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보다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곧 이미 답이 정해진 사람보다는 나 때문에 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더 매력적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낚시로 비유하자면 이미 낚시에 성공해서 딱히 신경 쓸 것이 없는 물고기는 아직 잡히지 않아서 밀고 당겨야 하는 물고기에 비해서 관심을 덜 쏟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가령 내가 두 개의 화초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하나는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쑥쑥 건강하게 잘 크는데 하나는 시들시들해서 뭔가 챙겨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화초라고 해보자.
만약 이와 같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게 잘 크는 화초와 시들시들해서 챙겨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화초 혹은 챙겨주면 건강해질 것 같은 화초가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화초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시들시들한 화초, 다시 말해서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건강해질 수 있는 화초에 훨씬 큰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될 것이다. 왜냐면 시들시들한 화초에는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이 공존하고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하는가? 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흔히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아이보다는 왠지 살짝 부족해서 챙겨 주게 만드는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듯이 우리는 마냥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서 나를 좋아할 수도 혹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우리는 내가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사람보다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고 신경 쓰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를 좋아하는 것을 확신할 수 있거나 혹은 나를 싫어하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갖게 되고 덜 신경 쓰게 된다. 왜냐면 나를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뚜렷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경 쓰게 만들고, 관심을 가지게 만들며, 그래서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사람들은 매력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가만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내가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어떤 건반을 누르는가? 에 따라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사람이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내가 어떤 건반을 누르든 ‘도’나 ‘레’처럼 한 두 가지의 소리만 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나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매력을 느끼지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는 것은 곧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내가 상대방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과 같으며,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이 내 말이나 행동에 리액션이 좋거나 내 말을 잘 들어줄 경우에 쉽게 호감이 생기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말이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리액션이 좋거나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난 너에게 영향받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만큼 상대방에게 '넌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특별해'라는 느낌을 안겨준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사람에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말하자면 호감이라는 것은 자연히 내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곧 내가 주는 사랑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완벽해서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내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즉 완벽한 사람의 팬은 될 수 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상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너무 완벽한 사람이 내게 영향을 받는 관계’를 상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그 사람에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기는 한데 나랑은 좀 안 맞을 것 같아’, ‘매력은 있는데 나랑은 좀 달라’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인기가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물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약간의 허술함을 보여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게 된다면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겠지만 말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뭔가 부족한 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한 주인공에게 뭔가 상처가 있다거나, 어설픈 구석이 있어서 감정 이입을 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뭔가 '저런 사람이라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차갑고 완벽한 재벌 3세는 매력적이지 않다. 차갑고 완벽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상처를 갖고 있는 재벌 3세는 매력적이다. 전자에게는 내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후자는 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사람들에게 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원한다면 좀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다가올 수 있는 혹은 만남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는 '좀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말에서 뭔가 줏대 없는 사람 혹은 미성숙한 사람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좀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의 의미는 쉽게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배우거나 쉽게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보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자는 말하기를 '세 명의 사람이 길을 걸어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다. 그들 중에서 좋은 점은 보고 배우며, 좋지 못한 점을 보고는 자신의 허물을 고친다'라고 말했다.
즉 내가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무의미해 보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관계 속에서도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보다 어린아이들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서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나이 많은 어른들은 스스로 충분히 성숙하다고 여겨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받을 생각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사람들이 어린아이의 질문에 호의적인 것은 질문이라는 것 자체가 칭찬처럼 상대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곧 ‘당신은 내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주변의 어른들을 하나같이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니 말이다.
이처럼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만큼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늘 다른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흔한 사람들조차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 테니 말이다.
참조
<논어 - 북경대 교수 황종원 옮김, 서책, p108~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