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직 두 달 만에 찾아온 감정의 붕괴
복직하고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겉보기엔 잘 해내고 있었다. 아기는 잘먹고 잘잤고 시기맞춰 잘 성장 중이었고, 내 일도 놓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워킹맘의 모범 답안’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진심으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버티질 않았다.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고, 머릿속엔 늘 해야 할 일들이 밀리다못해 너저분하게 정리가 되지도 않았다.
사무실, 집안일, 육아. 순서만 바뀔 뿐, 하루도 비어 있지 않았다.
출산 후 3개월 만에 복직하는 일이, 실제로 경험하기 전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던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었나..?' 싶었다.
애시당초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거니와, 회복이 느리다는 진통 후 응급제왕을 했으니, 또 심지어 산후조리원도 가지 않았으니 모든 악조건은 다 가지고 있는 거였다.
여전히 아침에 침대에서 나서 딛는 발바닥은 저렸고, 내가 어떤 정신으로 살고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녁에 아기가 잠들고 나면 이제 다음 발달단계에선 어떤 장난감이 필요한지, 칫솔 치약은 어떤걸 살지 등등을 찾아보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주중에는 아이를 보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주말엔 꼭 데리고 나갔다.
아쿠아리움, 식물원, 공원 등등.. 기절할 듯 피곤했지만, 엄마로서의 책임감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움직였다.
어느 날 저녁, 너무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평상시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남편 손을 꼭 잡으면 잘 수 있었는데, 그 날은 그마저도 먹히지 않았다.
머리가 시끄러울 땐 글을 쓰던 버릇이 있던 나는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보니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인생의 목표를 잃은 것 같았고, 목표고 자시고 지금 나 먼저 살아야겠는데 어떻게 살아야겠는지도 모르겠는거다.
하염없이 울다가, '내일 아침 아기는 일찍 깨겠지. 내일은 내일의 삶을 살아야하니 이 감정은 덮어두자.' 하고선 새벽녘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이 감정은 덮어두자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때 당시의 나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나는 여전히 모든걸 잘 해내는 사람이어야한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