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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함보다 편안함이 팀을 지킨다

긴장보다 안정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때

by 김태길

일을 하다 보면 팀 안에서 유능한 사람이 반드시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번 마주하게 된다. 뛰어난 판단력과 빠른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팀 전체가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람의 속도와 기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한 긴장으로 번지기도 한다. 반대로 특별히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지 않아도 묘하게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고, 팀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 관심을 받는 쪽은 보통 전자지만, 실제로 팀을 오래 지탱하는 힘은 후자에게서 나온다. 유능함은 즉각적인 성과를 만들지만 편안함은 팀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팀에서 편안함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편안함은 말 그대로 팀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서로의 말을 과하게 해석하지 않아도 되고, 작은 실수에 겁을 먹지 않아도 되고, 의견 차이가 생겨도 불필요한 긴장으로 번지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판단도 정확해지고 대화도 짧아지고 협업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유능한 사람이 중심에 서면 팀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그 속도가 팀 전체의 리듬과 맞지 않으면 긴장은 빠르게 확산되고 불안한 공기가 만들어진다. 결국 팀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일은 잘 돌아가는 듯해도 지속성이 떨어진다.


편안함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과하게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팀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민감하고, 필요할 때 한 발 앞서 대화를 정리하며, 말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바로잡는다. 티가 나지 않는 수고를 꾸준히 이어가기 때문에 팀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위험한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않는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누구나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팀은 조금씩 나아지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쌓인다. 이런 태도는 별다른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이며, 자기 자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유능함보다 편안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너무 뛰어나면 오히려 감정적인 거리감이 생기고, 실수나 속도 차이를 드러내기 어려워져서 팀의 대화 자체가 위축되기도 한다. 반대로 충분히 똑똑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대의 속도에 맞추고, 필요한 순간에는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서주는 사람은 팀 전체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이런 사람은 누군가가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감정이 치우칠 때 그 공기를 부드럽게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 이런 균형 덕분에 팀의 성과는 단기적인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결국 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능력이 아니라 긴 호흡을 유지하는 힘이다. 유능함은 성과를 앞당기지만 편안함은 결과를 지탱한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다시 중심을 잡는 것도 대개 편안한 사람들 덕분이고, 팀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는 것도 결국 이 작은 안정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경험이 오래된 조직일수록 유능한 사람을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팀의 공기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실력은 많은 사람에게서 비슷하게 올라오지만 편안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힘은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치를 가진다. 팀의 성과는 유능함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오래 버티는 힘은 결국 편안함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떤 팀은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도 쉽게 지치고, 어떤 팀은 조용히 버티며 꾸준히 제 속도를 유지한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편안함은 성과보다 천천히 오지만 더 오래 남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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