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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May 17. 2020

유럽은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 중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은 코로나 전으로 돌리는 중입니다"

저번 주를 기점으로 유럽의 많은 상점들이 다시 문 연다는 기사를 읽었다. 최근 한국 이태원 클럽 사태를 보면서 (유럽에서도 한국 이태원 클럽 사태를 자세히 다뤘다) 유럽이 너무 일찍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번 주말부터 독일 국경 이동이 자유로워진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렇게 점차 유럽은 코로나 전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오랜만에 시내를 다녀왔다. 두 달간 사람 하나 없던 곳이었는데 어제 시내는 마치 코로나가 일어나기 전과 같았다. 마스크 없이 담배를 태우거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고, 루이뷔통이나 세포라와 같은 매장 앞의 긴 줄은 전염병이 있다는 생각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물론 룩셈부르크에서는 실내 2미터 간격이 유지가 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법이 생겨 예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시내를 다닐 수 있었지만, 길거리가 가득할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서 언제 어디서 2차 확산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필자의 집에서 시내를 가기 위해서는 공원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공원은 마치 페스티벌을 할 때 사람이 모였던 것처럼 삼삼오오 모인 그룹들이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 따듯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유럽의 가장 좋은 시기인 봄의 날씨를 외면해야 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았다.



1. 손 세정제 사용해주세요.

코로나 사태에도 많은 가게들이 장사를 했던 한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 약 2달 동안 슈퍼와 온라인 쇼핑에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화장품과 옷을 판매하는 매장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별한 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야 하고 모든 매장에서 출입하는 인원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 직원이 직접 혹은 비치된 손 세정제를 사용하라고 말해줬다. 2달 전만 해도 손 세정제와 마스크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매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동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포라 매장에 들어가 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손 세정제가 보였다. 그것은 바로 손 세정제에 LVMH라는 기업 이름이 적혔는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향수를 만들던 LVMH가 손 세정제를 제작한다는 뉴스를 본 적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세정제를 보니 명품 기업의 빠른 대응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LVMH에서 만든 손 세정제
일주일 전 - 시내에 산책하는 사람 몇 명 빼곤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제 -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2. 마스크는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유럽은 애초에 마스크를 끼는 것을 권고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스크 대부분이 중국, 일본, 한국에서 제조되다 보니 쉽게 물건을 구할 수가 없었고 혹시라도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가 부족할까 봐 WHO 권고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고 빠른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니 정부는 마스크를 껴야 할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마스크를 구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유럽에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부터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매장에서 마스크들은 전부 동이 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마스크를 구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어느 날 정부는 우편으로 마스크를 모든 시민에게 보냈다. 한국에서의 KF94만큼 좋은 마스크 같지는 않았지만 마스크가 없던 시민들에겐 얼마나 희소식인지 모른다. 그 후로 길거리에서 마스크 쓰는 사람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전부터 마스크를 사용하던 필자를 더 이상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이젠 마스크를 쉽게 슈퍼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5개입 마스크가 대략 7유로 정도에 판매되는 것으로 보아 개당 2천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저번 주 정부는 또 다른 우편을 보냈다. 조만간 시민당 50개의 마스크를 나눠줄 것이니 이 편지를 갖고 공지된 장소로 오면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금요일이 되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동료들과 화상으로 맥주를 마신다. 그런데 저번 주 마스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프랑스인 매니저는 마스크가 적응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평소에도 마스크를 끼는지 물어봤다. 그들은 정부의 지침이기도 하고 전염병 방지에도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끼고는 있지만 되도록이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공원에만 가도 사람들과 그렇게 멀지 않음에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기에 이번 일로 유럽에서 마스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것은 분명하다.


룩셈부르크 정부에서 처음 제공한 마스크 5매


3. 회사에는 언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이번 주부터 독일 국경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룩셈부르크에서 근무하는 독일인들도 근무를 하기 위해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한동안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언제부터 사무실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아마존은 10월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최근 2달 정도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확인해본 결과, 집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딱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개인적 생각이다). 프랑스에서 근무 중인 미혼의 동료는 집에서 근무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도 근무를 할 수 있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보니 예전보다 자유롭지만 더 많이 근무한다고 했다. 반대로 아이가 있는 동료들은 반대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학교 역시 문 닫은 상태에서 그들은 육아를 도와줘야 하므로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하여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확인해보면 싱글 혹은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재택을 선호하는 반면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생산성을 위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필자는 저번 주 사무실에 찾아가 모니터 및 필요한 전자기기를 챙겨 왔다. 이때까지 "조만간 사무실로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작은 노트북 하나에 의지하여 근무해왔다. 그런데 누가 봐도 10월까지 지속될 것 같아 깔끔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환경을 꾸미기로 결정했다. 우선 모니터 2대와 키보드를 챙겨 왔고 인터넷에 좋다는 로지텍 프로용 마우스도 주문할 것이다. 이런 준비 과정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 세대가 조금 더 빨리 앞당겨 올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서재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며 사무실의 중요성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테크 회사들 역시 재택에 대한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우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위터의 경우 앞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냈는데, 이와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확실한 R&R (Role & Responsibility)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오늘 아침 뉴스에서 애플은 점진적으로 직원들을 사무실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의 특성과 조직 문화에 따라 재택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 어떤 게 좋은 결정이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기업들은 이익보다는 기업이 놓인 상황과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좋은 결정을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와이프 비자를 받기 위해 2 한국에서 EMS 관련 서류를 보냈다. 그런데 유럽 역시 코로나의 여파로 모든 서비스들이 중단되었고 결국 필자의 서류들은 벨기에 우체국에 3 동안 멈추어 있었다. 이러다가 와이프와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는데, 이번  드디어 3 동안의 멈춤이 끝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비자 신청을   없지만 조만간 다시 받을 것이라고 했고 다행히도 아주 조심스럽게 2020년도에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으며 불안해하기도 했었는데  모든 사태에도 (완벽한 끝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가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때가   같다. 사람들이 정부에서 권고하는 최소한의 수칙들을 지키며 조금이나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이게 유지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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