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시작된 도전, 그리고 전국체전의 추락
2002년,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그 대회는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선수로 참가하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했고, 대신 자원봉사자로 경기 운영을 돕게 됐다.
경기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공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수영장 특유의 염소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물 위에 비친 조명이 천장에 일렁이며 흔들렸다.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려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선수 소개 방송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다음 선수, ○○○.”
그 순간, 경기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졌고, 수면 위로 잔잔하게 퍼지던 물결이 긴장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
내가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라이벌 선배가 서 있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내가 알던 선배와는 전혀 달라 보였다.
다이빙대 위에 올라선 그는 조명을 받으며 천천히 준비 자세를 잡았다.
수영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관중들의 숨소리조차 멈춘 듯한 정적.
그리고—
“탁.”
스프링보드를 밟는 탄성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렸다.
선배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회전하는 동작이 조명 속에서 또렷하게 보였고,
곧이어—
“촤악!”
물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물보라가 올라왔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나는 경기 운영을 도우며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는 무대였다.
이상하게도 분노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이로웠다.
‘저렇게 큰 무대에 어떻게 설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나에게 저 다이빙대 위에 서라고 한다면,
아마 긴장에 짓눌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작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꿈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만큼 갑작스럽게 생겨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우리는 다시 다이빙장으로 돌아갔고, 나는 매일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곧 첫 전국체전에 출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나에게 새로운 기술을 계속 요구했다.
처음 시도하는 동작들이 많았다.
겁이 났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이빙대 위에 설 때마다 발바닥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억지로 몸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 같지 않았다.
열심히 했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실수는 반복됐고, 자신감은 점점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전국체전에서 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관중석의 함성도, 조명도,
그날의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다.
소년체전 2관왕이었던 나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텅 빈 수영장을 바라보며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이 물 위에 흔들리고 있었다.
관중이 빠져나간 경기장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팀을 옮기기로 했다...
그것이 마지막 도전이 될지,
아니면 진짜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