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와의 불편한 동거

- 도움과 간섭 사이, 요구하지 않은 배려의 강요

by 탱구엄마

출근을 다시 하면서 너무 감사하게도,

친정엄마가 아기를 봐주기로 했는데엄마가 우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실제로는 동거가 아니었지만, 아침9시-저녁6시까지 엄마가 집에 머무르며 실질적 동거나 마찬가지였다.)


회사에 취직하자마자 부모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독립적으로 살던 내게,
그런 관여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 집의 청소방식, 빨래방식을 하나하나 문제라며 지적했고
결국엔 직접 하기 시작했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장모님이 사위의 팬티를 개 놓는 것.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거였다.
“너네가 해놓으면 나도 안 하지.”
우리만의 방식이 있는데도,
수요일과 주말에 빨래를 우리가 돌릴테니 하지 달라 미리 말해두면
엄마는 화요일 저녁에 빨래를 하고 개 놓고 나가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한테 화를 내지 못했다.


저게 엄마가 주는 사랑의 방식이었고,
또 엄마가 화가 나 집에 오지 않으면 나는 출근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때 나는 출산 3개월 만에 복귀해서 일이 몰려 바빠 정신없이 일하던 중이었다.
사무실을 더 일으켜 세워보고 싶었고, 욕심도 났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정의는 과한가 싶지만, 딱 갑과 을. 그 자체였다.

을인 나에겐 선택지는 없었다.

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아기를 봐주려면 그 불편함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월요일을 싫어하겠지만, 엄마가 오고나서의 월요일은 더 지옥같았다.


왜 월요일이 더 지옥 같았냐면,
엄마의 잔소리로 하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주말에 이것 좀 해놓지.”
“이거 안 했니?”
“주말엔 이런 것도 할 법 하구만 이것도 안 했니?”


우리 집은 아이를 키우는 집 치고는 거의 모델하우스급으로 깨끗했는데도
엄마는 잔소리를 쉬지 않았다.
나중에는 머쓱했는지
“집을 리모델링해서 그런가 더 지저분한 게 잘 보인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월요일에 엄마한테 그 폭탄 같은 잔소리를 듣고 나면
화살은 남편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주말에 사람을 써서 청소를 하자는 말도 나왔는데 남편은 거절했다.
우리 형편에 사람까지 쓰는 건 무리라는 거였다.
본인이 몸을 더 굴려서 청소를 하겠다는 거였다.
나는 알고있었다. 나만 피곤에 몸부림 치는게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로 체력을 갉아먹고있다는 것을.

(아기가 태어나면서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기때문에 남편의 출퇴근은 왕복 3시간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냥 답이 안나오는 이 상황이, 이 모든 게 싫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던 중,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그냥 이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한번 그 생각이 들더니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는 걸 인식할 때마다 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 어떤 날은 아이를 보다가 눈물이 났다.

이 아기가 나 없이 어떻게 크지 싶어서.


또 어떤 날의 새벽은 갑자기 베란다로 가서 창문으로 뛰어 내리고 싶어졌다.
그 욕구를 참기가 힘들어서 아기방으로 뛰어가 자던 아기를 안고선
몇 시간 동안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던 아기는 내가 울면서 안으니 결국 잠에서 깨 울어버렸고

나는 아기한테 혼란함을 준거같아서 미안했다.

묘하게도 그 마음 덕분에 소멸하고싶던 마음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다음날은 시댁과 가족사진을 찍기로 한 날이었고, 결과적으로 퉁퉁 부은 눈으로 찍고 말았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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