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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n 24. 2019

좋은 매니저가 되는 방법

"Bar를 올려보자"

최근 MBA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MBA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하여 입사한 우리들은 현재 로테이션을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이전에 설명한 것과 같이 1년 반 정도 근무를 하고 나면 회사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권장하고 있다. 경력이 전무한 포지션으로 이동하기는 힘들 수 있으나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환경을 통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어느덧 첫 번째 로테이션 필수 기간을 마무리한 우리들은 매번 만날 때마다 "옮길 거야?"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큰 변화이기에 모두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필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른 부서로 옮긴 친구도 있고, 옮기고는 싶지만 본인이 지원한 부서에서 오퍼를 받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 필자의 경우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연말은 되어야 마무리될 예정이고, 또한 아직 부서에서 (상사와 동료들) 배울 점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로테이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다른 부서로 이동한 친구들이 신기하게 다가왔고, 식사를 하는 내내 그들이 팀을 옮긴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이 아닌 같이 근무하고 있던 매니저와 일하는 게 싫어서 옮겼다고 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상사를 만나게 된다. 돌이켜보니 필자는 대략 6명의 상사들과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다행인 건 다른 사람들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무섭거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상사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들 중 남들보다 특출 나고 배울 점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나는 분들도 계셨고, 반대로 크게 정이 가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다. 나도 후배가 생긴다면 저런 선배가 되어야지 라는 좋은 영감을 주시던 분이 있던 반면에 과연 이게 선배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시던 분들도 계셨다. 상사란 부하직원의 업무를 관리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더 멀리 나아가 해당 직원이 경험들을 통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회사생활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커리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로 인하여 많은 직원들은 좋은 매니저와 일하고 싶어 하고 (아마존과 같이 본인의 의지로 팀을 옮길 수 있다면 매니저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더 좋은 매니저를 찾아 부서를 혹은 회사를 옮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좋은 매니저를 만드는 것일까. 오늘은 경험했던 분들 중 좋은 매니저들이 갖고 있던 3가지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1. Bar를 높여보자.

아마존에는 바레이져 (Bar raiser)라는 콘셉트가 있다. 주로 인터뷰 프로세스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쉽게 설명하면 회사가 바라보는 기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회사가 갖고 있는 인재상에 가까운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바로 뽑기보다는 높은 기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평가를 해보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바레이져들은 과연 이 사람이 평균 임직원들보다 (상위 50%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인가) 더 뛰어난 사람인가를 고민한다고 한다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 이 방식을 통해서 아마존은 임직원들의 역량 평균치를 끊임없이 올리고 있다. 바레이져들은 특출난 역량과 성과를 낸 사람들이 장기간의 트레이닝을 거쳐서 그 자격을 얻게 된다. 인터뷰를 볼 때는 3자의 시선으로 본인의 의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의 찬성이 있더라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영향력이 주어진다. 필자도 인터뷰를 볼 때 누구 한 명이 굉장히 집요하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이 사람이 바레이져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더 열심히 답변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렇다, 필자의 매니저가 바레이져이기 때문이다.


바레이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채용 인원을 바라보는 기준치가 높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부서 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모든 업무의 질을 한층 높여준다. 덕분에 필자가 입사 첫 해 작성한 모든 서류에는 마치 빨간펜 선생님이 다녀간 것처럼 빨간 줄이 쳐있었다. 물론 메일의 시작에는 "좋은 시작이야. 하지만 내 코멘트를 한번 읽어보기 바래"라는 말이 있었지만 말이다. 최근 출장을 다녀오며 그에게 듣기로는 그 역시 초기 회사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임원보고에 들어가면 혼나는 게 일쑤였고 본인 매니저는 어설펐던 그의 메일에 답변도 늦게나마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인의 업무 방식과 능력을 발전해 나아갔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내 임원과 매니저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특히 본인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작성하는 서류나 이메일까지도 지적을 하며 업무의 기준치를 높여주고 있다. 그 결과 필자 역시 다른 부서 사람들의 메일이나 글을 읽다 보면 "과연 이게 최선일까?"라는 생각이 가끔 든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저번 주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Proof reading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담당자 말로는 필자의 매니저에게 벌써 승인을 받은 내용이라며 조만간 사이트에 올라갈 것이니 마지막으로 확인해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읽자마자 필자는 "이 내용을 우리 매니저가 승인했다는 건가요? 미안하지만 제 기준에는 고쳐야 할 부분이 꽤나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저보다 더 좋은 기준치 (bar)를 갖고 있는 우리 매니저가 승인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고쳐야 할 부분 표시해놨으니 새로 작성하셔서 다시 승인받아주세요" 라며 회신했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찾아가 이 내용을 승인한 적 있느냐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읽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이 그와 일을 하면서 그의 기준치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아직은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일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위 이야기만 들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장님도 그런 것 같아요. 매번 김대리 이게 말이야 방귀야. 어서 가서 새로 작성해!라고 하신답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지적 혹은 무작정 기준치를 높이면 안 된다.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세부적인 코멘트를 달아주거나 (예: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A라는 방식보다는 B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 과연 이런 UX가 우리 고객들을 위한 올바른 경험일까?). 혹시 후배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왔는데도 무조건 지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여 (for the sake of bar raising) 퇴짜를 놓는다면 이는 당신을 무능력하고 같이 일하기 힘든 상사로 만들 것이다. 어느 정도의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서 기준치를 높여주는 것. 그게 필자가 경험한 그리고 앞으로 배우고 싶은 좋은 매니저의 가장 첫 번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2. 그래, 네 목소리 한번 들어보자.

