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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Apr 28. 2020

유럽에서 마주한 코로나 바이러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2월 초 퇴근 후 마트에 갔다가 뻘쭘했던 적이 있다. 

말 동안 먹을 음식들을 사기 위해 회사 앞 큰 마트를 갔는데 거기서 마주했던 어린아이의 부모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 걸어갔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유럽에서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트램과 같은 대중교통을 타면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피하는 것을 경험했다. 



2월 중순 결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도 확진자가 늘고 있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마스크는 점차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었고 가격 역시 비싸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진자 수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식을 끝냈던 주부터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매일매일 뉴스를 보며 이게 현실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결국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고 조금 쉬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


유럽에 돌아왔을 당시 아직 룩셈부르크에는 확진자가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중국, 이태리, 그리고 한국이 위험 국가로 거론되었고 혹시라도 입국 금지가 되지 않을까 돌아오기 전날까지 외무부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했다. 다행히 입국 절차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독일 공항에서도 한국인들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 후 매니저와 상의를 한 다음 바로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이 유럽 확진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고 마치 2월에 한국 뉴스를 보는 것과 같이 유럽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경험했다. 결국 필자의 자가격리가 끝나는 시점에 유럽은 자체 봉쇄를 시작했고 슈퍼마켓이나 공원 산책을 제외한 모든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바, 식당, 카페들은 전부 문을 닫았고 회사 차원에서도 전부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두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모습을 봤는데 대응이 참 다르다고 느꼈다.


우선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달랐다.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것에 비하면 유럽 사람들을 최근까지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을 타더라도 사람들이 전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유럽에 돌아온 후로 아직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 없다 (심지어 룩셈부르크는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화 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서 매니저를 포함한 동료들에게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그들의 입장은 간단했다.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이 착용하는 것인데 아프지도 않은데 낄 필요를 못 느낀다]와 [마스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이커머스를 통해서 구매를 해야 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중국에서 오는 것이었고 품절이었다. 


또한 유럽인들은 WHO의 권고사항을 신뢰하고 있었는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마스크보다는 손 씻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유럽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물론 지금은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정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게 될 경우 마스크를 해야 한다고 공표했다. 예를 들어 2미터 간격이 유지되지 않는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게 되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를 지원해줬다. 저번 주말에 확인해본 결과 우편함에 약 5개의 마스크가 들어있었고 덕분에 이제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게 되었다. 



다음으로 정보의 투명성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시됐다.

필자의 자가격리가 시작했을 때 매니저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했다. 어떻게 확진자 숫자가 이렇게 늘었으며 신천지는 도대체 어떤 종교 단체인지 물어봤다. 그런데 정말 2주 만에 매니저는 다시 어떻게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롤모델이 되었는지 물었다. 룩셈부르크에서도 한국을 벤치마킹하여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시작했고 뉴스에서는 실제로 한국 사례를 자주 다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있었을 때 안전하다고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개발자들은 코로나 맵을 만들어 확진자들이 어디를 다녀갔는지 알려줬고 정부 차원에서도 정보를 모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줬다. 비록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나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말 많은 공무원 분들이 고생하시는 덕분에 많은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에 돌아와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유럽 같은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확진자가 있더라도 어느 곳을 방문했는지 혹은 어디에 살던 사람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하루는 집 앞에 앰뷸런스가 와서 마스크를 낀 의사들이 반대편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당시 필자는 창문 넘어 보고 있었지만 도로 위에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반대 방향을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무엇이 맞다고 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같이 정보의 투명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확진자 경로와 같은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음과 동시에 그곳은 확실한 방역이 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도시가 멈췄다.

얼마 전 아시아 마트를 다녀왔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시내를 통해서 가야 했는데 모든 공사 현장부터 도로 위가 전부 멈춰있었다. 정부는 모든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권고했고 슈퍼마켓을 제외한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도 슈퍼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온라인 배송을 통해서 구해야 한다 (실제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제한적이다). 그리하여 길거리에 있을 때 마치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도시는 침묵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가 격리를 존중하고 잘 지키는 것 일수도 있겠다. 


다행히 룩셈부르크 확진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언제까지 재택근무를 할지 모르겠지만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래도 이 삶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아시아인이라고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없고 모두가 함께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느낌이다. 


2020년이 되어 많은 동료들에게서 한국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방탄소년단부터 시작하여 손흥민 선수에 대한 관심도도 엄청났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받았을 때 외국 동료들은 전부 이번 해 최고의 영화였다며 칭찬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한국을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갖는다. 분명 이 모든 건 늦은 저녁까지 고생하면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힘들지만 다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여 어서 빨리 이 모든 사태에 끝이 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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