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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Dec 22. 2021

당신에게선 어떤 향기가 나나요?

마스크를 쓰고부터

아이들 입에 밥알 가득 숟가락을 밀어 넣으며 갈아입힌 바지를 추켜올린다.

드라이기 남편의 머리를 만져주며 맞은편 거울로 슬쩍, 나를 훑는다.

추노를 연상케 하는 부스스한 머리, 눈곱도 떼지 않은 얼굴엔 번지르르 기름 돈다.


남편은 달랑달랑 나가버리고, 두 아들을 채근하여 현관으로 향한다.

버스 올 시이 되었다.(그마저 놓치고 자체 등원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ㅋ)


아, 집을 나서기 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지!

한 손으로 신발을 신기고 다른 한 손으론 스크 끈을 당겨 귀에 걸어준다.

손은 두 개뿐인데 나란 엄마 벌써 6년 차 아닌가. 훗.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손을 흔들며 버스를 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걷는 길,

내장기관을 타고 올라온 날 것 그대로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아! 마스크가 없었다면 몰랐을 내 입 안의 향기!




코로나로 외부 활동과 사적인 만남이 줄었다.

기존의 인간관계는 정리를 더한다.


전과 다름없이 일상을 공유하고 시시콜콜한 수다로 활기 넘치는 단톡방이 있는가 하면, 가끔 안부를 묻는 게 다지만 마음으로 늘 응원하는 관계도 있다. 아쉬움 가득 코로나 이후의 만남을 기약하는 애틋한 사이도 있지만, 코로나를 핑계로 보지 않을 수 있어 어쩌면 다행인 관계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본래 마음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이는 더 단단히 파고들고, 그렇지 않은 이는 몹쓸 코로나와 함께 빛의 속도로 '아웃 오브 안중'이 된다.


새로운 관계는 어떤가. 코로나 탓인지 나이 탓인지 분명한 것은 사람을 새롭게 알아가려는 열정이 사그라들고 속도 또한 갈수록 더뎌진다는 것.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첫째 아이와 걷고 있었다.


"엄마, 쟤 우리 유치원 다니는 친구야."

"마스크를 썼는데 누군지 어떻게 알아?"

"눈을 보고 알지. 눈이 그 애처럼 생겼어." 


한 대 맞은 듯했다. 어느 프로그램에선 손만 보고 엄마를 찾았는데,

이제는 눈만 보고 친구를 알아보는 세상이라니.

"눈을 보니 제 친구가 확실합니다~!!!" 도 찍어야 할 판다.


마스크를 쓰면서 눈과 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입 모양과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볼 수 없으니 눈을 들여다보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상대의 분위기를 느낀다. 새로운 관계 맺음이 전보다 어려워진 또 하나의 이다. 얼굴에 붙어있는 이 한 장의 막을 나름의 방법으로 걷어내야 하는 것.


하지만 가끔,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 향기에 나도 모르게 놀라는 순간이 있다. 넘쳐나는 브런치 글과 sns 피드 속에서도 유독 나를 끌어당기는 향기. 느정도의 포장이라 해도 사람 자체의 고유한 향기는 무엇으로도 감추기 힘들다. 이 향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급기야 아주 작은 스마트폰 액정을 뚫고 나와 나에게 닿기도 한다.


사람이 내는 향기에 좋고 나쁨을 가를 수 없다. 다만 내가 가진 향과 만났을 때 더 좋은 향으로 거듭날 것인가, 지독하다 못해 고약한 냄새가 되고 말 것인가의 차이다. 이것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맞는 향기, 맞는 사람, 함께 했을 때 인생의 향기로움을 더할 수 있는 누군가. 그럴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이 서슴없이 열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어린 시절 아빠가 오래된 통기타를 들고 부르던 노래.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관계들, 문신처럼 붙어 다니는 마스크로 인해 잠자고 있던 나의 후각을 깨워줄 꽃내음이 나는 그사람.


척박한 작금의  속에서 그 귀한 이를 만난다그건 분명 마스크에 도리어 마워해야 할 이 아닐까.


의 말과 글은 누군가에게  어떤 향기를 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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