훌륭한 상사들 중 발표를 잘하는 상사들이 참 많다. 그들은 임원들이 앞에 있어도 기죽지 않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들을 설명하면서 어려운 질문에도 논리를 앞세워 이해시킨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런 상사들과 일을 하면서 "나중에 나도 저렇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며 속으로 생각한 적도 꽤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필자 역시 임원회의에 참석하고 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도 답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보고나 대답은 매니저나 혹은 디렉터가 담당한다. 아무래도 높은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것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필자의 기준에서 참 멋있다고 생각하는 매니저들은 이런 회의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것은 바로 후배들에게 발언권을 준다는 것이다. 현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던 중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실무자들에게 답변할 기회를 준다. 여기서 우리는 "본인들이 답을 모르니까 질문을 넘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상황에서 매니저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후배들에게 발언권을 넘겨줌으로써, 짧지만 어려운 회의에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니저들 중 본인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결과 회의를 위한 회의를 위한 회의를 열어 바쁜 실무자들을 붙잡고 예상 질문지에 답을 적는다. 하지만 훌륭한 매니저들은 평소에 디테일을 놓치고 있지 않았기에 그러한 비효율적인 회의들을 진행할 필요가 없고 본인이 답을 알고 있어도 고생하는 실무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갈 수 있게 양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하다 보면 필자의 매니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문가에게 맡기겠습니다" 혹은 필자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네가 한번 이야기해봐 라는 몸짓을 한다. 그렇게 그들은 후배들이 조금 어려운 자리에서도 목소리를 높여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결국 본인들을 빛나게 해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추가적으로 후배가 잘한 게 있다면 상사가 먼저 인정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서비스 등록을 위한 프로세스와 UX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는데, 예상보다 AB testing 결과가 좋게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임원회의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언급 없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필자의 디렉터가 먼저 "음 근데 정말 이 개선은 참 기대가 커. 우리가 투자한 거 대비 결과물도 좋아 보이고 말이야. 수고했어" 라며 칭찬을 했다. 그러자 임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개선이라면서 동의해줬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는 거지만 상사의 인정은 직장인들의 활력소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인정 하나에 매니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직장인에게 "승진"과 "월급"말고 뭐가 있냐라는 질문에 필자는 "인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따듯한 말 한마디 던져보자.

결국 회사도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매니저는 그 이상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매니저는 일을 잘하는 매니저와 못하는 매니저로 나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서원들을 잘 관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단순히 좋은 지적을 해주거나 업무적인 성장을 도와준다고 하여 그 사람이 좋은 매니저라고 할 수는 없다. 후배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한 그 성장을 밑거름 삼아 더 어렵고 도전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적으면 마치 엄청난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후배들에게 동기를 주는 것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이전 글에서 남겼던 것과 같이 신입시절 늦은 시각까지 근무하던 필자에게 닭갈비와 막걸리를 사주던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들과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허나 회사가 본인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빨리 그들과 이별하게 되었고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일을 배웠다. 허나 그 후에도 그 선배들의 일을 도와줄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는데, 이와 같이 선배들의 작은 배려와 행동이 그들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를 만들어줬다. 비슷하게 작년 런던 오피스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새해가 되기 전 변화하는 세법에 맞추어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했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늦은 시각 사무실에 남아 (치킨이나 짜장면 대신) 피시앤칩을 시켜서 먹고 있었다. 그러자 해당 부서의 매니저가 화상 전화를 걸어 (그녀는 시애틀 출장 중이었다) 그녀의 후배 사원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봤다. 평소 차가운 인상과 깔끔한 일처리로 거리가 느껴졌던 그녀였지만, 본인의 후배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 그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같은 층에 부서원들을 잘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다. 그는 소소하지만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이벤트들을 자주 만들었는데, 팀원들과 래프팅을 하러 가기도 하고 육아 휴직을 낸 후배에게 돈을 모아서 작은 선물를 주기도 했다. 그 후 아이와 함께 언제든 회사에 방문하라고 연락을 했고, 실제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기존 팀원들이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한다. 자리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하는 필자가 바라보기에는 이런 화목한 분위기는 꽤나 부러웠다. 물론 매니저들 중 이런 부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봤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분기별로 등산을 한 적도 있고 원치 않는 회식자리를 가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서원들에게 사랑받는 매니저들은 팀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모두가 투표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후배들에게 등산복을 챙기라고 말하기 전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먼저 물어보기 바란다.



월요일 아침. 주말이 끝났다는 아쉬운 마음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르고 있는 많은 매니저들이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본인을 객관적으로 돌이켜보면 좋을 것 같다. 당신들은 생각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당신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후배들의 하루, 일주일, 일 년,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때론 필터링 없이 던지는 당신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힐 수도 있고, 무심코 던지는 칭찬 한마디는 누군가의 콧노래가 되어 하루를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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