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풀어야 하는 순간부터 이미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화면에 붙는 설명이 점점 늘어나는 때가 있다. 처음에는 간단한 안내 문구 하나만 달아두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기능이 늘어나고 흐름이 복잡해질수록 설명이 필요한 위치가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거의 모든 주요 행동 옆에 작은 보조 문장이 따라붙어 있다. 이런 화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든다. 설명이 많아질수록 안정되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화면이 더 불안정해 보이고, 기능이 더 풍부해졌을 것 같은데 사용자 경험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때 문득 깨닫게 된다. 설명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화면이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좋은 UX는 안내가 없어도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해하는 순간에서 만들어진다. 반대로 설명을 붙여야만 작동하는 UX는 이미 어느 부분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버튼이 왜 그 위치에 있는지, 기능이 왜 특정 타이밍에 등장하는지, 인터랙션이 왜 이런 방식으로 동작하는지를 사용자가 ‘이해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이해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명이 결국 화면을 대신해서 기능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설명은 이유를 설명하지만 리듬을 해결하지는 못하고, 기능을 규정하지만 행동을 자연스럽게 만들지는 못한다.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설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설명이 해결하려는 지점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능을 안내하는 작은 문구가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그 기능의 위치나 형태가 이미 사용자와의 합의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하고, 특정 상황에서 반복해서 도움말이 등장해야 한다면 그 상황 자체가 사용자의 사고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설명은 문제를 감추는 덮개가 아니라 문제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식이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설명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이 문장이 없어도 사용자가 이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문장이 있어야만 행동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설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고, 문장이 길어져야만 흐름이 보인다면 그것은 서술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의 문제에 가깝다. 좋은 UX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설명을 줄이는 일도 자연스럽게 중요해진다. 화면이 스스로 자신의 목적을 전달한다는 것은 단지 깔끔함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설명이라는 장치 없이도 사용자와 일종의 호흡을 맞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이 사라지는 순간이 제품의 완성 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설명 없이도 이해되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한다. 예외 상황을 줄여야 하고, 흐름의 밀도를 조절해야 하고, 버튼의 목적과 위치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전체 구조가 잘 맞물려야 작은 안내를 없애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 잘 맞물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작업은 더 깊어지고 더 깔끔해진다. 설명은 지식을 더하지만 UX는 이해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를 만드는 일은 설명보다 훨씬 어렵고, 그래서 훨씬 의미 있다.
설명은 줄어들수록 제품의 실력이 드러난다. 사용자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은 늘 길지 않은 흐름 속에서 온다. 화면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버튼이 맥락 안에서 자리를 잡고, 기능이 큰 무리 없이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해줄 때, 그때 비로소 사용자는 설명을 읽지 않아도 제품을 이해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설명을 잘 쓰는 법을 고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명을 쓰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법을 더 고민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좋은 UX는 설명되지 않고 발견된다. 발견은 설계자가 강요하는 이해가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내는 이해고, 그 이해는 설명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보다 훨씬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그래서 화면을 만들 때마다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문장이 정말 필요한가, 이 도움말이 사라져도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가, 이 흐름이 스스로 완성될 수 있는 구조인가. 설명은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라 불필요한 설명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국 제품을 기억하게 만드는 건 설명이 아니라 발견의 순간들이다. 안내를 읽어서 이해한 기능은 금방 잊히지만, 스스로 눈치채고 스스로 사용해 본 기능은 오래 남는다. 나는 그 오래 남는 순간들이 제품을 만든다고 믿는다. 설명으로 만들어진 이해가 아니라 발견으로 만들어진 이해가 UX를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