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대한 소회
어쩌다 보니 100번째 블로그를 작성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구독자수, 방문자수 등 각종 숫자에 민감해지는데, 100번째 포스팅 내용은 이 블로그를 근사하게 회고하고 싶었다. "100회 특집!! 경품 이벤트!!"...는 없지만 역시 쓰다 보니 담담 of 담담으로 흘러갈 것 같다.
│브런치의 시작 - '나는 부끄러운 마케터이다'
'16년 개설 당시만 해도 다른 작가들의 콘텐츠 소비를 위해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재야 고수들의 흥미진진한 글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접할 수 있었던 양질의 콘텐츠를 점점 브런치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유튜브에도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생기던 시기이긴 했지만 여전히 글의 힘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브런치에서도 한두 가지 글을 읽기 시작하면 추천 글, 작가들의 콘텐츠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마치 책 한 권 공짜로 읽어보는 듯한 기분?
생산자로서 글을 남기기 시작한 건 '17년부터다.
그 시기를 돌아보면 1년간의 스타트업 생활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뒤 쓰라린 실패를 맛본 시기다.
지독한 자아비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시기였는데, 그간의 일을 리뷰하면서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6년에 스타트업에서의 이야기는 훨씬 흥미로운 일이 많았다. 실제 회사 브런치를 운영하고자 매주 있었던 일을 에버노트에 정리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땐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이 되는 건 거의 없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아픈 시기였다. 매일매일이 왜 잘 안 되는 건가를 고민할 때라 글로 표현할 수 없었다.
R&R이 비교적 잘 구분되어 있는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마케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①전략: 현재 비즈니스의 이슈 정의와 해결방안
②운영: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및 내/외부 리소스에 대한 적절한 최적화
그러나 전략은 눈앞의 많은 문제 투성이 앞에 종이 조각일 수밖에 없었고, 최적화라는 용어는 부족한 리소스 앞에서 사치였다. 그래서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돈, 사람 없이 콘텐츠로라도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나 스스로 콘텐츠 하나 제대로 생산해낼 수 없다는 게 아주 괴롭고 부끄러웠다. 이미지, 영상을 슥슥 잘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었다.
영상이나 이미지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시간이 부족해 쉽게 접근하긴 어려웠다. 그나마 글쓰기는 평소 생각들, 경험한 것들의 정리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브런치를 꾸준히 하기로 결심했다.
1단계: 브런치 시작해서 매주 1개 이상 포스팅하기
2단계: 구독자수 100백 명 만들기 → Organic 하게 늘리기
3단계: 글 100건 쓰기 → 이후 개인 SNS로 공개하기
4단계: 구독자수 1천 명 도달하기
5단계: 고객 반응 기반으로 주제 정해서 책 발간하기
1단계로 시작해서 3단계까지 오는데 2년 조금 더 걸렸다.
4단계, 5단계까지는 갈 수 있을지 아닐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구독자가 100명 되는 때까지의 시간보다는 200명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짧을 것 같기도 한걸 봐서 4단계까지는 어찌어찌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프로필에 밝혔다시피 Story보다는 수많은 실패, 성공 Case를 많이 만들어내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
│'의외성' & '꾸준함'으로 재밌었던 일도 생겼다
#1. Flipclip 샘플 보내주기
내 브런치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안녕하세요 ^^;
갑자기 글을 남겨서 우선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시하신 글 중에 펀딩 제품 "FLIPCLIP" 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야 킥스타터에서 해당 제품을 보았는데요
너무 아쉽게 이미 끝나버린 후더라고요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걸 뒤져봐도 비슷한 제품도 없고
제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보았으나 답변을 못 받고 있고 ^^;
구글링을 하다가 TK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FLIP CLIP 이 제품 저에게는 너무 필요한 제품인데
구할 방법이....
혹시 여분으로 구매하셨거나 현재 사용을 하지 않으시고 있다면 혹시나
제가 구입할 수 있을지 조심스레 여쭤봅니다.
이런 글을 남기게 되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
물건을 보내달라는 주소가 학교인 걸로 봐서 제품 연구나 상품화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여분으로 갖고 있는 게 있어 흔쾌히 무상으로 물건을 보내줬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에 비해 제품 퀄리티가 좋지 않아 개선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하고 있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taekyungkim/21
#2. 블랭크 최진영 프로님을 만나다
검색광고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해결할 힌트를 찾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블랭크의 최진영 프로님을 만나서 마케팅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블랭크에서 하고 있는 일, 블랭크에 대해 브런치 링크를 공유해 주었다. 이미 최 프로님 브런치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고 나도 무슨 일 하는지 간간히 적어놓았다고 브런치 링크를 보내주었다. 평소에 내 브런치를 자주 본다고 해서 더 반가웠다.
미팅 이후 Follow up이 좀 느리게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도 언젠가 한번 포스팅해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https://brunch.co.kr/@posselavaboy
#3. 위클리 마케팅 동향
100개 포스팅 중에서 절반은 해당 콘텐츠이다.
하루에 찾아본 수많은 내용과 찾지 않아도 피팅되는 내용들 더미 속에 의미 있는 것들을 스크랩하고 정리해보는 습관을 만들고자 시작했던 포스팅이다. 매주 월요일 출근 전에 올리는 게 기본적인 목표이고 내용은 마케팅, IT 등 일주일간 의미 있었던 내용을 광범위하게 올리고 있다. 때론 인사이트가 너무 약해서 편집 기사만 올리는 것 같아 내용 선정하는데 좀 더 신경을 많이 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내용 요약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팅까지 4~5시간 소요된다.
보통 한주 20~30개 정도의 국내외 기사를 보다 보니 그중 3가지를 선정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로 일요일 저녁에 3개 내용을 선정하고 글을 쓰는 건 주로 월요일 새벽 기운에 취해 최종 정리를 하게 된다. 1년간 안 빠지고 계속 반복해오고 있는데 역시 나는 농업적 근면성이 배어 있는 사람이구나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생각, 고민 그리고 방황' - 3종 Set는 계속된다.
블로그를 쓰는 걸 알게 된 몇 명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그렇게 꾸준히 하고 있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반응 좋은 콘텐츠는 유튜브로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사실 반응이 좋은 콘텐츠가 별로 없는 게 제일 이슈이긴 하다).
업과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 그리고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생겨나는 방황을 여기에 계속 정리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생각, 고민 그리고 방황"이 함께 하는 한 소재는 마르지 않을 것 같다.
※대문 이미지
https://www.pexels.com/photo/man-with-fireworks-769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