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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Apr 06. 2020

재택근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추...출근하고 싶다"

오랜만에 글을 적습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저에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작년 브런치에 열심히 적었던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이제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 유튜브 인터뷰도 찍어봤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으나 예상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인하여 집콕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계시고 심적으로도 힘든 시기일 텐데 어서 빨리 모든 일들이 정리되어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달고나 커피 한 잔


재택근무를 한지도 어느덧 두어 달이 다 되어간다. 2월에 한국을 다녀왔는데 당시 한국이 코로나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셀프 자가격리 2주를 시행해야 했고 그게 끝나자마자 유럽이 한국보다 훨씬 위험한 지역이 되어 국가적인 격리가 시작되었다. 매니저를 포함한 팀원들을 만나지 않은지도 2달이 더 되어간다. 오늘은 내가 재택근무를 하며 느꼈던 점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재택근무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필자는 동료들에 비해서 재택근무를 사용하는 횟수가 현저히 적었다. 물론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과 출퇴근길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재택근무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장기간으로 하다 보니 흥미롭게도 극명한 장단점이 보였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하고도 특이한 시기에 살고 있다. 한국과 유럽에서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발병했을 때를 둘 다 경험해본 필자의 경험으로 확실히 한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유럽 발병 초기에는 실제로 사재기를 경험했고 정보의 투명성 역시 유럽 사람들이 중요시 생각하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찾아볼 수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집에서만 지내야 했고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가지도 않았다. 이는 가정이 있는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최근 출산한 동료들의 상황을 물어보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재택이 시작되면서 매니저는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혹시라도 가족들에게 필요한 일이 있다면 먼저 그 일들을 처리하고 조금 더 유연하게 근무해도 상관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잘 돌보며 지내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는데, 덕분에 어린 자녀가 있는 동료들은 평소 근무시간이 아닌 유연한 시간에 근무를 한다. 한 동료의 경우 새벽에 답장을 하고 때론 본인의 자녀를 데리고 화상채팅에 참석하여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육아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금 그나마 조금 더 유연한 재택근무가 그들에겐 너무나 소중하다고 한다.


반대로 재택근무는 집과 오피스라는 공간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전에는 출근을 하고 회사에 가면 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치열한 하루였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닫고 일을 마무리했다. 그 후 집에 오면 최대한 메일을 안 보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저녁은 온전히 개인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재택을 시작하면서 그 공간을 구분 짓는 선이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 더 늦게 일어나 잠옷을 입은 상태로 일을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반대로 퇴근 시간이 넘어서도 괜히 한번 더 메일을 확인하게 되었고 조금 더 늦은 회의라도 참석하여 일을 한다. 그리하여 재택을 하면 더 많은 유튜브를 보고 드라마를 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근무하는 시간을 비교해본다면 오피스로 출근하던 때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하는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먼저, 본인만의 규칙을 세워야 한다.

재택근무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출근 안 하니까 놀면서 편하게 일하겠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택근무를 하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오피스에서는 회의나 업무 중간에 커피 타임도 갖게 되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동료와 잡담도 나누면서 잠시지만 일을 내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재택을 해보니 휴식없이 계속 일하는 것을 경험했다. 회의를 하기 위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필요도 없고 옆 부서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만날 일도 없다. 그렇다 보니 시간을 체크하지 않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된다. 그런데 휴식 없는 근무가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하루에 몇 시간 일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와 같은 출퇴근 시간을 유지하는 게 좋겠지만 재택을 하다 보면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약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정말 필요하지 않다면 과감히 노트북을 덮어버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다른 동료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조금 더 유연한 시간에 회의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혹시라도 본인의 규칙에 어긋난 시간이라면 과감히 취소하자. 그런 다음 본인의 하루 중 언제 휴식시간을 줄 것인지도 체크해놓자. 일을 하다가 회의가 없는 시간에 쉬는 것이 아닌 본인의 스케줄 중 중요한 미팅처럼 휴식시간 역시 확실히 기입해놓는 게 좋다. 이 시간 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쉬는게 중요하다. 할게 없다면 달고나 커피를 한잔 만들어보자 (물론 돌아와서 한동안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겠지만). 짧지만 확실한 휴식시간을 갖는 게 얼마나 업무 효율에 도움을 주는지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규칙이지만 이는 분명히 장기간 동안 생길 수 있는 피로함을 덜어줄 것이다.


다음, 재택에 필요한 장비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보자.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재택근무를 할 경우 필요한 장비들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필자의 경우 사무실에 두 대의 모니터가 있고 커다란 키보드가 있어 편하게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노트북 한대에 의존해서 근무를 하고 있다. 장비가 없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장비들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다 (물론 회사에서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모니터나 다른 IT장비를 대여해준다고 연락이 왔지만 현재 밖에 나가는 게 더 위험한 상황이라 우선은 있는 노트북으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전문가를 위한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 다양한 제품들을 리뷰하는 영상들을 확인했지만 생각보다 이거다! 하는 물건을 사진 못 했다 (물론 마음 가는 제품들은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노트북 스탠드를 굉장히 추천한다. 아무래도 노트북을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할 경우 눈높이가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거북목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스탠드를 구매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혹시라도 집에 모니터가 따로 없는 상태로 노트북으로만 근무해야 한다면 노트북 스탠드를 저렴하게 하나 장만하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광고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멘탈을 잡아주자.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료들끼리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시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참 어려운 시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 업무 시간 중이라도 동료들끼리 혹은 본인이 매니징 하는 팀원들과의 커피 챗 타임을 만들어보자 (최근 동료는 아니지만 동창들과 단체로 술을 준비해 화상채팅을 했는데 이 역시 마치 같이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낼 수 있었다. 때론 이러한 방법을 동료들에게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겠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과 같은 외로운 시기를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최근 유럽 코로나 발병이 급 확산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생겼다. 그리하여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되자 매니저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그것과 관련하여 설명해주니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을 해주려고 했다. 물론 바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지만 업무를 떠나 서로를 걱정해주고 지지해주는 노력을 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필자의 최애 프로그램인 [유퀴즈]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했다. 첫 화에는 밤낮없이 고생하시는 의료진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는데 얼마나 감사하고 뭉클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참 어려운 시기에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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