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고소공포증이 있는 국가대표 지망생

고소공포증 있는 다이빙 선수가 10m 위에서 마주한 것

by 태랑

01. 고립된 고3, 그리고 넘을 수 없는 '벽'

새로운 팀에서의 시간은 여전히 겉돌았다. 내향적인 성격 탓인지 코치님과의 거리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살갑게 소통하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나는 늘 섬처럼 떠 있었다.

하지만 서운해하거나 눈치 볼 겨를조차 없었다. 나는 이제 고3이 되었다.

내게 남은 기회는 이 번뿐이었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내 진로는 안개 속이었다. '증명'만이 살길이었고, 내가 바라보는 목표는 우리 팀 안이 아닌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당시 우리들의 연예인이자 다이빙의 간판은 우리 팀 선배가 아니라,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국가대표팀의 선배였다.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

10m 위에서 뒤로 세 바퀴 반(207C).

그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는 그 독보적인 대표팀 선배들을 포함해 국내에 몇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국가대표로 가는 티켓이자, 가장 잔혹한 형벌이었다.



02. 하늘에 빌었던 어느 밤의 고백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적부터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놀이공원에 가도 높은 기구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높은 곳 특유의 아찔함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런 내가 매일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서야 한다는 건 매 순간이 죽음과 맞닿은 공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0m 끝에 서면 고소공포증보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욕망이 공포를 집어삼키는 기묘한 경험.

그 종목을 처음 시도하기 전날 밤을 잊지 못한다. 두려움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보며 빌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해달라고. 신을 믿지 않던 소년은 그날 밤 가장 간절한 신자가 되었다.



03. 10m, 생과 사의 경계선

시도 당일. 10m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평소보다 몇 배는 길게 느껴졌다. 한 계단 한 계단 디딜 때마다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두 바퀴 반에서 몸을 일찍 펴버리면 어쩌지?', '물에 쳐서 기절하면 누가 날 구해주지?'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내 몸은 어느새 다이빙 보드 끝을 향하고 있었다. 밑에서는 동료들이 숨을 죽인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적 속에 오직 나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발가락 끝으로 보드 끝자락의 까슬한 감촉을 느꼈다. 이제 돌아갈 곳은 없다.



04. 하나, 둘, 셋, 그리고 비로소 찾은 이유

몸이 먼저 반응했다. 팔을 휘둘러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10m 아래 중력이 나를 끌어당기는 찰나의 순간, 나는 세상을 잊고 몸을 작게 말았다. 암흑 같은 회전 속에서 본능적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눈을 뜨는 순간 수면이 보였다. 몸을 폈다. '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예상했던 통증은 없었다. 깨끗한 입수였다.

성공이었다.

"그래, 이 느낌이구나. 성공했구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자 동료들의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그 뜨거운 소음 속에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왜 내가 그 무서운 다이빙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 찰나의 희열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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