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강 Dec 16. 2019

업무 메일 잘 쓰는 방법 3가지

"우리 직장인들은 글 쓰는 사람들이다"

우린 회사에서 참 많은 일을 한다. 아침부터 우선순위를 세워 하나씩 일들을 처리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다. 때론 상사에게 프로젝트 진행사항을 보고한 다음 피드백을 받고, 때론 동료들과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토론을 한다. 필자 같은 경우 신규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을 찾아 온전히 글 쓰기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적은 글을 읽으며 피드백을 주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무엇보다 다른 한 가지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바로 쌓여있는 이메일을 읽고 답변하는 것. 


이메일은 사내 메신저와 함께 직장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으로 업무 메일과 직장인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협업하는 타 부서 담당자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질문을 보내기도 하고 이때까지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때론 모르는 사람이지만 업무 도움을 받기 위해 무작정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때론 다른 부서와 반대되는 의견을 두고 메일을 통해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직장인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업무 메일은 실제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메일을 통해서 본인의 생각을 간결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그만큼 인정을 받게 된다. 허나 메일을 작성하는게 매일 같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예전만큼 공 들이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업무 메일과 관련한 경험들 중 배울만한 점 3가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되도록 메일은 짧게 쓰자.

우리 직장인들은 매일 적게는 몇 십 통부터 많게는 몇 백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중 불필요한 메일을 걸러내고 업무와 관련된 메일을 추려 답변할 순서를 정한다. 그런데 메일을 읽다 보면 간혹 장문의 소설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신다. 안부 인사부터 메일을 보내는 이유와 질문들이 적혀있고, 그 밑에는 질문들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적혀있다. 물론 질문에 대한 맥락을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삼성에서 근무하던 당시, 선배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네 메일을 읽을 독자들은 그걸 모두 읽을 시간이 없을뿐더러 그 정도의 디테일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 메일 상단에 결론을 짧게 적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조언을 해줬다. 당시 개발부서에서 근무했던 필자는 평가 결과를 부서원들에게 공유했는데, 선배에 따르면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 읽는 입장에서 읽기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을 상단에 작성하여 이 글만 읽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하단 부분에는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들을 적어놓음으로 필요에 따라 골라 읽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후 필자는 메일을 쓸 때마다 상단에 짧은 줄거리를 적어 넣으려고 했다. 예를 들어 "이번 X를 변경한 프로토타입은 성능 A가 5프로 상승한 것에 비해 수율이 2프로 하락했습니다. Y 분석에 따르면 수율 하락은 B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C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평가 결과 예상일: 12/20)"라고 적어놓고 아랫부분에는 성능 A가 상승한 것과 관련된 그래프를 넣고 Y분석 결과 이미지와 함께 의견을 적었다. 덕분에 부서원들은 필자의 메일을 전부 읽지 않더라도 빠르게 주요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고 필자는 메일이나 보고 자료를 잘 정리한다는 칭찬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짧은 결론을 쓰는데는 1분이 체 걸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아직도 당신이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결론을 적는 것은 메일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적고 있는 당신 역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필자의 상사는 참 글을 잘 쓴다. 임원들이 상사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훌륭한 글이군"이라는 칭찬을 밥먹듯이 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정말 쉽게 읽히는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운 단어보다 알아듣기 쉬운 단어들을 사용하고, 마치 대화하는 것과 같이 문장들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이런 그는 메일 역시 굉장히 간결하게 작성하는데 하루는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 적 있다. "예전 상사가 정말 글을 잘 썼어. 그래서 나도 저 사람처럼 글을 쓰고 싶다 라고 항상 생각했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상사는 내가 메일을 적으면 절대 답변을 안 해줬어. 이상할 정도로 답변이 없길래 하루는 그 상사에게 왜 내 메일을 답해주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그의 대답이 뭔지 알아? 네 메일은 너무 길어 였어. 그 후부터 메일을 짧게 쓰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 그러자 상사도 천천히 답변을 해주더라. 글을 진짜 잘 쓰는 사람은 어려운 말로 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짧게 읽기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야". 메일을 적다 보면 너무 짧은 게 아닐까 싶어 약간의 설명을 더 추가해서 작성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건 메일을 읽는 사람을 생각한 게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생각이었다. 그 후 필자 역시 글을 최대한 줄여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선 큰 고민 없이 글을 쭈욱 적은 다음, 한 문장씩 다시 읽으며 필요 없는 단어들이나 불필요한 문장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혹시 메일이 조금 길어진다고 생각되면 결론을 맨 위에 작성해서 보내는데, 확실히 이런 방식 덕분에 다면 평가에서 소통과 관련하여 아주 놓은 평가를 받았다.

