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두 개의 평행세계에서 펼쳐지는 리얼리티에 관한 미스터리 SF 중편소설.
<기획 의도>
거울처럼 비슷하지만 상반된 두 세계를 설정하여 현실, 욕망, 관계의 문제를 SF로 형상화하였다. 두 차원이 있고 각 차원에 두 인물이 등장한다. 두 차원 모두에서 주인공은 <용>이라는 게임을 접하는데, 이를 통해 억압된 욕망이 깨어나며 현실의 비현실성이 드러난다. 현실과 비현실, 의식적 욕망과 무의식적 욕망, 그리고 나와 너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결합함으로써 양자가 결국 하나임을 이야기로 구현하였다.
<줄거리>
‘차원 1’에서 공시생 이지용은 흰 바둑돌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영물인 ‘용(龍)’에 사로잡혀 있는 그는, 용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아내(이용주)와 다툰 뒤 수험서 사이에서 백룡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백룡이 몸을 감춘 곳에 <용>이라는 게임 매뉴얼이 나타난다.
그는 가상 세계에 갇힐 수 있는 위험한 게임 내용에 망설이면서도 그것을 통해 용이 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자신과 아내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임 <용>에서 자신이 다른 차원으로부터 로그인돼 있음에 놀라 아내를 찾지만, 그녀는 집에 없고 그녀가 쓰는 임신 일기 「용」이 저절로 쓰이는 것을 보게 된다.
‘차원 2’에서 이지용은 검은 바둑돌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용’과 관련된 검색어에 과민반응하여 아내와 다툰 뒤 웹 게임 <용>에 접속한 그는 <용>을 무시하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게임 캐릭터가 자신과 아내임을 기이하게 여기며 게임을 시도하지만, 자신이 이미 로그인되어 있음에 놀라 아내를 찾는다.
부재중인 그녀의 방에서 소설 「용」을 발견한 그는 뒷이야기를 쓰려 하지만 글이 써지지 않고 현실은 악몽처럼 변한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그는 캐릭터 ‘이용주’(아내)를 선택해 게임 <용>에 로그인함으로써 새로운 몸을 입고 새로운 세계(차원 1)로 들어간다.
‘차원 1’과 ‘차원 2’의 교차 구성 방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차원이 서로 맞물리면서 8자 혹은 뫼비우스의 띠 형태로 통합된다. 그러면서 현실처럼 보였던 각 세계는 꿈이나 소설처럼 모호하게 변해 간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용’이 있다. 하늘과 땅을 오가는 상상의 동물인 용은 존재이자 비존재이고, 영물이면서 괴물이다. 두 차원을 잇는 <용>이라는 게임과 <용비어천가> 구절은 현실과 비현실, 의식적 욕망과 무의식적 욕망, 그리고 나와 너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결합한다.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의식적 욕망 아래 묻혀 있던 진짜 욕망에 접근하게 되며, 이에 따라 등장인물 간의 관계 또한 극적으로 변화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게임 <용>에 로그인함에 따라 두 개의 세계, 두 명의 존재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이는 또한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