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을 끊어내다

by 태랑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이 환경에서는 절대 더 잘할 수 없다는 것을.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었다.
데이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이대로는 멀어질 뿐이라는 감각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팀을 옮겨야 한다고.

지금 돌아보면 참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조언해 줄 사람도 없었고,
더 나은 길을 제시해 주는 어른도 없었다.

그런데도 질문은 계속 나를 몰아붙였다.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성공하고 싶다면,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

팀을 옮기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코치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부모님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단은 했지만 행동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나는 18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소속 연맹을 찾았고
다른 팀의 코치 선생님을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3자 대면이 이루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래. 내가 벌인 일이다.
이제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팀에서 훈련하고 싶습니다.
제가 따라잡고 싶은 선배들과 함께 운동하고 싶습니다.”

짧은 침묵.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와서 운동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네 진로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
그래도 옮기고 싶니?”

차갑고 현실적인 말이었다.
순간 공기가 무거워졌다.

대학. 진로. 미래.

나는 그 모든 단어를 잠시 내려놓았다.

“네. 대학을 못 가도 괜찮습니다.
선생님 팀에서 운동만 시켜주십시오.”

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기존 코치 선생님께
팀을 옮기겠다고 말씀드렸다.

돌아온 것은 축복이 아니었다.

큰 소리와 분노,
그리고 차가운 말들.

어느 정도는 각오했지만
이렇게까지 등을 돌릴 줄은 몰랐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목표를 향해 가는 선택은
항상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그렇게 돌아갈 곳을 끊어냈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 훈련.

친한 선후배들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웃음도 있었고, 에너지도 달랐다.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 서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점프 높이도,
회전 속도도,
완성도도.

모든 것이 형편없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체력 훈련을 하든
기술 훈련을 하든
선배보다 딱 두 개, 세 개만 더 하자.

앞으로 1년.
하루도 쉬지 말자.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고2 전국체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핑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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