐야 한다. 일주일 동안 하고 있는 업무를 상사에게 보고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번 주 업무들을 열심히 나열하며 떠드는 것보다는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정리된 보고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 우선순위 업무는 A를 론칭하는 것입니다. 저번 주 진행한 테스트를 통하여 기존 X%에서 Y%로 상승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제가 배운 것은 C입니다. 제품은 현재 수요일 1PM 론칭 예정입니다. 그다음으로는..."와 같이 업무를 본인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계획을 잘 세웠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거기서 상사가 물어볼 것과 같은 질문이 있다면 사전에 답변을 준비하여 보고 내용에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언변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은 본인들의 보고 내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리된 상태로 전달하는 사람들이었다.



일 잘하는 신입사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허나 무서운 것이 그 한 끗 차이가 커리어 상에서도 점차 큰 갭을 만들어 나가게 되기 때문에 초반에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여유와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를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고 사는 그것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겠지만 여유를 갖고 본인의 모습을 돌이켜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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