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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story Oct 31. 2017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1)

Prologue

논문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대학 이상의 과정을 수행하다 보면,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논문 저술인데, 사실 이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일반적으로 석사과정에 들어와서 1년 반 동안 수업 받으면서 마지막 한 학기 동안 논문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학부 때 없던 창의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학교 교수님들이 나만 바라봐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학교 코스웤만 마치면 학위를 주면 좋겠는데, 수료는 취득이 아니라니 참 환장할 노릇이다. 


박사과정이라고 해서 별다를 바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국내 대학에서 풀타임으로 공부만 할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소위 ‘짬밥’이 생겨서 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지만, 우리나라 박사과정생들의 많은 경우, 직장을 다니면서 입에 풀칠은 해야 하기 때문에 일에 바쁜 와중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듣고, 일주일에 논문 한편 읽기도 힘들다. 


교수님이나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학위를 받아 나오면 다 끝나는가? 학위를 간판으로 사회에 들어가 연봉을 높이고 그전보다 조금 더 인정을 받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학위에 걸맞은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학위논문 쓰는 것과 학술지에 게재할 논문을 쓰는 것이 또 다르다는 것을 절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한다. 그런데,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도 실제로 논문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부 교수님들도 논문이라고 하면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교수가 매년 작성하는 논문 편수가 대학에서의 평가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면서 교수도 편한 직업이 아니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논문을 쓰는 사람들은 논문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동시에 가설을 정립해야 하며,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고 독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러나 글을 써서 남을 설득시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눈 높이에서 바라보는 논문 쓰는 방법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학술적인 필드에 있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몇 년이 지나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면서, 그 사람들이 알기 쉽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눈높이에 맞는 논문의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논문을 쓰는데 통달했다거나 논문의 철학적 깊이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많은 학위 지망생들(?)과 같은, 아니 조금은 더 거친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가능하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집필을 시작하였다.


필자는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남들이 다 거쳐 가는 과정을 평범하게 겪었고, 어떻게 보면 뭘 배웠나 싶을 정도로 그저 지도교수님과 선배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졸업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면서 논문에 대한 열의를 가졌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즐거운 대학생활을 연장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저 따라만 가다 보니 남는 것은 더욱 없었다. 물론 지금과 같이 사회취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학문보다는 학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쓰게 된 하나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다. 


       




Ⅰ. Prologue    


대학 졸업…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까?


대학원이나 갈까???    

“춥다!” 가을의 따스한 햇살을 느끼면서 캠퍼스 벤치에 누워 잠깐 졸았는데, 저녁 무렵에는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한기가 느껴진다. 툭툭 털고 일어나 보니 해가 건물동 사이에서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 뭐 해야 되지?”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이 먼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졌다. “이제 곧 졸업인데…. 꿈같은 대학 4년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꿈나무 소리를 들으며 공부보다는 술, 당구, 미팅, 연애에 빠져 살았던 1, 2학년 시절, 군대 갔다 와서 나름대로 학과 공부도 하고 열심히 살았던 복학생 시절 등이 머릿속을 주마등같이 스쳐간다.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해서 결혼도 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내가 희망하는 회사에 들어가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원이나 갈까? 공부와 담을 쌓았던 내가, 그나마 군대 갔다 와서 겨우 공부하는 시늉을 하던 내가, 대학원에 가서 견뎌낼 수 있을까? 아니, 대학원에 합격할 수나 있을까?” 영어시험에 붙을 수 있을지 조차도 자신이 없다….  


   

논문쓰기라는 험난한 모험의 시작


첫 학기    

우여곡절 끝에 턱걸이해서 대학원에 들어간 첫날. 


“오늘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연구실 선배들의 권유에, “즐거운 대학생활을 한 2년 연장하는구나!” 하고 기분이 들떴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에서 기상나팔이 울려 퍼진다. 새벽에 들어와 겨우 서너 시간밖에 못 잔 것 같은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그래도 첫 수업부터 지각하면 안 되지…” 고양이 세수만 하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나가 전철에 올라탔다. 


첫 수업시간이다.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 대학원 수업은 학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제가 많아지고 토론수업이 많아졌다는 것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한편, 수업에 열의 없는 몇몇 교수님들은 “오늘은 회의가 있어서”, “한 2주일 동안은 해외출장이 있어서”라며 결강하는 횟수가 많아진다. 


강사가 강의하는 수업이 많아진 것도 대학원 와서 달라진 점이다. 매년 끊임없이 오르는 등록금은 강사들에게 적은 월급 주고, 나머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연구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누가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복사해주고, 물 떠 오고, 청소하고 있는데… 연구원 방장인 선배가 부른다. “너 이것 좀 정리해봐라.” 엑셀 프로그램에 담겨있는 데이터 파일을 주면서, 분석에 쓸 수 있게 정리해달란다. 


대학원에 오면 통계고 데이터고 저절로 알게 되나? 참 궁금하다. 선배도, 교수님도 아무것도 가르쳐준 게 없는데… 일부터 하란다. 참 답답하다. 헤매고 있으면 “넌 이것도 못하냐?” 하고 핀잔이 들어온다. 뒤 이어 두꺼운 통계책 하나 던져주면서, “공부해!” 하는데… 앞길이 깜깜하다.


교수님을 찾아뵈려고 해도, 외부회의, 프로젝트 협의 등으로 외부에 계시는 일이 잦아서 얼굴 한번 뵙기도 쉽지 않다. 부르기를 기다렸다가는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뵙지 못하겠다 싶어서,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똑똑”하고 문을 두드린다. 


