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타고 세계일주]
815 콜라를 아시나요? 콜라의 독립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광복절을 의미하는 815로 명명되었던 그 콜라. 그렇게 탄생하여 꽤나 인기를 끌다 사라져 버렸던 비운의 국산 콜라. 사라진 지 꽤나 지났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들은 비록 코카콜라와 펩시에게서 독립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곳 페루에서는 그들을 이긴 콜라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잉카콜라다.
잉카콜라는 20세기 초 만들어진 페루의 로컬 탄산음료로 잉카를 상징하는 황금색을 띄는 음료다. 코카콜라를 이긴 콜라로 전 세계에 유명해졌는데 사실 잉카콜라의 대주주가 코카콜라이기 때문에 진짜 이긴 건 코카콜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역시도 코카콜라가 인수할 수밖에 없게끔 한 잉카콜라의 대단함이지만!)
적도제를 마치고 얻은 평일 휴무권으로 하루를 푹 쉰 우리 순항훈련전단은 잉카콜라의 나라, 잉카의 나라 페루 카야오에 입성했다. 카야오는 페루의 수도 리마 옆에 있는 항구도시로서 페루 최대 무역항이자 해군 기지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외국인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바로 서울로 향하듯이, 우리들도 카야오항에 입항하자마자 바로 수도 리마로 향했다.
리마에 가자마자 내가 한 것은 잉카콜라를 사 먹는 것이었다. 노란 콜라가 얼마나 맛있는지 페루에 가기 전부터 궁금했다. 우리나라 버스정류장 옆 가판대 같은 작은 가게에서 잉카콜라를 하나 사서 한 잔 들이켰다.
- 음?
- 생각보다 그냥 그런데? ㅋㅋ
한 잔 들이키고 동기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서로의 표정에서 생각을 다 알 것 같아서 우리들은 웃었다. 코카콜라를 이긴 콜라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아니 콜라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뭔가 콜라라기보다는 조금 더 상큼하고 달달한 마운틴듀를 먹는 느낌이랄까. 코카콜라와 펩시를 길들여진 내 입맛 때문이었는지 상상했던 맛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잉카콜라와의 첫 만남은 아쉬움이었다. ‘이 정도면 됐다’며 이제 밥 먹을 때 코카콜라 시켜 먹을 거라던 우리들은, 점심 먹을 겸 들어간 식당에서 우리 음식은 코카콜라보다 잉카콜라가 더 잘 어울린다고 계속 설득하는 음식점 사장님 말씀에 못 이기는 척 다시 잉카콜라를 주문시켰다.
- 음?!
- 오 이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ㅋㅋ
솔직히 음식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페루 음식이랑 잉카콜라의 상큼 달짝지근한 맛이 꽤나 잘 어울렸다. 먹는 중간중간에 계속 마시게 되는 맛이랄까. 이게 제대로 된 로컬탄산일까 싶었다. 오히려 이름만 콜라고 콜라 같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콜라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탄생했다는 것. 그리고 로컬 음식에 맞는 스타일의 음료라는 것. 콜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보이지 않았을 잉카콜라의 매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기껏 바다 건너 페루까지 왔는데 잉카콜라 이야기만 한다고? 설마! 공연을 마치고 남미 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