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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l 03. 2019

글로벌 회사에서 느끼는 언어의 온도

"내가 아 하면 네가 어 하고 알아들을까?"

필자는 언어에 온도가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말에 다른 의미가 담겨 있을 때 언어의 온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화난 이성친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고 최대한 일을 적게 가져가기 위해서 간을 보고 있는 타 부서 김대리에게서도 보인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분명히 괜찮다고 말하지만 누가 봐도 삐져있는 부장님에게서 전달되는 언어의 온도는 평소의 "괜찮아"보다 차가울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온도를 경험한다. 이를 잘 파악하는 사람은 평소 눈치가 빠르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고구마와 같은 별명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언어의 온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몸소 느껴지지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이는 단순히 상사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의 중 오가는 대화 속 진실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세상을 힘들고 복잡하게 살아가냐며 말할 수 있겠지만 미세한 언어의 온도차는 앞으로도 우리 곁을 지키며 매번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아마존에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본인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평소 필자가 협업하는 팀은 미국 시애틀, 유럽 각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위치해 있다. 우리는 워낙 다양한 시간대에 근무를 하다 보니 다 같은 시간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비슷한 시간대를 갖고 있는 팀들끼리 화상통화를 통해서 대화하거나 정기적 오프사이트 (Offsite, 워크숍)를 열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영어라는 공통된 언어로 소통한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로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뜻을 내재하는 경우가 있어 서로를 당황스럽게 하는 상황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예를 들어 "예쓰"라는 대답은 어느 국가에서 "그래/할게/알아들었어"라는 확실한 의미를 갖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먼저 던지고 보는 단어로 사용된다. 그 결과 상대방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물을 가져오는 경우가 발생하고, "네가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했잖아"라고 따졌다가 팀 간 불협화음이 시작되기도 한다. 예전 MBA 과정 중 글로벌한 기업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운 적 있다. 교수님은 이에 대한 예로써 과거 미국에서 로켓을 만들던 시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다양한 국가의 엔지니어들과 같이 일을 하던 미국팀은 최종적으로 부품을 받아 조립을 하다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각 부품의 크기가 제각각으로 배송되어 왔는데, 알고 보니 다른 국가의 엔지니어들은 미터라는 단위 대신 인치 혹은 피트로 계산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수많은 금액을 투자하여 제작했던 부품들은 전부 폐기되었고 이후 새로 제작되었다. 이와 같이 글로벌한 환경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언젠가 원치 않은 손실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언어 속 다르게 전달되는 언어의 온도를 해석하는 능력은 글로벌 사회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금년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지표) 달성을 위해서 A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므로 그들이 성과 달성을 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 매니저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요구하는 제품 개선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필자가 담당하는 테크팀의 시간을 그들을 위해서 모조리 쏟아붓고 있다. 그만큼 팀 자체에서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상황인데, 어느 날 제품을 개선하더라도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메일에 작성된 그들의 설명은 우리를 납득시킬만한 논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확실하지 않아 필자의 매니저는 "얘네들이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며 필자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이 글에서 예전에 경험한 언어의 온도가 느껴졌고, 그들의 설명에 반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고 난 뒤 필자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얘네들 밑밥 까는 거 같은데?

