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숨겨둔 글이지만, 2019년 11월 30일 브런치에 (오늘은 생선요리를)이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남겼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라는 가슴이 쿵 내려앉을 것 같은 말로 시작했던 그 일기는 [요즘엔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오늘도 잘 살아냈다.'라는 무의미한 말을 내뱉고, '내일은 꼭 파스타를 먹어야지. ' 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본다. 행복으로 물들던 날들도 있었지만 요샌 그 감정과 기억이 희미하다. 어떠한 음식을 먹는 것 그 외의 평범한 행복으로 가득 찬 날이 다시 올지 잘 모르겠지만 (..) 오늘은 꼭 맛있는 생선요리를 먹어야겠다. 오늘은 파리에서 혼자 보내는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라는 말로 끝이 났다.
올해도 참 마음이 많이 닳았다 생각했는데, 2년 전 그때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닳았을까. 또렷하게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대단히 힘든 일을 겪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10년도 아니고, 고작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잊히다니. 괜히 아쉽고 서운하기까지 하다.
나에겐 자연스럽게 공식화된 두 번의 휴가가 있다. 10월의 샌디에이고, 그리고 11월의 파리. 두 번의 휴가는 쉼표와도 같다. 먼저 10월의 샌디에이고는 뭐랄까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기분을 안고 스스로와 외로운 싸움을 하는 휴가에 속하고 - 11월의 파리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주는 휴가로 칭할 수 있다. 물론 그 보상이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물질적인 보상으로 채울 만큼의의 재력은 없다.(ㅎㅎ) 뭐가 되었든 평소 일과 개인 시간의 밸런스가 완벽하게 무너져 있는 나에게 10월, 11월 두 달간의 휴가는 정말 완벽한 (쉼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쉼표가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 생각한다.
마음이 완벽하게 무너졌던 이번 여름의 끝자락에도 어김없이 카푸치노 위 코코아 가루를 멋지게 올려주는 카페를 찾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아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따뜻하게 몸을 데웠다. 포근한 거품이 입에 닿는 그 순간! 2년 전 그때처럼 웃음이 절로 났다. '그래, 행복 그거 별거 아니네.'
나는 우울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울함이 나를 먹어버리는 게 불편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다. 사람이 늘 행복하고 밝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우울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 에너지를 쏟아내는 편이라 나는 자주 허탈함을 느끼고, 멍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내일 뭐 먹지?' 하며 사진첩을 뒤적거린다. 그렇게 나는 음식으로 작은 행복을 쌓아가고 슬픔을 밀어내 본다.
음.
내일도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셔야겠다!