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연구 검토
선행연구 검토 실전(1탄)
전혀 다른 글들을 엮는 연습을 하자!
선행연구 검토는 논문을 시작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글을 써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훈련이 덜 된 대학원생들에게는 정복하기 너무나 어려운 과정이다.
필자의 미국에서의 박사과정 첫여름학기(쿼터제라서 1년에 4개 학기가 있다)에 전공 교수님이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논문들을 수집하고, 선행연구 검토 부분을 정리해오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필자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전자, 전기 계통의 메이저 논문 중 하나인 IEEE의 논문들을 100편을 수집하고 선행연구만 엮어서 스토리를 짰다. 그 당시, 왜 무모하게 전혀 지식이 없던 분야의 논문을 수집하고 엮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공 교수님이 환경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부분을 하드 하게 다루시는 분이라 관련된 에너지 분야의 논문들에 손이 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전혀 모르는 분야의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줄거리를 만드는 작업이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와 같이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본 것으로 착각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떠한 글이라도 엮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약간은 기계적이지만, 선행연구 검토 부분을 엮는 방법을 연습해보자.
① 논문 써치 포털을 활용해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맞는 논문들을 다운로드한다.
● 논문 써치에 있어서는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두 개 이상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찾는다. 앞에 예로 든 ‘삶의 질’ 연구에서는 제1키워드인 ‘삶의 질’에 물리적 환경, 거주환경, 도시환경, 커뮤니티, 이웃, 공동체 의식, 소득, 학력 등을 조합하여 찾도록 한다.
※ 연대기별로 최근 10년 이내, 때로는 5년 이내의 논문들만을 대상으로 수집한다. 오래전 고전이 된 논문들도 필요할 경우가 있지만, 이는 선행연구 속에서 대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찾아보기로 하고 범위를 제한하여 부담을 줄인다.
② 다운로드된 논문의 필요한 부분을 Copy & Paste 한다.
● 수집된 논문의 Abstract(국문 초록, 영문초록), 서론, 선행연구, 결론 부분만을 대상으로 하고, 분석자료, 모델 등은 일단 제외한다. ‘분석자료와 모델’ 부분은 일단 패스하고, 나중에 필요할 경우에 다시 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초록과 서론에 방법론이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분석방법을 찾을 때 다시 참고하기로 한다.
※ 여기서, 주제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copy 하는 것은 힘도 들고 의미도 없다. 쭉 읽어 내려가면서 필요한 문장단위로 copy 하는 연습을 해보자.
● 쭉 읽어 내려가면서 필요한 문장을 찾는 것은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찾아가면서 내용의 흐름이 이해가 되고, 여러 번을 반복할수록 내가 찾고자 하는 주제가 정리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런 걸 연구하려고 했던 거구나”라는 감이 잡힌다.
③ 복사된 내용 앞에는 제목과 저자, 년도 등을 같이 복사해준다.
● 전체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단위로 복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장의 앞에 제목, 저자, 년도 등이 없으면, 논문들을 하나하나 다시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것이다.
● 복사한 문장은 폰트가 예쁠 필요도 없고, 형식을 맞출 필요도 없다. 그냥 단순히 복사하고, 제목, 저자 등이 있는 부분도 그냥 카피해서 가져다 놔라.
※ 해당 버전은, 선행연구 검토의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버전으로 저장시켜 놓으면, 나중에 여러 행태로 섞이더라도 출처를 찾아서 기입할 때 어렵지 않을 것이다.
④ 이제부터는 내가 쓸 선행연구 검토의 골격을 구성한다.
● ⑴ 연구의 배경(내가 주장하는 이론이 나오게 된 이유) → ⑵ 관련된 주제들에 대한 구분 및 정리(나와 주장이 유사한 것과 틀린 것, 관련 있는 것 등을 구분) → ⑶ 내가 주장하는 가설을 지지하는 논문 내용들의 정리 → ⑷ 나의 주장과 다른 논문들의 소개 및 논의 → ⑸ 반대 주장에 대한 재반박 또는 합의 → ⑹ 앞의 내용들을 정리한 가설 설정 → ⑺ 연구의 차별성(서론에서 차별성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토론의 결과에 따른 차별성 부각) → ⑻ 연구의 한계(앞의 논의 흐름에 따라서는 관련 분석이 이뤄져야 하지만, 일부만이 분석 가능하다는 설명)
⑤ 골격에 어울릴 수 있는 글들을 재배치한다.
● copy & paste 된 문장들을 하나씩 뜯어서 골격에 맞춰 재배치한다.
● 일단 골격의 각 부분에서 필요한 글들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다 보면, 놀랍게도 스토리(빙산의 일각)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⑥ 골격의 부분마다 모아진 글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본다.
● 골격의 각 부분마다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스토리를 엮는 것은 초보자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 주장을 지지하면 지지하는 대로, 반박하면 반박하는 대로 목적에만 충실하자.
●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필요 없는 문장들을 버리거나 통합하는 과정이다. 스토리가 굴러가는 방향대로 필요한 문장만 쓰고 나머지는 뒤에 따로 모아놨다가, 필요한 경우에만 먼저 쓴 문장에 다시 가져다 통합하여 연구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주자.
⑦ 골격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전체 스토리를 짜 본다.
● 골격 자체를 순차적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각 부분의 골격들을 가지고 연결만 잘 시켜준다면 전체 선행연구 검토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다른 부분과는 달리, 약간은 지루하고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 선행연구 검토이다. 몇 번만 위의 방식대로 연습을 하고 선행연구 검토 작성이 이루어진다면, 여러분도 선행연구 검토에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교수님께 자신의 논문을 가져다 보여드리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기 시작할 것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