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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Apr 30. 2022

날카로운 첫 가드닝의 추억

- 스투키 이야기



2017년 시원한 가을이 성큼 다가올 무렵, 나는 작은 오피스텔 원룸을 얻어 자취를 시작했다.


아침이 되면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는 작고 네모난 공간. 나는 드디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설렘을 안고, 본격적인 집 꾸미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출퇴근길 틈틈이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가며 예쁜 자취방 이미지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캡처해두었다. 여기서 나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예쁜 자취방들은 하나같이 초록 빛깔 식물들로 채워져 있다는걸…!


당시 우리 회사 대표님이 가드닝에 심취해있던 시절이라, 사무실 이곳저곳에는 이름 모를 커다란 식물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사무실의 대형 식물을 염두하고 집에 들이자니 공간을 너무 차지할 것 같아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고, (7.5평 남짓하는 원룸에 들였다간 자칫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조그만 식물을 들이자니 감성템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고민끝에 초록빛의 통통한 잎대를 자랑하는 중형 스투키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주말에 꽃시장에 들러 가장 건강하고 눈에띄는 아이로 데려왔고, 그 초록색의 소중한 존재는 내 자취방에 들어와 초록빛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창가의 햇빛을 함께 쬐며 휴식을 취했고, 즐거운 일상을 함께했다.

나는 통통한 나의 스투키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을 쯤, 나의 스투키가 조금씩 변해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스투키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때때로 그의 물주기를 놓쳐 말리는 한편, 어느때는 꽤 규칙적으로 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이런 나의 변덕스러운 사랑이 버거웠던 탓일까, 스투키는 빠르게 그의 초록빛 생기를 잃어갔고 그의 잎대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의 노란 멍이 잔뜩 번져가고 있었다. 나의 스투키가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다면, 본인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매일 곱씹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해 겨울, 주인을 잘못만난 스투키는 결국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고말았다.



2022년 봄날의 밤, 날카로운 첫 가드닝의 추억이 머리를 스친다.


2017년 가을, 나의 자취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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