필자는 낚시를 즐겨하지 않는다. 생선을 무서워하는 것도 있고 조금 더 활동적인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 아직은 낚시에 흥미가 있지 않다. 하지만 낚시에서 밑밥을 까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예전 국내에서 근무했을 당시 밑밥을 자주 깔던 분이 계셨다. 혹시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본인에게 모든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는 분이셨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부터 밑밥을 깔아 그 미끼들을 다른 사람들이 먹게 한 다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본인만 쓰윽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세상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인지 외국에서도 밑밥을 까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필자의 매니저는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일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 보통 본인이 행동하고 책임을 지는데, 반대로 사전부터 이런 세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부딪혀본 적이 없다며 꽤나 신기해했다. 얼핏 보면 A팀의 메일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언어는 평소와는 다른 온도를 갖고 있었고, 그들이 주장하는 부분을 데이터화하여 확인해보니 이 모든 게 그들의 사전 작업이라는 필자만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팀들과 근무하다 보니 그들만이 갖고 있는 문화와 특징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필자와 같이 근무하는 테크팀은 미국과 인도에 있다. 두 팀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얼마나 걸릴 것인지에 대한 예상 기간을 물어봤다고 하자. 적절한 기간이 2주라고 한다면 보통 미국팀은 약간의 완충 기간을 추가하여 4주라는 예상 기간을 알려준다. 그들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본인들이 지연 없이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여 알려준다. 반면 인도팀은 다르다. 만약 2주의 시간이 걸린다면 그것보다 본인들은 더 빨리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10일이라는 파격적인 시간을 알려준다. 물론 그들은 약속한 시간을 잘 지키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봉착하여 10일이 아닌 4주 후 제품을 완성시키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물론 어느 하나가 옳고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만의 특징이 있음으로 해당 팀들을 대할 때 최대한 그들만의 온도를 이해하여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미국팀에서 4주라는 시간을 줄 경우 매주 어떤 작업을 할 예정이고 그중에서 불필요하거나 완충 기간으로 잡아놓은 시간이 있다면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반대로 인도팀에서 10일이라는 시간을 줄 경우 혹시 XYZ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어?라고 질문을 하며 약간의 완충 기간을 잡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물론 모든 미국팀이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각 팀 매니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같은 미국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E팀의 매니저는 무리한 요구에도 알겠다고 하는 예스맨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약속한 기간 내에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 했었지만 몇 번의 안좋은 경험한 이후, 그들에게 부탁하기 전 정말로 그들이 필자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지 몇 번을 확인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함부로 국가마다 정해진 언어의 온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국가별 꽤나 비슷한 온도를 갖고 있고 이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같이 근무하는 팀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온도를 이해한다면 이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하게 세일즈 팀들에게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 독일팀은 필자가 같이 근무하기 참으로 좋아하는 부서다. 왜냐하면 이들은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타입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독일 고객들이 워낙 치밀하고 디테일에 강하다 보니 세일즈팀 자체에서 모든 것들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세일즈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팀과 일할 때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이 필자의 제품을 필자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기에 불필요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워낙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서 추진력이 조금 느리다는 것이다. 반면 영국팀의 경우 "좋으면 좋은 거지"라는 유연함이 있다. 그리하여 새로운 제품을 론칭하거나 피드백을 받고자 할 때 영국팀에게 먼저 연락을 돌린다. 그 외 중국팀은 독일팀과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테일에는 약하지만 추진력은 가장 뛰어나다. 본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마치 불도저처럼 달려 나가기 때문에 제품을 맡기는 입장에서 약간의 걱정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이렇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세일즈 팀들도 각자의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때 그들에게 맞는 온도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그들이 전달해오는 말도 올바르게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저번 주 인도팀과 미팅을 하기 전 안부를 묻고 있었다. 유럽은 최근 살인적인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 더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유럽은 정말 더워. 밖에 아예 못 나갈 정도라니까"라고 설명해줬다. 그러자 인도팀은 "저런 힘들겠네. 인도는 많이 시원해졌어"라며 "저번 달만 해도 45도였는데 지금은 36도 밖에 안 해. 유럽은 도대체 얼마나 더운 거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필자는 "아... 그렇구나. 유럽은 현재 35도야"라고 대답해줬다. 이와 같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비슷한 온도를 다르게 받아드릴 수 있구나 라는 점을 깨달게 해줬다.



처음으로 돌아가 밑밥을 깔았던 A팀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다. 필자는 데이터들을 모아 매니저에게 보여줬다. "얘네들은 실적을 본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이런 말을 했어"라고 설명했고, 이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숫자들에서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그들의 주장에 반박할 것인가에 대해서 매니저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필자의 경우 데이터를 전부 오픈해서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히고 "우리 역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이 함부로 밑밥을 깔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매니저의 경우 잠깐의 고민을 한 뒤 직접 회신 메일을 보냈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좋은 설명 해줘서 고마워. 분명히 우리가 제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코멘트들인 것 같아. 그런데 너네들이 알려준 문제들을 분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정말 문제가 되는 것과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부분을 말이야. 그리고 나서 더 이야기해보자. 앞으로도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면 항상 지적해줘. 고마워!". 분명히 화가 꽤나 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매니저는 꽤나 밝은 메일을 보냈고, 필자를 바라보며 아래와 같은 말을 전했다. 필자는 처음 이 말을 듣고 한동안 고민을 한 다음 그 뜻을 이해했는데, 오늘은 그의 말을 끝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얘네들이 밑밥을 던지면 우리는 그걸 다 먹어주자.
그리고 그들이 낚아채기 전에 우린 먼저 도망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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