교수님은 “어… 그래! 어쩐 일이냐?”하고 물으신다. 


“저 대학원에 들어와서 뭔가는 해야겠는데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요?” 교수님은 잠시 한심하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시다가 이내, “대학원은 네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거야!” 라고 말씀하신다. 이어서, 당신이 하시는 일 도우면서 선배들한테 배우고, 이런저런 과목 수강하라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시간은 흘렀지만… 아무런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세 번째 학기    

하라는 일 하고, 들으라는 과목 듣다 보니… 벌써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여전히 학부 때하고 크게 달라진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연구실에서 컴퓨터와 씨름을 하던 어느 날… 졸업논문 주제를 정해 오란다. “‘주제’가 뭐지? ‘주제 파악’하라는 건가?” 


지난 1년 동안 논문이 뭐고 어떻게 쓰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자동으로 터득되는 건가 보다….”


논문 주제를 정하려고 기존 논문들을 프린트해서 하나씩 들여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안 다룬 주제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남들이 다 써놨는데 뭘 써야 하지???” 그 누구도 어떻게 주제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밤새 끙끙대면서 주제랍시고 잡아갔는데…. “너무 브로드 해! 주제가 너무 옛날 꺼야! 그거 어떻게 분석하려고 하는데?” 등등 지적질만 잔뜩 해댄다. “주제라는 게 뭔지? 어떻게 주제를 잡는 건지? 어떻게 분석하는 건지? 쫌 알려달라고요~~!”   



혼돈의 시기… 내가 쓴 게 논문일까?


논문 심사    

교수님은 “네가 작성한 논문은 문제가 많으니까, ooo교수님, ooo박사님 등으로 심사위원 구성하자”라고 말씀하신다. 논문 심사받으면서 심사위원님들이 해대는 지적질(?)은 들을 때는 알겠는데 지나고 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교수님은 빨리 결과물 가져오라는데, 가져가면 야단만 맞고… 어디에 꼭꼭 숨어버렸으면 좋겠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심사 통과하고 논문 제본은 했는데… 내가 논문을 쓸 줄은 아는 건가???     


   

갈 곳이 없어서 되돌아온 논문쓰기의 고행     


박사과정으로    

석사 졸업은 했는데, 눈은 높아지고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결국, 지금까지 석사과정에서 공부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잘한 걸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더 이상 집에서 돈을 받아 학교를 다니는 것도 염치가 없고, 오랫동안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자니 풀타임으로 학교를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서… 일단 선배가 알선해준 직장에 입사해서 파트타임으로 야간강좌 중심의 학위과정을 시작했다. 


학과 교수님은 “풀타임으로 다녀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네 실력에 파트타임으로 학위를 따는 것이 가능하냐?”면서 겁을 주신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파트타임으로 험난한 길을 걷기로 결정하고야 말았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시간이 해결해줄까?



반복되는 수업과 좌절    

박사과정 수업도 석사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배우는 과정도 별로 틀린 것이 없고, 여전히 “논문은 어떻게 쓸까?” 되뇌면서 직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강의실에 들어가 멍하니 칠판을 쳐다본다. 


관성에 이끌려 시간 되면 수업 들어가고, 강의실을 벗어나면 공부는 남의 세상 얘기 같다. 그나마 석사과정 시절 학교에 있을 때는 뭔가 배우는 느낌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머리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대로 시간만 때우면 저절로 박사가 될 수 있을까?”       


관성에 이끌려 시간 되면 수업 들어오고, 강의실을 벗어나면 공부는 남의 세상 얘기이다. 그나마 석사과정 때 학교에 있을 때는 뭔가 배우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대로 시간 때우면 박사 되나?        


포기하고 싶다…


논문게재 조건    

세월은 흘러 수료시점은 다가오는데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주저자 또는 서신저자로 학술지에 최소 2편은 써야 박사학위논문을 쓸 자격을 준단다. 


그나마 보고들은 풍월과 짬밥이 있어 제법 주제다운 주제를 골라서 작업을 시작한다. 아는 선후배 총동원해서 자료를 모으고 데이터를 만들어보지만… 데이터 만져본 지 오래됐고, 통계처리에서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겠어서 또 좌절에 빠진다. 선후배, 동료들에게 부탁하느라 없는 돈에서 술 사느라고 빚만 늘어 가는데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교수님과 선배들은 어려운 거 아니라던데, 나한테는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가까스로 학술논문의 형식을 갖춰서 교수님을 찾아뵈니, 논문을 읽어보시고 대략 난감해하신다. 잔뜩 지적질을 해주시는데 속으로 욕만 나온다. 


어찌어찌하여 논문을 제출했더니 이번에는 저널 심사위원들의 빼곡한 지적사항이 다시 한 번 나를 절망에 빠뜨린다. 이건 수정해보라는 건지? 가망이 없다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아~ 갈 길이 멀구나….” 




고생 끝? 절망의 시작…

          

박사학위 심사… 학위는 땄지만…     

겨우겨우 논문 2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나니 박사논문이 기다리고 있다. 게재된 논문들을 잘 합쳐서 쓰면 된다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지만 이건 뭐…… 태산 같은 작업들이 기다린다. 학술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던 수많은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뭐였는지도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표절하면 큰일 난다는데…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인용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른 논문에 있는 내용을 가져다가 정리는 해야겠는데, 같은 내용을 어떻게 다르게 쓰라는 건지 대략 난감이다.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지도교수님의 정치적 도움(?)으로 겨우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졸업은 했지만…, “앞으로 혼자서 논문 쓰라고 하면 또 쓸 수 있을까? 앞날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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