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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길 Jun 01. 2024

알다 앱 디자인 리뉴얼 이야기 (1)

하나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문제 해결 여정

이 글은 2024년 5월 30일 알다 디자인 팀 미디엄에도 발행된 글입니다.




알다 앱이 리뉴얼됐습니다


2024년 5월 16일, 두달 여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드디어 리뉴얼된 알다 서비스를 무사히 공개했어요. 지난 6개월 동안 BAT와의 협업을 거쳐 도출한 브랜드 경험 원칙과 디자인 언어를 프로덕트에 반영하는 대장정의 마무리이자, 앞으로 알다가 가져가야 할 새로운 제품 원칙의 첫 발걸음을 뗀 셈입니다.



물론 큰 문제 없이 앱을 무사히 배포했을 뿐이지 해야 할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브랜드 원칙과 디자인 언어를 다듬는 지난하고 고된 작업이 시작될 거고, 수없이 쌓여가는 개선 사항, 남겨진 백로그와 돌발 이슈, QA가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앱 리뉴얼이라는 큰 산을 무사히 넘은 만큼, 앞으로 있을 많은 고민들 역시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새로운 알다 앱을 만들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고민한 두달 동안의 알다 디자인 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앱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알다 앱 리뉴얼은 알다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써, 새로 정의된 알다의 브랜드 디자인을 제품 관점으로 녹여 알다 앱과 웹 등에 적용하는 후속프로젝트였습니다. 마케팅 팀에서 도출한 브랜드 디자인을 제품에 녹여내기 위해선 브랜드 디자인과는 또 다른, UI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알다 프로덕트 디자인 팀의 밀라, 딜런, 레지나

현재 알다에는 3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각자 맡은 스쿼드의 디자인을 책임지며, 주기적인 디자인 팀 회의체를 통해 알다의 프로덕트 디자인 원칙을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앱 리뉴얼 프로젝트는 제품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브랜드 디자인을 제품 디자인으로 해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디자인 팀에서 책임을 직접 가지고 진행해보기로 결정했어요.


리뉴얼 킥오프를 대차게 알리는 슬랙 메시지

디자인 팀을 중심으로 데이터, 프론트엔드, 백엔드, 마케팅 등 전사 모든 직군이 리뉴얼을 위한 TF에 참여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것을 리뉴얼 할 것인가


사용자는 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알다 사용자의 대부분은 대출을 받기 위해 우리 앱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출 비교 기능은 가장 눈에 잘 띄도록 홈 화면 가장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또한 신용점수, 대출관리, 자동차 담보 대출 등 대출 비교 외의 다른 기능도 홈 화면에서 같이 제공하고 있었어요.


사용자에게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결국 앱이 주는 가치가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이자 사용자가 가장 만족하는 순간은 다양한 상품을 확인하고 대출을 무사히 받는 순간입니다. 그렇기에 대출 비교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돋보여야 하는데, 홈 화면에서 편의를 위해 제공한 다양한 기능들이 오히려 대출 비교로 가는 사용자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앱 리뉴얼을 통해 기존 홈 화면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 대출을 받는 사용자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단서를 찾기 위해 먼저 사용자가 홈 화면에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대출 관리와 신용점수에 밀려난 대출 비교


우선 홈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누르는 지 확인해 봤어요.


알다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대출 비교, 신용 점수, 대출 관리 등 3개의 기능을 먼저 보게 돼요. 일반적으로 가장 맨 위에 있는 기능은 매우 중요한 기능이고, 또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기능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또 사용자가 반드시 했으면 하는 기능이 들어가는 자리예요.


홈 화면에서 가장 많이 쓰는 3가지 기능의 전환비


하지만 알다 앱 홈 화면에 도달한 사용자들 중 대출 비교를 바로 실행한 사람들은 겨우 40%에 불과했어요. 중요한 기능이라고 하기엔 다소 낮은 수치에 가까웠습니다. 앞에서 추측한 대로, 다른 기능들에 시선이 이끌려 대출 비교를 먼저 하지 않는 것이라는 확신이 조금 더 생겼어요. 심지어 다른 기능인 신용 점수와 대출 관리를 합친 사용자 비율이 대출 비교를 실행하는 사용자 비율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광고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들의 경우에도, 대출을 받으려는 의지가 더 큰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대출 비교 실행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어요.


단순히 ‘다른 기능들이 많아서 그렇다’ 라기엔 조금 더 구체적인 사용자의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용 점수를 확인한 다음에 대출 비교를 실행하면 전체 대출 비교 실행 건수는 늘어납니다. 하지만 홈 화면에서 대출비교를 바로 실행한 건 아니기 때문에, 홈 화면으로써의 가치가 없어진 셈이에요. 그래서 대출 비교를 실행하는 사용자들의 다양한 흐름을 살펴보고, 어떤 맥락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지 더 관찰해보기로 했어요.



