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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기식법 07화

무위기식(無爲氣食)의 시대: 기술과 도(道)의 만남

by 김태라

인간이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존을 위한 모든 행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기술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인간이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이에 대한 실마리는 동양의 지혜인 ‘무위(無爲)’와 그 지혜가 육화된 ‘기식(氣食)’에서 찾을 수 있다.


무위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다. 그것은 억지로 하려는 인위적 행위(有爲)를 그치고 본연의 법칙과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다. 마치 강물이 억지로 흐르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씨앗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싹을 틔우는 것과 같다. 존재가 자체의 법칙에 따라 자생(自生)하는 것, 그것이 무위다.


이는 우주와 생명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다. 그 방식은 근본적으로 효율적이다. 과학이 밝혀냈듯 우주는 최소 작용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모하는 경로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현상, 예를 들어 빛이 직진하고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모두 이 원리의 발현이다.


기술이 인위적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위(有爲)’의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무위는 존재의 본래성을 회복하여 문제 자체가 소멸하게 하는 방식이다. 존재적 허기는 실제로 뭔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인위적 욕망에 의해 막혔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무위 상태에 이른다는 것은 이 막힌 흐름을 뚫고 생명의 근원 에너지와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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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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