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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이사는이야기 Feb 21. 2024

(외전. 해군문화) 사관학교의 3금 제도

[군함 타고 세계일주]

“생도들은 왜 술을 못 마시냐?”

“3금 제도 안 지키면 퇴학이라고!”


그 설레던 나이 20살.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서 좋아하는 친구랑 술 한 잔 하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냐면서 나한테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요즘에는 음주의 금지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들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3군 사관학교. 즉 육군, 해군, 공군사관학교에는 3금 제도가 있었다. 3금 제도란 혼인, 흡연, 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으로 여기서 혼인은 결혼, 약혼 그리고 성관계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해사에서는 4학년 2학기부터 약혼은 허용했다.)


3금 제도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 52년 경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 미군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던 시절답게 미 육사인 웨스트포인트(Westpoint)의 ‘No drinking, No smoking, No woman’이라는 구호가 도입 배경이라는 가설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탄생의 배경이 어찌 되었든 2016년 공식적으로 폐기되기 전까지 실존하며 사관생도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아있던 제도였다.


특히, 우리 생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코 ‘금주’였다. 음주는 지도교수 혹은 훈육장교가 주관한 자리나 명절 같은 가족행사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술 한 잔 마시는 것이 어려웠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가까워지고 싶을 때 하는 말이 “다음번에 술 한 잔 해요”라는 것을 상기해 보면 이 얼마나 가혹한 제도인가. 술을 금지하는 제도로 누군가와 친해질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호감이 있는 이성이 나에게 전하는 “오늘.. 맥주 한 잔 할래…?”란 설레는 말에 생도들은 눈물을 머금고 거절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말을 들어봤다는 건 아니다.)


무엇 때문에 나오는지 모를 눈물을 뒤로하고, 그래서 생도들이 기다렸던 것은 행사 때마다 은총처럼 내려주시는 교장님(⭐️⭐️⭐️)의 ‘음주 허가’였다. “현 시각 부로 생도들의 음주를 허가한다”라는 말의 ‘현 시각’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교장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웅성웅성거리면서 다들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두들 술도 그렇게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맥주 한 잔에 그렇게나 행복해했다. 가끔 용기 많은 친구들은 겁도 없이 교장님께 러브샷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졸업 후 장교가 되고 나서 3스타가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를 직접 느껴보니 주변에 있던 훈육장교 분들은 얼마나 아찔했을까 싶다. 교장님께서는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생도시절을 떠올리셨는지 너무나 호탕하게 애교로 받아주셨지만.


무튼 이렇게 무언가를 금지하는 것도 추억이 되는 것을 보면 시간이 주는 미화가 삶에 꽤나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3금 제도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들어보지 않았을까? “오늘.. 맥주 한 잔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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