  


다음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메일을 쓰자.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질문에 대한 답이 없는 메일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밥은 뭐 먹었어"라고 물어봤는데 "밥은 정말 맛있는 거 같아. 나는 특히 곤드레가 들어간 밥에 들기름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해. 아 배고프다"라는 식의 답변이 오는 것이다. 에이 직장인들이 설마 그러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답보다는 특정 단어에 관련된 설명만 내세우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한다. 담당자가 질문에 대한 답을 몰랐기 때문에 다른 말들로 얼버부린 것일 수도 있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대충 메일을 훑어보고 답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에 이런 메일은 쓰나마 못 한 것 같다. 


우리는 신입사원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 한다. 답변을 적어놓고 다시 한번 본 메일을 읽어보자. 그리고 상대방이 물어봤던 질문에 대한 답이 답변의 첫 문장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밥은 뭐 먹었어"라는 질문이 있다면 "김치찌개 먹었어"라며 메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 외 추가적인 정보들은 (어디서 누구랑 먹었는지) 그 사람이 알아야 하는지 판단될 때 적어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첫 문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질문이 "예/아니오"를 물어본다면 답변의 첫 문장엔 "예/아니오"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답변을 쓴 다음, 독자의 입장에 서서 다음 질문은 뭐가 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만약 이 대답을 들었다면 과연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있을까? 라고 한 10초만 생각해보는 것인데 그 정보가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되면 적어주자. 메일을 받는 상대방은 당신이 얼마나 사려 깊고 일을 잘하는지 감동할 것이다 - 왜냐하면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일에 곧바로 답하지 말자.

우리가 받는 메일들 중 생각보다 급한 메일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때론 읽씹 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회사 생활은 양보다 질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때론 누군가를 서운하게 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삐치게 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누군가를 서운하게 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하루 종일 회의가 있는 날에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메일을 읽은 다음 답변해야 하는 메일들에 대해 기준을 세운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1) 지금 당장 답변해야 하는 메일, (2) 오늘 내로 답변해야 하는 메일, (3) 이번 주 내로 답변하면 되는 메일, (4) 답변할 필요 없는 메일, 그리고 (5) 언제까지 답변해야 할지 모르지만 중요해 보이는 메일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1번은 바로 답하고, 2번은 퇴근 전에 마무리 짓는다. 마찬가지로 3번은 금요일 전까지만 답변을 하고 4번은 시간이 없을 경우 무시한다. 마지막으로 5번 같은 경우 바로 답변하여 "언제까지 이 정보가 필요하니?"라고 한 문장으로 물어보고 그 대답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다시 바꾼다. 그리고는 당일에는 중요한 1번과 2번에만 집중하면 된다. 예전 삼성에서 근무했을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필자는 모든 메일에 답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퇴근 전까지 모든 메일에 답하지 않았으면 뭔가 찝찝한 마음가짐으로 퇴근하고는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조금 과했던 것 같기도 하다. 메일을 받는 입장 역시 별 내용 없는 답변을 오늘 받는 것보다 원하는 정보를 내일 받는 게 더 좋을게 아닌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근무하는 어린 친구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를 본 적 있다. 알고 보니 그들은 필자가 담당하는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 긴 장문의 메일을 적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보내봤자 읽을 사람도 없으니 어서 자고 내일 보내줘"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상사가 오늘까지 보내 놓으라고 했어"라는 말만 반복하고 모든 예능이 끝나는 12시가 넘었는데도 일을 했다. 이들을 바라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상사의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고 느꼈다. 매니저 - 누군가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해 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읽지도 않을 메일을 작성하느라 야근을 시키는 게 정말 팀을 위한 일이 맞을까. 이렇게 불합리적으로 일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에 우선순위 기준을 세워놓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혹시 "라테는 말이야"라며 "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느냐" 라는 상사에게 우선 순위와 함께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업무의 페이스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량이 너무 많아 힘이 부칠 경우에는 상사에게 먼저 말을 꺼내보자. 상사라고 모두 업무 분배를 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업무 분배에 대한 피드백을 하지 않을 경우 "아직 일이 할 만 하나 보구나"라며 더 많은 일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상사와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 생각보다 세상에 진짜 나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별 것 아닌 이메일은 어느 누군가에겐 당신을 보여주는 유일한 정보일 수 있다. 메일을 잘 쓰는데 필요한 시간은 몇 분이 되지 않겠지만 실제로 투자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리어 끝엔 뭐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