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짧은 팁 공유합니다"
오늘부터 전국 서점에서 "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리고 책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월요일 아침, 월요병을 이겨내고 싱그러운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예상치 못한 메일 한통이 도착했다. 임원보고를 준비하던 테크팀 매니저가 메일을 보냈는데, 그들을 대신하여 임원에게 제품 설명 및 사용자 경험 데모를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지난주 그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피드백을 줬는데, 그들은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제품 담당자가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부 결정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나는 "알겠어, 그럼 내가 할게. 보고는 언제야?"라고 물었고 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3시간 후...
고등학교 때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연극을 배웠기에 항상 대사를 외우고 무대 위에서 친구들과 리허설을 하는데 특별활동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긴 문장을 외우고 말하는데 떨림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고 많은 게 변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긴장되기 시작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잃을 게 없었던 청춘이었는데 실수하면 엄청난 것을 잃을 것처럼 걱정했다. 덕분에 발표가 있을 경우, 타이머를 설정하여 발표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하여 연습했다. 그래도 그만큼 연습한 덕분에 아무리 얼굴이 빨개지거나 당황해도 암기한 내용은 틀리지 않고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되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게 더 부끄러웠다. 멍청한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잘못된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밀어붙이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팩트를 전달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강박도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에 걸려 연습을 해야 했고, 집에서도 혼자 중얼거리며 단어들이 부드럽게 나올 때까지 연습하다 잠들곤 했다.
그렇게 점차 더 큰 쫄보로 변해가는 내가 과연 어떻게 발표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첫째, 연습은 무조건 필요하다.
먼저 조용한 곳에 들어가 각 부분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그런 다음 설명을 자연스럽게 해보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번 같은 표현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얼마나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메시지가 또렷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면 다음으로 언제 어디서 멈출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긴장하면 목소리는 떨리거나 빨라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잠시 멈춘 다음 크게 침을 삼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발표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그럽다. 약 2초간의 멈춤이 있더라도 그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침을 크게 한번 삼켜본다고 하여 당신이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쉬어갈 공간을 만든 다음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스티브 잡스도 본인의 발표를 위해 무한 반복을 했다고 한다. 내 매니저 역시 임원 보고 전에는 조용한 곳에 들어가 끝없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내가 부족한 연습량으로 발표를 못 했다고 아쉬워한다는 건 너무 나쁜 핑계가 아니겠는가.
둘째, 발표도 많이 해보자.
연습을 많이 한 만큼 실전 경험이 많다면 발표도 잘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때 연극을 하기 전, 나는 발표하는 것을 꽤나 두려워했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 다만 우연한 기회에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고 그때의 좋은 기억 덕분에 그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찾았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더 잘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내가 자신감을 잃고 난 후에는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후로는 점차 더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무조건 해보자.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손을 들어보기도 하고 조별 과제 발표도 내가 하겠다고 나서봐라. 조원들에게는 영웅이 될 것이고 본인에게는 또 다른 배움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매번 좋은 발표를 할 수 없겠지만 기회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고 이는 당신이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마지막, 오늘 하고 싶은 나만의 팁이다 - "난 진짜 잘 해낼 거야".
꽤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일이 있었다. 진행한 프로젝트 설명 및 다음 연도 목표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는데, 임원을 포함한 각국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발표 일주일 전부터 굉장히 긴장된 상태로 있었다. 그 탓에 다른 일에 잘 집중을 하지 못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속으로 "아니야 난 발표 잘할 거야. 진짜 멋지게 할 거야"라고 생각해봤다. 그렇게 몇 번을 혼자 생각해봤는데 신기하게도 한동안 긴장감이 없어졌다. 심지어 발표를 앞두고도 동일한 주문을 걸었는데 덕분에 평소 긴장감의 반의 반도 갖지 않은채 발표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큰 발표를 앞두기 전 나는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난 잘할 거고 나중에 사람들이 손뼉 쳐주는 모습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이 없어진다. 예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주면 운동 효과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발표하는 데 있어서도 효과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혹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망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난 정말 잘할 거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정말 거짓말처럼 긴장감은 없어지고 자신감 넘치는 자신을 볼 것이다.
결국 임원 보고는 잘 끝났다. 임원은 굉장히 만족해했고 매니저는 앞으로 사용자 경험 데모를 맡아서 할 생각 없냐고 장난스레 물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위 설명한 팁들을 고민하며 연습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 번째를 강력하게 추천하는데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