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1인 가구가 되어 버린 어머니의 생신에 맞춰서 휴가를 보냈다. 혼자 계시니 제대로 된 끼니를 잘 챙겨 드시고 계신지가 걱정되었다. 다행히 드시는 아침식사가 혼자 계신다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계시진 않으셨다. 탄수화물 위주로만 드시는 게 아니라 풍성한 야채와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란과 닭가슴살을 곁들여 드시고 계셨다.
재밌었던 것은 어머니가 모 회사의 간편식을 드시고 계셨다. 뭐라 한적도 없는데도 그걸 손에 쥐어놓고도 민망했던지 아이들이 있으니 같이 한번 먹어봐야겠다며 전자레인지용 함박 스테이크를 장바구니에 넣으셨다. 무척 흥미로운 장면이었는데, 평소에도 이런 거 사서 드시냐고 여쭤봤더니 머쓱해하시며 혼자 고기 먹기가 부담되니 가끔 이렇게라도 영양 보충을 한다고 했다.
식품 카테고리의 디지털화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7월 말) '한국경제 신문'에서 이 내용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보면 '간편식', '식품 전문 플랫폼', '식문화'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부분은 식품 전문 플랫폼 부분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거대 플랫폼의 이커머스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데도 지속적으로 카테고리별 전문 플랫폼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다들 한 자리씩 잡은 무신사(의), 마켓 컬리(식), 오늘의 집(주) 등 버티컬 커머스의 리더들이 있음에도 기사에 나오는 재미난 서비스는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들었던 의문.
카테고리별로 버티컬 플랫폼들은 생존할까? 현재까지는 Yes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예측보다는 대응이라고 생각하고 이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1. 시장규모가 다양한 플레이어를 탄생시킨다.
결국 카테고리별 시장규모, 특히 온라인 거래량의 증가가 새로운 버티컬 서비스들을 탄생시킨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가끔 통계청 자료를 보는데, 매달 혹은 분기별로 한 번씩 챙겨보면 상당히 유용하다. 구글에서 '온라인 쇼핑 동향 통계청'만 검색해도 매월 온라인 쇼핑 동향이 자세히 나와있다.
20년 카테고리별 온라인 쇼핑 규모인데, 금액으로는 패션 > 가전 > 식품 > 생활 순이며 성장률 Top으로 보면 식품 > 생활 > 가전 순으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나 있다(서비스 및 기타 제외). 이러다 보니 시장 기회 자체가 식품 카테고리에는 규모와 성장성 모두 좋기 때문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점점 카테고리 안에서도 전문화되고 파편화되는 서비스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 고객 수용성이 초기 성장을 촉진한다.
의, 식, 주 중심의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빨리 성장한다.
아무래도 살면서 가장 밀접하게 겪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인데 특히 식품의 경우 이해하기가 쉽고 한번 해보기가 쉽다 보니 사용자들이 빠르게 받아들이고 확산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당일에 신선한 회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들었던 적도 몇 년 전 일이다. 어떻게? 가 궁금했지 싫어할 수가 없는 서비스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수용성은 빠르고 경험은 쉽게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이제 다음은 어딜까?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보면 가전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지 않을까 몇 년 전부터 예상해보는데, 아직까지 빅 플레이어가 보이진 않는다. 오픈마켓이나 가격 비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변화의 움직임이 낮은 걸까? 아니면 전문 매장들이 이미 잘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니즈가 없는 걸까? 그래도 분명 기존의 관행을 균열시킬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