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for your service

[군함 타고 세계일주]

by 탱이사는이야기

우리는 여행을 왜 좋아할까? 사람마다 그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일상으로부터 떠나고 싶은 욕구, 아름다운 걸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새로운 시선. 이정도가 보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나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전해준 날이 있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2주가 넘는 긴 항해를 마치고 우리는 2번째 기항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대가 됐던 곳이었기 때문에 가이드북도 보고 지도까지 준비해가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여행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어서, 가이드북을 보고 길을 가기란 쉽지 않아 샌프란시스코 이곳저곳을 방황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름 모를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어느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새하얀 해군 정복을 입은 우리들을 지나치시면서 말씀하셨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의역해보자면 '당신의 군복무에 감사합니다'란 뜻인데 우리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우리는 미군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드렸다. "할머니 저희는 미군이 아니에요!" 그때 할머니가 웃으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미군이 아니더라도 고마운 건 고마운거지.”


그 말을 남기고 할머니는 쿨하게 떠나셨지만 우리는 쿨하게 떠날 수가 없었다. 뭔가 모르게 찡하고 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거리에서, 식당에서, 관광지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인사를 받게 되었고, 미국에서 군인들에게 흔히 하는 인사말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는 우리도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my pleasure"를 건낼 수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의 찡함과 띵함이 지워진건 아니었다. 사실 생도들에게는 정복(군복)은 멋있고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제복인 동시에, 외출 외박 때 얼른 사복으로 갈아입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정복이라는 공식적인 유니폼이 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하고, 실제로도 정복을 입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생도들이 주먹을 펴고 걷더라' 는 소문이 해군의 도시 진해에 금방 퍼져 교수님들과 훈육장교님들 귀에 들어가는 상황들 말이다.


그리고 많은 예비군 남성들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듯, '군바리 저거 기합 빠졌네', '나 때는 군복 입고 여친이랑 손 잡고 다니는 건 상상도 못 했지' (아 그건 여친이 없어서 였나.. 눈물) 등의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일 것이다. 무튼 이렇듯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는데 미국에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미군들이 부러웠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미군들은 군복 입고 비행기를 타면 기립박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더라, 식당 주인이 음식값을 안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등의 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감사의 대상이 되어보니 왠지 뿌듯하기도 하면서 우리 군인들은 왜 존중과 예우의 대상이 되지 못 하지? 싶은 마음에 씁쓸하기도 했다.


그 이유들을 생각해보자니 징병제, 기수문화, 군사정권 경험 등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군인 출신 대통령을 경험하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징병되어 군복무를 하고, 기수라는 것으로 군대를 나온 많은 사람들이 선후배가 되는 나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영향들은 소위 ‘군대문화’로 포장되어 사회로 나온다. 결국 군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 역시 군대문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대한 영향이 2배가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긍정적인 군대문화보다는 부정적인 문화가 더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고, 이러한 경험들이 지난 몇십년 동안 쌓이고 쌓여 지금의 군대에 대한, 군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전역한 군인으로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부정적인 문화에 대해 ‘태영씨도 알겠지만 우리 회사가 약간 군대 문화가 남아있어’ 등의 이야기인데, 사실 군대에는 없는 문화라서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군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정적인 것에 아쉽기도 했다.)


몇몇 동기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군인에 대한 인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고. 그것은 욕심이라고. 다만 몇 십년에 걸쳐 군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듯, 우리의 몇 십년을 통해 군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적어도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만큼은 군인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졸업한지 약 10년이 됐고 전역한지 4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나는 군대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전직 군인이자, 군인들에게 ‘Thank you for your service’를 외쳐주는 국민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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