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처음 느껴보는 감정

- 소멸하고 싶은 마음, 우울증

by 탱구엄마


나는 원래 삶, 인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 사람이었다.

대학생때는 ’삶을 버텨낸다‘라는 멘트조차 싫어했다.

삶은, 인생은, 살아내야 하는거지 소극적으로 버티는건 아니었다.


그랬던 내가, 소멸하고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죽고싶은건 아니었다. 그저 세상에서 잠시 사라져 쉬고싶었다.


그런데 육아와 일 모두 도망치고싶다고 도망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죽고싶은건 아니었지만, 소멸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었다.

심지어는 언제든 당장 저질러버릴 것만 같았다.


심각성을 깨닫고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번아웃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 놀라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남편에게 먼저 얘기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자꾸 원인을 찾았다.
남편 때문이냐고 물었다.
나는 번아웃우울증이 왜 사람 때문에 생기겠냐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서 이제 가끔은 출근 안 하고 쉬어보려고요"라고만 대답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말이었다.



정신과 상담을 다니면서, 나는 의사 선생님께
엄마와 아빠, 남편 모두 나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게 버겁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왜 모두가 당신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엄마는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서 아기를 봐주고,
아빠는 매일 엄마한테 안정적으로 차려진 밥을 먹다가
이제는 그것도 못 먹게 되지 않았냐고.

남편도 내가 설득해서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버티고있는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말했다.
"그로 인해 받는 혜택도 있잖아요. 이건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는 거예요.
왜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세요?"

맞는 말이었다.


내가 사무실로 오면서 아빠는 출근을 덜해도 됐고 사무실도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나는 아빠랑 같이 일하고 있다.)

엄마도 사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는 다시 자유로워지셨고, 약속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외출하시곤 했다.

(엄마의 집안일 관여문제, 엄마의 체력 문제 등등을 이유로 아기는 생후 9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남편도 출퇴근 3시간과 야근 등으로 인해 주중은 육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그는 슬퍼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습이었는데 왜 나는 혼자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하는 희생은 너무 당연한 거라서 나한테도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나라고 육아휴직을 안 쓰고 싶었을까.
나도 내 아기를 내가 보고 싶었고,
아이가 낮잠 잘 때 같이 낮잠을 자며 잠도 보충하고 싶었다.
그럼 더 회복이 빨랐을까.
아이가 태어난 후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피로감이 조금은 덜 했을까.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우리 가족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려고하고,
좀 더 중심을 잡아가려고 노력했다.






이전 04화3. 엄마와의 불편한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