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여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유

어쩌면 나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by 태랑

01. 더 뜨거워진 여름, 새로운 코치

한여름의 열기는 더 거세졌다.
그때, 한 코치님이 새롭게 부임했다.
첫인상은 유쾌하고, 말도 잘 통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깊이나 경험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2002년 아시아경기 준비로 수영장은 공사 중이었다.
우리는 못 쓰게 된 수영장 대신 대학교 체조장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몸은 훈련장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다.


02. 훈련보다 더 눈부셨던 밤

훈련이 끝나면 나의 관심은 오직 하나,
오늘은 노래방일까, 아니면 PC방일까.

운동을 한 건지, 시간만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지하 노래방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웃음을 터뜨리고, 아무 말 없이 지냈다.
그때는 그 친구들과 평생을 함께할 거라 믿었지만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찾아오면
거리는 또 다른 세계가 되었다.
그 밤,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였지만,
몇 시간 후 나는 벌써 속도를 올리며 공터를 달리고 있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세상은 뒤로 밀렸고,
나는 처음으로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알았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친구가 배달로 번 돈으로 그 오토바이를 샀다고 했다.
그 시절엔 그런 친구들이 꽤 있었다.
밤이면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모든 게 시원했고, 자유로웠고,
특히 밤이면 그 도로는 내 세상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알기 시작했다.
아,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 있구나.
다이빙 선수? 이제 그만둘 수도 있겠다.

엄마는 걱정하기 시작했고,
형은 밤마다 나를 찾아다녔다.
한 번은 붙잡혀 끌려가고 혼이 났고,
그 다음날 새벽에는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운동은 하는 듯 마는 듯 이어졌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찾아왔다.


03. 무심히 향한 전지훈련, 그리고 전조

어느 날 코치님이 말했다.
경기체고로 전지훈련을 간다고.

“경기도? 다이빙?
그래, 맞다. 나… 다이빙 선수였지.
꽤 잘했었나?
잘한 적… 있었지?”
그마저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없이 가기로 했다.
“가라니 가보자.”

경기도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기본 동작, 점프, 착지.
모든 것이 어색했다.
어쩌면 내 몸은 이미 다이빙을 떠난 지 오래였는지도 모른다.

“소년체전 2관왕은 어떻게 했지?”
내 몸은 기억하지 못했고,
내 마음도 따라오지 못했다.
내년부터 전국체전이 잡혀 있었지만
이제는 걱정마저 희미했다.


04. 돌아갈 수 없다는 신호

그리고 그날,
나는 10m 다이빙대 위에 섰다.

한 바퀴 반을 돌며 손으로 물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 손이 미끄러졌다.
순간 몸이 비틀렸고,
차갑게 물이 올라오며 어깨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을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물 위로 나와야 한다.
본능뿐이었다.
하지만 왼쪽 어깨는 감각이 없었다.
허우적대며 밖으로 나갔다.

코치가 달려왔다.
축 늘어진 내 팔을 보며
나는 멍해졌다.

“이게… 뭐지?”
“내게… 무슨 일이 난 거지?”

그 순간,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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