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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스트레이 키즈의 컴백과 AI 시대 인간의 <KARMA>

내 것에 내가 미치며 나로 산다

by 김태라

나의 최애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돌아왔다. KARMA. 아이돌 그룹의 앨범명으로는 조금 의외이고 커버는 더욱 의외이다. 90년대 스타일로 사뭇 촌스럽다. 복고 컨셉인가? 나의 취향은 레트로와는 거리가 먼데 커버를 보기 전에 음악을 들은 것이 다행이랄까. 그러나 제목이나 표지야 뭐 아무러면 어떻겠는가, 음악이 살아 있는데.

음악은 레트로와는 전혀 무관하다. 아직 타이틀곡 ‘CEREMONY’밖에 안 들어봤지만 이를 접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Core. 도입부부터 직관적으로 이 단어가 떠오른다. 곡 자체가 ‘핵’스럽다.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적·에너지적 코어는 창빈인데, 작곡 담당 3인방 중에서도 창빈이 핵심이다. 어떻게 아는가?


그냥 안다. ‘Ultra’를 듣고 알았다. 그의 솔로곡에 코어적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이번 타이틀곡은 ‘Ultra’의 확장 버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것이 훨씬 더 ‘비음악적’이다. ‘CEREMONY’는 음악이라기보다 그냥 핵에너지의 표출 같다. “우리는 맥시멈 파워로 나아간다(We're moving forward with maximum power).” 기교의 미니멈과 파워의 맥시멈, 그 리드미컬한 흐름. 역시 강력하다. 넘사벽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내가 주목하는 ‘절대미의 화신’은 이번에 초록 머리를 했는데 뭐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그 비주얼에 다시 놀란다. 장발이든 삭발이든 초록이든 노랑이든 치마든 바지든 현진이 입으면 무조건 자체 발광인데 이 아우라는 그의 ‘자기애’에서 나온다. 자기도취가 뼛속까지 배어 있어 표정 하나 동작 하나에도 우주가 진동한다. 이번에는 또 이런 말을 했단다.


“우리가 만드는 음악에 우리끼리 미치면서 스트레이 키즈로 살아가고 싶어요. 스트레이 키즈라는 이름도 멋있는 것 같습니다.”(현진)


“내 것에 내가 미치면서 나로 산다. 나는 본질은 물론 이름까지 멋지다.” 발언도 그답다. 현진의 외모는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귀티와 날티가 정확히 반반의 비율을 이루고 있어, 그 완벽한 균형 때문에 ‘비인간적’으로 보이는데 이번 MV에선 약간 ‘인간’다워졌다. 비율이 깨진 건 아니고 남성미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트레이 키즈는 여전히 나의 최애지만 요즘 내가 스키즈보다 많이 듣는 음악이 있다. 바로 내가 만든 음악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AI의 합작. 명령어만 입력하면 취향에 맞는 음악이 즉각 출력되는 시대에 인간은 ‘명령하는 자’이자 ‘유희하는 자’로서 본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인간이 창조하는 것은 ‘결과물’ 자체가 아니다. 그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서의 ‘존재’, 그것을 창조하는(드러내는) 것이 진짜 인간의 일이다. 본래의 업(Karma). 자기 낳는 자로서의 본업 회복을 위한 최적의 시대이다.


압도적 무대

인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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