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모두를 이해하고싶은 마음

결국엔 착한사람이 되고싶었나

by 탱구엄마

한동안은 내 마음을,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모두가 미웠다.


그런데 또 모두를 미워만 하다가는 나만 더 힘들어지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또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야 이 서운한 마음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아빠,

아빠는 내가 출근을 시작하며 사무실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지난 20년간 사업을 계속 해오던 아빠에겐 모처럼의 휴식시간이었을 것이다.

딸이 잘 자라서 나를 도와준다니,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겠는가.!

그 행복함을 누리는 중에, 손녀딸은 또 예뻐서 자주 가서 보고싶었겠지.


그리고 엄마,

엄마는 내가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은 분이었다.

그만큼 나에겐 완벽한 모습을 늘 요구하셨는데, 그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을 뿐이다.

그동안 살쪘다 하면 살빼고 공부를 잘하길 원하면 공부를 열심히하고 등등 늘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드렸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일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는 딸이길 바랬던 것이다.

근데 그 전에는 말하면 잘 따라오던 딸이, 원하는 기대치만큼 올라오질 않으니까 더 잔소리가 나왔던게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남편,

이사 전에는 편도 1시간이었던 출퇴근 시간이 편도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이사하고 머지않아 그는 팀 합병(?)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있었다.

그런 와중에 처가 근처로 이사오니 주말에 갑작스런 만남도 잦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힘듦이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 주말엔 그도 열심히 육아와 집안일을 했으니까 그것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이렇게 모두를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나는 그들을 이해하면서 또 내가 참고, 더 많은 할일을 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여전히 착한 사람이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내가 나아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각자 그런 입장이 있겠지. 그건 그들의 입장이고 나는 내 입장이 따로 있다.

이제 무엇보다 나에게 먼저 착해야 한다.


그들이 어떤 모습을 기대하든, 내가 원하지 않으면 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거고.

그들이 실망해서 잔소리를 한다고해도, 나한테 그게 상처로 다가오면 상처를 받았다고 말해도 되는 거였다.


평소 엄마가 나에게 잔소리를 할 때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자책 해왔다.

근데 너무 피곤했던 어느날

똑같이 잔소리를 듣고선, 정색하고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하고있다고 말했다.

더이상은 힘들다고.

그리고 거기서 어떤 후련함을 느꼈다.

자물쇠같았던 마음이 찰칵 풀리는듯 했다.


이렇게 나는 나를 먼저 꼿꼿이 세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니까, 나는 꼭 행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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