홈에서 56%만 바로 대출비교 배너를 선택


홈 화면에서 대출을 바로 받으러 가지 않은 사람들은 무려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중 90%는 결국 대출 비교를 실행했어요. 그 중간에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니, 대출 관리와 신용 점수를 방문하고,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 대출 비교를 실행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홈에서 대출비교를 선택한 사용자의 이동 경로


게다가 하단 메뉴로 빠져 나가는 사용자도 있었습니다. 전체 메뉴를 눌러본 사용자 100명 중 40명은 다시 홈으로 되돌아 오는 패턴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홈으로 되돌아 온 사용자 40명 중 대출 비교를 누르는 사용자는 겨우 5명 남짓이었습니다. 즉, 전체 메뉴로 100명의 사용자가 빠져나가면, 이중 5명만 다시 돌아올 뿐 95명은 대출을 받지 않고 사라진다는 뜻이었어요.


전체 메뉴를 본 후 홈에서 대출 비교를 누른 사용자의 흐름


대출을 받는다는 건 신중한 일이기 때문에 믿을만한 서비스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둘러 보려는 사용자들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낯선 서비스에 흔쾌히 시간을 투자하는 사용자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뢰도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홈 화면으로 다시 돌아온 사용자들이 대출 비교를 실행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충분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했어요.


사용자는 홈 화면에서 대출 비교 기능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탐색한 이후에도 대출 비교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데이터를 통해 1차적으로 정의한 문제를 두고 TF 구성원들과 리뉴얼 방향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큰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문제의 문제


대출 비교 기능을 더 드러내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리뉴얼의 목적에 대해 구성원들 간의 의견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분석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홈 화면에서 대출 비교에 진입하는 비율이 10명 중 4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과연 이 수치가 실제로 낮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어요.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이미 어떤 것을 개선할 것인지를 잠정적으로 정해두고 데이터를 결론에 맞춘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됐습니다.


‘우리는 앱 리뉴얼을 통해 어떤 것을 달성할 것인가?’ 라는 목표 의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 데이터를 목적이 아닌 현상으로 다시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알다 홈의 문제는 뭘까요?


앞서 수집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디자인 팀은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관찰했습니다.



사용자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계속 분석해 볼 수도 있고, 기존 사용자들에게 설문과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A/B테스트를 통해 가설을 하나씩 소거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항상 비즈니스 임팩트와 더불어 조직의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제품 밖의 문제도 해결이 필요했죠. 일정이 꽉 찬 프론트엔드 팀의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점, 앱 개편 이후의 마케팅 일정과 비즈니스 팀과의 협업까지 이미 모두 계획되어 있는 상황에서 병목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현상에서 추정할 수 있는 문제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 진짜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우리는 왜 리뉴얼을 시작했을까?


리브랜딩으로 탄생한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비주얼 가이드라인을 제품에 반영하는 건 사실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홈 화면까지 개선하고자 했던 걸까요? 도출한 데이터는 관찰된 현상일 뿐인데, 개선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부터 섣불리 판단하진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리브랜딩을 진행하게 된 비즈니스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알다 서비스는 대출 비교 서비스이기에, 대출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죠.


이에 따른 사용자 목적 또한 명확했습니다. 대출이 필요한 사용자는 알다에서 나에게 맞는 대출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어야 했어요.



이제 진짜 문제를 정의해 봅시다



앞서 이야기한 목적을 유저스토리로 정리했습니다. 목적이 명확해지니 문제를 향한 질문도 선명해졌어요.



홈 화면은 사용자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앞선 데이터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홈에서 대출비교 이외의 기능을 선택한 90%의 유저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고 홈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찰했던 현상은 ‘사용자가 대출 비교 외의 기능으로 분산된다’ 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사용자는 자신에게 맞는 대출을 홈 화면에서 빠르게 찾을 수 없다’




현상 → 목적 → 판단 → 문제 → 가설


문제를 정의한 후 알다의 홈 화면을 다시 살펴봤을 때, 우리는 가설에 근접한 원인을 어렵지 않게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데 뭘 눌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 기능은 뭔가요?”
“뭔가 다양한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쓴 적은 없어요”


알다는 ⓵ 대출을 받는 [대출 비교] 기능과 ⓶ 받은 대출을 관리하는 [내 대출관리]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홈은 [내 대출관리] 기능에 포함된 [신용관리 보고서]가 바로가기 형태로 노출되는 등 비슷한 기능들이 홈에서 ‘보다 풍성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어요.


풍성해보이는 홈 화면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현재의 홈 화면은 사용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많은 기능을 탑재한 다른 금융 서비스를 따라가며 금융생활의 슈퍼 앱 엇비슷한 모습이 되었지만, 외연적인 흉내에 그쳤습니다. 사실 우리가 집중하고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기능은 바로 [대출 비교]였어요.


자산 · 대출 · 소비를 한곳에서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슈퍼 앱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명확한 기능 하나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현재 알다 홈이 해야 하는 유일한 역할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가설을 토대로 홈 화면의 개편을 위한 TF 구성원의 합의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이해하는 바를 맞추고, 디자인 시안을 본격적으로 도출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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