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
세상 말세야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에 자유와 개성이 중시되는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 세대 갈등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데, 안정성과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해온 기성세대와 달리 인터넷과 함께 자란 신세대의 경우 평균 2년에 한 번 꼴로 이직할 정도로 빠른 변화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기업들 역시 신세대의 등장과 함께 그들의 특징을 잘 인식하여,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포춘지는 업무에만 포커스 하는 것보다 관리직을 맡고 있는 기성세대와 그 밑에서 일하는 신세대를 조화시키는 것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흥미롭게도 위 글은 2019년 기사가 아닌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기사 내용을 새롭게 정리한 글이다. 위에서 언급된 신세대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관리직 자리를 맡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꼰대라고 불리는 X세대의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X세대들이 바라보는 90년대생들의 모습과 그들의 젊은 날들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당시 기성세대들은 젊고 패기 넘치던 X세대들에게 불안한 시선을 보냈는데 이젠 그 패기 넘치던 신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어 비슷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X세대와 지금의 90년생들이 무조건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유와 개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기사들에 따르면 X세대의 경우 사회적인 "성공"에 많은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에 비하여 포브스와 같은 외국 기사들은 90년 대생들이 "일에 대한 의미"와 "끊임없는 배움"을 갈망한다고 언급했고 국내 기사들은 기성세대 대비 "삶에 대한 행복"을 중요시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90년대생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90년대생과 관련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심지어 공중파에서도 90년대생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루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바라보는 삶의 가치에 대한 내용들이 자주 언급이 되는데, 아마도 90년대생들이 사회와 조직에 가져올 변화에 준비하고 세대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은 필자가 회사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신세대, 90년대생들과의 경험과 그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필자의 생각에 대하여 적어보겠다.
이번 글을 적기 전 최대한 많은 기사들과 논문들을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꽤나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고 쉽게 다루기에는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름 리서치를 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많은 국내 콘텐츠들이 "삶의 의미"를 중요시했던 80년대 혹은 그 이전 세대들에 비하여 90년대생들은 "삶의 재미"를 더 추구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90년대생들은 본인들의 워라밸을 중요시하여 "본인만 아는 세대" 혹은 "쉽게 포기하는 세대"라고도 이야기를 하고, 베스트셀러였던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에서는 90년대생들이 간단하고 재밌으며 솔직한 것들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출현으로 소비 가능한 콘텐츠가 워낙 방대해진 지금 90년대생들이 길고 복잡한 것보다는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외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면서 자라온 덕분에 그들은 의사 표현에 좀 더 솔직하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80년대생들보다 삶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 없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필자에게는 무섭게 노는데 집중하시던 80년대 선배분들이 계셨다. 그분들 중 학비를 탕진하던 분들도 계셨고, 졸업 시험을 보기 며칠 전에도 알코올에 몸을 맡기던 분도 계셨다. 물론 그분들 모두 사회에 진출하여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계시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정말 오늘만 그리고 재미만을 위해 사시는 분들이셨다. 반대로 90년대생 후배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학교 1학년부터 학점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였고, 조금 놀아도 되는 여름방학에는 인턴십을 찾기 위하여 발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90년대생 동생들의 커리어 및 삶의 목표/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줬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일반화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접했던 90년대생이 너무 어렸을 수도 있고 (우리도 어렸을 때는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우리가 90년대생들의 진심 혹은 속마음을 들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에도 90년대생들이 왔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아마존에서 근무하고 있는 90년대생들은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누가 90년생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친한 동료들 중 술을 마시며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대부분 동료들은 서로의 출생연도를 알지 못한다. 이는 매니저들도 마찬가지인데 필자의 매니저 역시 필자의 나이를 최근 알게 되었다. 같이 근무한 지 어느덧 일 년 반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이제야 필자의 나이를 알았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아마존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90년대생이 오던지 80년대생이 오던지 심지어 70년생이 오던지 크게 상관이 없다.
저번 주 런던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2020년도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다양한 팀들과 만나 회의를 했는데 그중 일본과 중국에서 온 팀들과도 만났다. 하루는 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가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은 대부분 필자보다 10살은 많았다 (아마존 내 경력도 필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마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농담을 하며 평등한 입장에서 나이와 상관없는 시간을 보냈다.
필자 팀에도 90년대생은 있다. 목요일 저녁마다 젊은 총각들끼리 맥주를 마시러 나가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들이 90년대생이라는 것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이고 성실하다. 프랑스와 벨기에 친구들이라 매일같이 휴가를 가면서 본인들의 삶에 많은 중점을 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것들을 항상 배우고 싶어하고 본인들이 맡은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뿐만 아니라 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진하여 업무를 소화하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역시 일반화다).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 혹시 세대차이라는 것은 우리가 쌓아놓은 심리적인 장벽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세대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어느 나라를 가도 존재할 것이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마치 젊은 X세대들이 지금의 90년대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던 모습을 보여줬던 것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환경, 경험 그리고 연륜으로 인하여 생기는 세대 간의 간격을 나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들이 가져오는 새로운 변화에 귀 기울이고 좋은 점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폭군"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암울한 미래에 개탄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새로운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몇 천년 아니 몇 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허나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새로운 세대들은 우리들이 혹은 우리의 윗 세대들이 구축한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세대의 차이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